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미국 San Diego에서 IEEE802 총회가 열렸다. 이 기간 동안 5G/IMT-2020 Standing Committee의 최종회의도 개최되었는데, 이 위원회는 IEEE802 Executive Committee(EC)산하에 2016년 3월부터 임시로 개설되어 운영되어 왔다. 구성의 목적은 향후 IEEE의 5G 표준 개발 시에 예상되는 비용과 이점 그리고 IMT-2020에 규격 안을 제출하기 위한 방법론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즉, IEEE 고유의 독자적인 표준으로서 개발을 추진하는 방안과 다른 기구에서 제출하는 표준의 일부로서 추진하는 방안 등에 대하여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것이다. 3월 구성 이후 매월 3-4회씩 총 15회에 걸친 대면회의와 전화회의를 통해 작성된 보고서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방안 A는 IEEE가 5G 표준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Wi-Fi Alliance, IETF, ITU-R, 3GPP, WiMAX Forum 등과 협력하여 통신 사업자들이 광범위하게 IEEE802 기술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인 방안 B는 IMT-2020 표준으로 IEEE802 기술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는 다시 세가지로 구분된다. B1 방안은 IEEE802.11 WLAN 등을 IMT-2020 표준의 일부로서 제안하는 것이고 B2는 IEEE802의 LAN, MAN 등 다양한 기술을 종합하여 완성된 IMT-2020의 표준을 제안하는 방안이다. 방안 B3는 IEEE802 독자적으로는 IMT-2020 표준을 충족하기 어려우니 3GPP와 협력하여 802.11을 3GPP에서 제출하는 IMT-2020 표준의 일부로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IMT-2020 표준 추진 방법론

이번 IEEE802총회 기간 동안 열린 2차례의 회의는 저녁 7시반부터 9시반까지 늦은 시간에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이 참석하여 위에 제시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많은 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안 A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회원사 들이 직접 나서서 통신 사업자 들을 설득하면 IEEE802 기술을 광범위하게 채택되도록 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5G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Wi-Fi와 같이 IEEE802에서 독점적으로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내놓으면 그대로 시장을 점유하던 지금까지의 상황에 젖어 앞으로도 이와 같은 독점이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엔지니어들의 자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미 LTE in Unlicensed spectrum (LTE-U)나 License Assisted Access (LAA)와 같이 Unlicensed Band에서 사용되는 LTE 표준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통신 사업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향후 Wi-Fi 시장에 직접적인 위협의 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시장 인식을 가지는 것은 수 년 전 IEEE802 표준회의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IEEE802.16 WiMAX가 시장에서 외면 받자 2년도 안되어 참여자가 없이 활동을 중단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였다. 최종적으로 5G/IMT-2020 Standing Committee에서는 A 안과 B3안을 모두 Executive Committee(EC)에 추천하였고 EC는 이를 즉시 승인 하였다. 이에 따라 이 두 가지 안이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Wi-Fi에 대한 시장 홍보를 계속하는 것과 동시에 3GPP 등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5G 표준 제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Wi-Fi 표준에 대한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

한편, 이러한 상위레벨에서의 IEEE 802의 5G 표준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설정과는 별도로IEEE802.11과 802.15 등과 같이 구체적인 규격을 만들어내는 Working Group에서는 5G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IEEE802.11에서는 2015년 9월 Long Range Low Power (LRLP) Topic Interest Group (TIG)을 구성하여 Internet of Things(IoT)에 대응하여 소비전력을 최소화 하면서도 원거리에 분산되어 있는 센서 등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Wi-Fi규격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였다. 그렇지만, 2016년 3월 이러한 규격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저전력 부분만을 지원하기로 하고 IEEE P802.11 - Wake-up Radio (WUR) Study Group을 구성하였으며, 현재는 Working Group 구성을 위한 Project Authorization Request(PAR) 문서의 작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IEEE의 이러한 활동은 다른 단체와 비교할 때 지금까지 해오던 표준 개발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여러 단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5G 표준에서는 IoT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 시나리오를 지원하기 위해 단말의 밀집도 증가, 접속 및 전송지연의 최소화와 같은 QoS 관련 요구성능의 강화 등 통신망의 규격변화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IEEE 802의 표준도 이와 같은 활동이 부족할 경우, 향후 5G 통신망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때에도 지금과 같은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된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3G 이후 LTE로 진화하면서 해당 이동 통신 규격을 제안한 3GPP의 시장 지배력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더하여 5G 통신망이 도입되면서 Wi-Fi 시장 마저 3GPP의 5G 규격으로 대치될 경우 무선 통신에서 3GPP 규격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무선 통신 장비 시장은 그 동안 비교적 중소 기업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던 Wi-Fi 시장 마저 몇몇 대기업에 의해 점령되는 등 독과점에 따르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우리 나라에서도 Wi-Fi 관련 표준에 대하여 정책적인 지원 및 표준 활동에 대한 대응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