이번 연구회기(2017-2020) 첫 번째 ITU-T 정보보호연구반 (이하, SG 17 지칭) 회의가 2017년 3월 22일부터 3월 30일까지 9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능형 차량 보안 연구과제(Question) 신설, 이번 연구회기 동안 연구과제별 표준의 디폴트 채택 과정, 온라인 아동 보호 조인트 조정 활동 (joint coordination activity on child online protection, 이하 JCA-CoP로 지칭) 활동 지속, 그리고 블록체인 보안 국제 표준화 추진 방안 등 주요 현안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다. 본고에서는 이번 회의의 주요 쟁점에 대한 논쟁사항과 합의 사항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주요 이슈 및 논쟁사항

한국(현대자동차)은 지능형 보안 연구과제 신설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신설이 무난하게 합의되었다. 2005년 이후 SG17에서 첫 연구과제 신설로 기록되었다. ISO TC 204 (지능형 차량 시스템) 와 UNECE WP29 (유럽경제위원회 작업반 29) 과 긴밀한 협력 하에 컨넥티드 카 보안에 대한 국제 표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신설 연구과제의 라포처(Rapporteur)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상우 박사와 부라포처로 현대자동차 박승욱 책임이 선임되었다.

이번 연구회기에 연구과제별 국제표준 디폴트 채택과정에 대해서 논의되었다. 디폴트 채택과정은 규제적 성격의 국제표준에 적용되는 전통채택과정(TAP, traditional approval process)와 기술적 국제표준에 적용되는 대체채택과정(AAP, alternative approval process)로 구분된다. 한국은 연구과제 2 (보안 구조 및 프레임워크)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연구과제의 디폴트 승인 채택 과정으로 지난 연구 회기(2013-2016)에서 사용되던 국제표준 채택 과정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해 이의 없이 합의되었다. 연구과제 2의 경우 한국은 지금까지 이 연구과제에서 과거 채택된 국제표준이 대부분 대체채택과정으로 승인 되었으므로 대체채택과정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했으나, 일부 다른 회원국은 현재 연구과제 2의 텍스트가 지난 연구회기와 변한 게 없으므로 전통채택과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 결과 연구과제 2의 국제표준채택과정을 전통채택과정을 유지하되 연구과제 2에 제안된 SDN 보안 관련 신규 워크아이템의 채택과정을 대체채택과정으로 설정하기로 합의했고, 다음 SG17 회의에서 대체채택과정으로 변경하기 위한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대체채택과정으로 변경을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쟁점사항은 JCA-CoP 에 대한 활동 지속 여부였다. JCA는 특정 주제가 여러 연구그룹(SG)에서 표준화되거나 조정이 필요한 활동일 경우 각 그룹별로 중복 개발을 배제하는 등의 국제표준화 조정 활동을 수행한다. 이 JCA-CoP는 2012년 9월 설립되어 그 동안 활동해 왔다. 한국은 이 이슈가 중요하고 여러 그룹에서 활동이 수행되고 있어서 이번 연구회기 동안 이 조인트 조정 활동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국은 지난 2차례 조인트 조정 회의에 입력된 기고서가 없음을 고려해 이 JCA-CoP의 활동을 ITU 이사회의 온라인 아동 보호에 대한 작업반 (CWG-CoP)으로 이관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조인트 조정 활동의 중단을 제안했다. 논의 후 이번 연구회기 동안 JCA-CoP 활동은 잠복기 (dormant)로 지정하고 유지키로 하였고 온라인 아동 보호를 위한 표준화 활동을 SG17 내에서 추진키로 합의했다. 또한, 외부 그룹이나 내부 그룹의 활동 재개 요구가 있을 경우 JCA-CoP 활동의 재개를 고려하기로 합의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SG17에서 온라인 아동 보호를 위한 국제 표준화 활동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ITU-T SG17 은 금년 3월 21일 블록체인 보안에 대한 워크숍을 제네바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 워크숍 후속조치로 SG17에서 블록체인 보안에 대한 국제 표준화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한국은 특별 세션에서 새로운 연구과제(Question) 신설, 기존 연구과제의 텍스트 변경을 통한 표준화 추진, 블록체인 보안 포커스 그룹(FG, focus group) 신설, 그리고 신규 워크아이템 제안 등의 4가지 향후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제안을 단 시간 동안 마련한 한국 대표단원 (쿠팡 김창오 부장, TCA 오경희 대표) 의 공헌에 대해 많은 참석 회원국이 높게 평가했다. 논의 결과, 차기 8월 SG17 회의에 향후 블록체인 국제표준화 추진 방안에 대한 기고서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17년 5월 ITU-T 정보통신표준화자문그룹  (TSAG) 회의에 블록체인이 여러 연구반에 걸친 이슈임을 고려해 TSAG 산하에 블록체인 FG의 신설을 고려할 것을 제안키로 했다. 이 원고 작성 시점(2017.5.26) 에 2017년 5월 TSAG 회의는 블록체인 포커스그룹 (FG on application of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의 신설을 합의했다.

향후 추진 전망

이외에도 이번 SG17 회의에서는 작업반(WP, working party) 구조, 연구과제(Question) 및 작업반 의장과 라포처 등의 의장단을 확정했다. 지능형 차량 보안에 대한 연구과제 신설 합의와 블록체인 보안에 대한 향후 추진 방향 합의와 논의는 국내 산업체에 많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으므로, 국내 관련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SG17 의장으로 이번 연구회기(2017-2020) 첫 SG17 회의를 주재했고, SG17을 정보보호 국제표준화 활동의 중심이 되게 하기 위한 많은 쟁점사항에 대해 회원국간 합의를 유도했다. 또한 이번 연구회기 SG17 활동 원칙으로 “정보보호는 모든 곳에서 절대 최우선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SAFE, Security is absolutely first everywhere.) 라고 제시해, 여러 회원국의 지지를 받은 것도 의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