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접어들어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서 이동성, 보안, 품질보장 한계 등의 기존 인터넷에 내재된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미래의 응용 서비스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적 네트워크 및 서비스 인프라의 구축이 요구되어 왔다. 이러한 미래 기술 중의 하나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oftware-Defined Networking; 이하 SDN)’ 기술이 소개되었는데, 이는 네트워크 자원의 개방화 및 가상화를 통해 네트워크 설정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네트워크 기술은 분산된 하드웨어에 제어 기능이 개별 관리되는 비유연성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데 반해, SDN 기술은 제어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여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함으로써 데이터 전송만 담당하는 분산 하드웨어를 적시에 제어 가능한 유연한 네트워크 구조를 제공한다. SDN 기술을 이용하면 서비스 제공자가 가상적으로 분리된 네트워크 자원을 서비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동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통신망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자간의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창출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신망 사업자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자동화된 네트워크 자원 통제 및 관리를 가능케 함으로써 통신망의 관리 비용 절감과 함께 돌발 상황 대응에 따른 민첩성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내외 표준화기구 동향

국외에서는 산업체들을 중심으로 SDN 기술의 개발과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2011년에 SDN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위해 구성된 ‘개방형 네트워킹 포럼(Open Networking Foundation; 이하 ONF)’ 산업체 컨소시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본 컨소시엄에는 Nicira, NEC, HP 등의 장비 업체와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서비스 사업자를 포함하는 107개의 회원사가 참여하여 산업 표준 규격을 도출하고 이에 준하는 상용 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한 시스코,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대 IT 기업들은 오픈소스 기반의 표준 SDN 개방형 표준 개발을 목표로 ‘오픈데이라이트(OpenDaylight)’ 연합체를 조직하였는데, 이는 장비 제조사에 독립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고 오픈소스의 이점을 살려 SDN 표준 프레임워크 개발 및 보급을 가속화하고자 함이다. 도이치 텔레콤, 브리티시 텔레콤, AT&T 등의 통신망 사업자들도 SDN 기술과의 밀결합을 통해 구현이 가능한 NFV 기술(Network Function Virtualisation; 하드웨어로 이루어진 네트워크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상화함으로써 이들을 유연하게 재배치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산하 NFV 워킹그룹을 조직하여 적극적인 표준화 활동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국제 표준화 기구인 IETF, ITU-T 등에서도 SDN 관련 핵심 기술의 표준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산업체들간에 SDN 기술 표준의 주도권 다툼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ITU-T는 2012년 11월 세계전기통신표준총회(WTSA)에서 SDN 표준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결의하였고, 이에 따라 SG13 연구반의 구조 조정 및 SDN 표준화 로드맵 작성 등을 통해 관련 표준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본 SDN 프레임워크를 규정하는 Y.3300, 'Framework of SDN' 표준안이 SG13 Q.14를 중심으로 개발 및 제정되었으며, 이의 후속 조치로서  유즈케이스, 요구 사항, 기능 구조 등을 정의하여 해당 프레임워크를 상세화하여 확장된 SDN 기술 관련 표준을 개발 중이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의 SG13 각 참가국들은 SDN 관련 표준 작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진행 중이다. 한국은 ETRI 표준연구센터를 중심으로 Y.3300 (SDN 프레임워크), Y.SDN-REQ (SDN 기능 요구사항), Y.SDN-ARCH (SDN 기능 구조) 등 SDN 관련 표준안 3건의 에디터십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내 기술 개발 방향에 따른 문서의 개발을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국내 국책과제 연구/개발 기술 및 산업체 기술을 기반으로 SDN 확장 기술과 관련한 추가 권고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은 Q14/13의 라포처 리더십을 토대로 자국 내 기술을 반영한 SDN 유즈케이스, 요구사항 및 구조 등의 권고안을 개발할 계획에 있고, 특히 Data-plane programmability, network virtualization 등의 관련 기술을 이용한 SDN 확장 구조를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은 시스코를 중심으로 자사 기술을 포함하는 라우터 기반의 SDN 구조를 SDN 기본 프레임워크에 포함시켰으며, 향후에도 ONF 기반의 SDN 구조로 가는 것을 지양하고 자사 기술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표준화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NGN 확장 기술에의 SDN 적용, 관련 인터페이스 상세 구조 권고안 등을 개발할 계획이나, 주요 권고안 개발 작업을 SG11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관련 표준안들의 alignment 이슈 문제를 숙제로 안고 있다. 폴란드는 Orange Polska를 중심으로 SDN의 management 이슈에 대한 중점 기고와 함께 네트워크 사업자 측면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SDN 기능 구조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결언

SG13의 SDN 표준 개발 방향은 Y.3300 표준안에서 정의된 기존 SDN 표준화 범위를 규정하는 fundamental part of SDN 및 이에 대한 Gap analysis를 통한 구조 확장을 요구하는 추가 기술 이슈를 정의한 후, 이를 기반으로 상세화된 기능 요구사항 및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ITU-T에서 Telecom perspective에 특화된 SDN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방향에 따라, 각국별 입장이 Y.3300 문서의 SDN 프레임워크 기본 구조 이슈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나, SDN 프레임워크의 구조를 핵심 기술만으로 간단하게 정립하였고, 이후 유즈 케이스, 기능 요구사항 및 구조의 상세화를 통해 확장된 의미의 SDN 기술 표준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에 각국이 뜻을 같이 하였다. ITU-T 내 SDN 기술은 향후,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이라는 모토 아래 기존 SDN 기술과 NFV 기술이 통합된 형태로 정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국내의 TTA PG220 (미래인터넷 프로젝트 그룹)을 중심으로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공통 플랫폼 표준기술을 국제 표준에 반영하는 기고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