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캐스트 기술이란?

피코캐스트 기술은 저전력 무선 저속 데이터 통신 기술로서, 2000년 ㈜카서에서 처음에는 레토(retaw, 물처럼 자연스러운 통신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water의 철자를 거꾸로 배열한 것)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것이다. 블루투스와 겹치는 영역이 있긴 하지만, 이 기술을 사용하면 블루투스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블루투스는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에 송신하는 방송의 개념을 도입하기가 어렵고, 많은 수신기가 동일한 서비스에 동시에 접속하기가 힘들다. 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2.4기가 헤르츠 대의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무선 랜 서비스나 무선 전화기 등과 혼신이 생기기도 한다. 피코캐스트 기술은 다른 서비스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를 피해 채널을 선택하고 먼 곳에서 방사한 전파와 가까운 곳에서 방사한 전파가 동시에 존재할 때 수신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여 깨끗한 수신이 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한 송신기에서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송신하는 방송 기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16개의 독립적인 양방향 통신도 가능하다. 피코캐스트 기술을 사용할 경우 무선 회의 시스템, 무선 스테레오 헤드폰, 중계(relay)가 가능하여 도달 거리를 확장할 수 있는 무선 스피커 시스템, 여러 개의 마이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무선 노래방 기기 등, 대기업의 관심 영역이 아니어서 중소기업에서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의 거의 모든 중소기업의 사정이 그렇듯이 ㈜카서에서도 전용 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형화와 원칩화 과정이 지연되어 블루투스와 같은 원활한 진화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국내에서는 사업화 여건이 여의치 않아 미국에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국제표준화 추진 역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국제표준화 추진 현황

처음에는 피코캐스트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IEEE(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 engineers)에서 추진하여 하였으나, 일정 자격을 갖춘 회의 참가 인원이 모두 투표권을 갖는 체제에서는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낮아 ISO/IEC에서 추진하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 IEEE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에 의해 표준이 추진되는 반면, ISO나 IEC와 같은 국제표준기구에서는 각국의 대표들이 각각 한 개의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표준화가 진행되므로 제안하는 기술이 좋으면 대안이 없는 한 표준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피코캐스트 기술은 ISO/IEC에 2007년 NP(new work item proposal)를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단계를 거쳐 2010년 ISO/IEC 29157로 국제표준으로 채택되었다. 그 후 다른 시분할 기술과의 동기 문제를 해결하고 양방향 음성 통신에서 제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장점들을 추가하여 표준을 약간 수정할 필요가 생겨 2011년부터 개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2014년 11월 현재 개정 표준안의 DIS(draft of international standard)에 대해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여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의견을 내었으며 일본에서는 우리가 제출한 답변에 대한 만족을 표시하였고 미국의 의견에 대해서는 11월 20일에 개최되는 화상회의에서 해결하였다. 미국의 의견은 기술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문맥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으므로 최종 관문인 FDIS(final draft of international standard)에 대한 투표를 거쳐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과정만 남아 있다.

ISO/IEC에서 추진한 표준이 일반적인 저전력, 저속 통신용 기술을 표준화한 것이라면 2011년부터 IEC에서 추진되는 것은 피코캐스트 기술을 관광 안내 시스템에 적용하여 표준화하는 것이다. 관광 안내 시스템은 ISO/IEC 29157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모두 세 종류의 표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는 제1안의 CDV를 제출하여 2014년 11월 14일 투표가 완료되었다. 투표 결과, 반대는 없었고 기권을 제외하고는 100%의 찬성으로 통과하였다. 몇 가지의 사소한 수정 후 FDIS 투표를 거쳐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이 표준을 따르면 동시에 64개 언어로 방송이 가능하며 수신자는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청취할 수 있다. 64개의 언어를 방송할 필요가 없을 경우는 남는 채널을 다른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융통성을 제공한다. 제2안은 신호의 중계가 가능한 양방향성 방송 시스템으로 단방향성 관광 안내 시스템뿐만 아니라 마을과 같은 공동체에서 방송 기능과 보조적인 통신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2015년 표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3안은 방송 기능에 개인 간 통신 기능을 제공한다. 원하는 방송을 청취하면서 같은 그룹 내에서 통신도 가능한 것이다. 이 기술은 2016년에 표준화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IEC에서 표준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표준화를 추진할 예정으로 있다.

전망 및 제언

ISO/IEC 29157의 개정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IEC에서의 표준화는 이제 겨우 걸음을 뗀 정도이다. ISO/IEC 29157의 개정 작업은 2015년에 무난히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IEC에서의 표준화는 표준안 작성뿐만 아니라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의 제작을 통한 기술의 검증, 홍보 등 많은 활동과 지원이 필요하다. ISO/IEC에서의 표준화는 중소기업 규모이긴 하였지만 표준화를 추진하는 기업이 있어 표준화에 필요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데, 그 중소기업마저도 표준화와 관련된 기술과 제품 개발을 해외에서 모색하고 있는 중이어서 IEC에서의 표준화는 추진이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은 이전의 피코캐스트포럼이 변신한 개인공간서비스협회에서 추진 중이나, 이 협회는 피코캐스트 기술을 적용한 제품 개발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들로 회원사가 구성되어 있어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표준화 관련 시제품 제작이나 표준안 작성 등의 활동은 고사하고 회의 참석을 위한 출장비 마련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세계의 관광지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수용하려면 다국어 안내 시스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우리의 기술이 관광 안내 시스템의 표준으로 채택된다면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ISO/IEC 29157 표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과 제품 간의 통신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국내에서 외면 받아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내 대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