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ETF의 네트워크 워킹그룹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Software Defined Networks)를 기반으로 하는 이동성(Mobility) 지원 기술에 대한 표준 개발 움직임이 개시된 데 이어, 올해 7월에 개최된 ITU-T SG13(미래 네트워크 분야) 회의에서도 현재 ITU-T에서 개발 중인 SDN 구조 상에서 IP 기반의 단말 이동성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표준 프레임워크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현재 SDN 분야의 표준 개발은 국내외 유수의 네트워크 장비 및 서비스 업체 등이 참여하는 ONF(Open Networking Foundation)와 같은 사실표준화 기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공식 국제표준화 기구인 ITU-T에서도 SG13의 Q.14(SDN 기능 및 구조), Q.2(NGN-e), Q.4(IMT-beyond), Q.6(QoS) 등 관련 그룹에서 표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ITU-T SG11(신호방식, 시험명세 분야) 또한 SDN 신호체계 및 서비스 시나리오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 중에 있다. 이제 SG13의 이동성 관리 기술 그룹인 Q.9(Mobility management)이 참여하게 됨에 따라 ITU-T의 SDN 표준 개발 작업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서비스의 현실

오늘날의 모바일 서비스는 분명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추구하는 최상의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스마트폰으로 무선랜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던 중 건물 밖으로 이동하게 되면 서비스의 끊김이 발생하고, 이동통신망에 재접속하여 서비스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불편함은 누구라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3G/4G 셀룰러, Wi-Fi, WiMAX, Bluetooth 등 다양한 무선 통신 기술이 혼재하는 환경에서 언제, 어디서나 끊김없는 서비스, 즉 서비스 연속성을 제공하는 기술의 보편화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해답으로 IP 계층의 이동성 기술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TCP/IP 인터넷 구조에서 다양한 유무선 액세스 기술의 구조 및 특징에 구애받지 않는 공통 계층으로서 가장 하부에 위치하는 것이 IP 계층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IP 계층의 이동성 관리 기술은 1990년대 중반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으면서 기술 개발 및 표준화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로 IETF의 MIP(Mobile IP), PMIP(Proxy MIP) 등의 잘 알려진 프로토콜이 발표되었고, ITU-T에서도 Q.1707, Y.2018, Y.2812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권고안을 통해 NGN 환경에서의 이동성 관리 프레임워크, 기능구조, 특정 무선망 간의 연동 시나리오 등에 참조할 수 있는 기술 표준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존 기술에 대한 활용도는 높지 않으며, 그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인터넷을 이루는 라우팅 구조는 일련의 IP 주소 묶음으로 구성되는 도메인(또는 서브넷) 기반으로 동작하며, 코어 네트워크에서는 패킷의 목적지 주소 중 IP 도메인을 나타내는 부분(Prefix)을 참조하여 전달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이 경우 모바일 단말이 동일한 IP 주소를 유지하면서 도메인 간을 이동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단말의 위치 변경 정보가 네트워크에서 별도의 기능으로 실시간 관리되어야 하며 단말에 대한 패킷 전달 경로도 신속하게 변경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한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대규모의 장비 교체 및 기능적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게 되며 그에 따른 막대한 투자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은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4천만에 육박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과 기능적인 복잡도 측면에서 더욱 커지며, 이종 망간의 이동성 서비스와 같은 기반 기능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가입들이 추가 통신비용을 지불하는데 호의적일 수 없다는 점은 기술 전개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SDN 기반의 이동성 관리 기술

IP 계층의 이동성 관리 기술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는 것은 SDN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다. <그림 1>에 보인 것과 같이 미래 네트워크는 SDN 구조를 이용해 현재 오픈플로우(OpenFlow) 스위치로 대변되는 매우 단순한 데이터 전송 장비들로 하부 전송망을 구성하고, 이동성, 콘텐트 라우팅, 에너지 효율 등 목적에 따라 논리적으로 가상화되는 네트워크의 모든 제어 기능을 하부망과 분리된 제어 계층에 구현하는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IP 이동성 관리 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단말의 위치정보 관리, 핸드오버로 인한 정보 및 데이터 경로 업데이트, 사용자/단말에 대한 인증, 이동 중의 지속적인 QoS 보장 등에 관련된 모든 처리를 집중화(Centralized)된 제어 서버들 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이는 네트워크 전반에 산재되는 이동성 정보 관리의 중복성(Redundancy)을 없애고, 네트워크 개체들 간에 주고받는 제어 메시지 트래픽과 지연시간(Latency)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SDN 제어 계층의 유연한 특성(Programmability)은 이동성 관리를 위한 대부분의 기능을 장비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적으로 설치할 수 있게 되므로 통신사업자의 투자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그림 1> SDN 개념 (ITU-T Recommendation Y.3300)

SDN 기반의 IP 이동성 관리 기술 표준화는 우선 기존에 ITU-T, IETF, 3GPP 등에서 개발된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 등을 SDN 제어 계층에 잘 적용시키기 위해 개선하는 작업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3GPP의 무선랜 연동을 위한 표준 구조에 적용된 PMIPv6와 ITU-T SG13의 NGN 이동성 관리 프레임워크 표준 등이 그 주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기술들은 기존 인터넷 환경을 고려해서 최적화된 것들이므로, SDN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네트워크 구조에 적용했을 때 비효율성을 갖는 특징과 요소들이 적지 않다. 이는 SDN 구조에 적합한 새로운 이동성 관리 구조 및 프로토콜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이 분야의 기술 진화 및 표준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유무선 통신 기술을 아우르며 사용자에게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는 끊김없는 모바일 서비스 실현을 위한 인프라를 SDN 구조를 통해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레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