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정보통신 개발에 관한 모든 프로그램과 계획을 논의하는 WTDC(World Telecommunication Development Conference, 세계전기통신개발총회)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에서 개최되었다. 본 회의는 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ITU에서 개발 주제를 담당하고 있는 ITU-D 총회이지만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상당수 주제들에 있어 기술 표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ITU-T(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Telecommunication Standardization Sector)와의 관련성이 넓고 깊어져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WTDC 회의에서도 목표, 두바이 선언 및 결의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동향이 잘 나타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번 WTDC의 주요 결과 중 향후 ITU-T와 관련될 수 있는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브로드밴드와 ITU-T 활동

금번 WTDC 2014는 그 테마를 “Broadband for sustainable developments”로 설정하여 개도국 개발을 위해 브로드밴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해 ITU-D에 필요한 각종 계획 등을 논의할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와 목표의 설정은 현재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정보화의 요구를 고려할 때 적절한 주제로 인지되었다. 이러한 인지는 WTDC의 개막 과정에 진행되었던 각국 대표들의 Policy Statement에서 잘 반영되어 브로드밴드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 주제가 갖는 ITU-T에 대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는가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ITU-T의 경우 브로드밴드 그 자체는 더 이상 주요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표준 연구반의 활동을 보더라도 광 통신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SG15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연구반들이 브로드밴드라는 주제보다는 브로드밴드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망 및 서비스 운영 등에 관한 표준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WTDC의 주제는 ITU-T로서는 이미 마무리된 주제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 같다.

이번 WTDC를 통해 이제 전세계는 단순히 Connected World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Broadband connected world를 지향하게 되었다. 이 지구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브로드밴드를 통해 통신은 물론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즉 브로드밴드는 이제 이 지구의 모든 인류를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이자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ITU-T는 물론 여타 표준화 기구 등에서 정의하고 개발한 브로드밴드는 이를 위해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정보사회를 운영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인 트래픽에는 오직 브로드밴드만이 존재한다. 즉 어떤 서비스나 조건이 되었던 트래픽을 구분할 때에는 브로드밴드인가 아닌가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브로드밴드에 대한 구분 역시 매우 모호하게 되어 있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보사회가 진행이 되면서 정보를 이용하는 방식이나 방법 등이 다양해짐에 따라서 통신망의 처리 능력도 다양해질 것이 요구되고 있으나 현재의 정보통신망 기술과 표준에는 이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향후 ITU-T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세밀하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브로드밴드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표준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Bridging Standardization Gap과 ITU-T 활동

정보사회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로 “디지털 격차”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으나 ITU-T와 연결되어 있는 요소 중 하나가 “표준화 격차”이다. 사실 디지털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에서의 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련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이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한 과정의 하나로 표준에 대한 격차의 해소가 있다.

이는 다시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표준에 대한 이해의 격차 해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되어 있는 표준에 대하여 교육이나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하여 그 이해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제시되어 현재까지 ITU-D와 ITU-T 간의 협력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표준화 과정에 대한 격차가 그것이다. 이는 표준 개발 과정에 개발도상국의 관계자들이 참여 정도가 부족 (양적 질적 양면 모두)함에 따라서 해당 기술의 표준 개발과정에서부터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ITU-T에서는 ITU-D와 협력하여 개발도상국 전문가들의 참가 격려를 위한 Fellowshi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은 양적인 측면은 물론 참가자들의 질적인 참여 역시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ITU-T는 보다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의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원격 회의 참가 기능을 개발도상국의 주요 포스트까지 확장하여 직접 참여와 같은 효과를 갖도록 제공하고 또한 표준화 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참여에 적절한 과정에 이들의 참여를 집중하도록 하여 개발도상국 전문가들의 참여 의미를 증진하도록 함으로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들이 될 수 있겠다.

정보사회가 진행되고 확산됨에 따라서 개발도상국과 관련된 특이 주제들이 좀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직접적인 지원 문제뿐 아니라 ITU-T와 같은 표준화 국을 통한 협력 문제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는 대부분의 ITU 활동이 ITU-R과 ITU-T로 집중되어 있어 아직은 ITU-D를 통한 직접적인 활동은 미약한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ICT 강국으로서 앞으로 좀더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한편으로는 정보사회의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는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향상시키고 이들의 정보화에 우리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 ITU-R과 ITU-T 활동을 통한 전략의 수립도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