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방송 시스템의 개요

방송은 일반적으로 신호가 송신 쪽에서 수신 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에서는 서비스(채널)의 구분을 주파수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상업적 방송들은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주파수 대역폭이 확보되어 있어서 각 방송사별로 분할된 주파수 대역을 할당 받아 서비스 채널로 사용한다. 하지만 전국적인 수요가 없는 국지적인 방송 서비스에는 이러한 고정된 주파수 대역을 할당할 수 없으므로 허가가 필요 없고 송신 전력 등의 일정한 규정만 준수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ISM(industry, science, and medicine; 산업, 과학 및 의학용) 대역을 사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범용의 주파수 대역에는 여러 서비스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국지적 서비스를 위한 안정된 방송용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서 소개하는 다국어 방송 시스템은 ISM 대역에서 최대 64개의 독립된 채널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모든 채널을 일방통행적인 방송용으로만 할당할 경우 64개의 방송 채널을 사용할 수 있고, 송신과 수신이 동시에 가능한 통신용으로 사용할 경우는 최대 32개의 독립된 무선 통신 선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기술은 채널 모니터링과 함께 시간적으로 규격화된 데이터 형식과 시분할 다중 접속 방식, 주파수 분할 다중 접속 방식, 주파수 도약 통신 방식 등이 결합된 것이다. 시간적으로 채널별로 송신 시간이 구분되어 있고 또 같은 송신 시간에서는 동일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간섭 문제가 적으며, 시간과 주파수 다각화를 사용하여 채널의 열화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국어 방송 시스템의 기술

ISM 대역은 각각 1MHz의 대역폭을 갖는 총 80개의 주파수(정확한 표현은 ‘채널’)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개하는 시스템은 채널 사운딩 기술을 사용하여 그중 가장 간섭이 적고 환경이 좋은 16개의 주파수를 선택한다. 이 16개의 채널로 서로 주파수가 겹치지 않는 16개의 주파수 수열을 구성한다. 즉, 어느 한순간에도 겹치는 주파수가 없는 16개의 주파수 도약 패턴을 만들 수 있다. 16개의 송신기는 일정 주기마다 각각 16개의 주파수 중에서 한 개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는 16개의 주파수를 모두 사용하지만 각 순간 각각의 송신기가 사용하는 주파수는 모두 다르게 하는 것이다. 각각의 주파수 도약 패턴마다 1개의 서비스가 할당되므로 주파수의 관점에서는 동시에 16개의 채널이 생긴다. 시간적으로는 네 개의 독립된 시간 슬롯을 만들어 각 슬롯마다 다른 서비스를 할당한다. 즉, 시간적으로는 4개의 독립된 채널을 확보한다. 따라서 시간 슬롯이 4개이고 각 시간 슬롯마다 16개의 주파수 채널이 있으므로 총 4 × 16 = 64개의 서비스 채널이 생긴다. 64개의 채널을 모두 방송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송신기가 16개의 주파수를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송신기가 16개의 가변 주파수 발생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정 주파수 발생기가 아닌 가변 주파수 발생기가 필요한 이유는 각각의 주파수 발생기가 한 개의 특정 주파수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앞에서 구성한 16개의 주파수 도약 패턴 중 한 개를 일정 주기마다 순서에 따라 변경하며 발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송신기의 가변 주파수 발생기가 한 개일 경우에는 각 시간 슬롯마다 한 개의 주파수만 송신할 수 있고, 한 주기에 총 4개의 시간 슬롯이 있으므로 4개의 서비스를 송신할 수 있다. 주파수의 관점에서는 한 개의 채널만 사용하고 시간적으로만 구분된 4개의 채널을 사용하는 것이다. 주파수 발생기가 두 개이면 한 시간 슬롯에 2개의 서비스(채널)를 송신할 수 있고, 4개의 시간 슬롯에서는 총 8개의 서비스(채널)를 송신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신기는 한 개의 시간 슬롯과 그 시간 슬롯에서 한 개의 주파수만 선택하면 원하는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보통은 64개나 되는 방송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64개의 송신 채널을 단말기별로 적절히 나누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다.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국제전기표준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표준안은 세 가지 형태의 방송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 단방향 다국어 방송, 양방향 마을 방송, 개인 이동 방송이 그것인데, 아래에 이들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IEC 표준안 PT62767의 소개

1. 단방향 다국어 방송

단방향 다국어 방송은 64개의 송신 채널을 모두 방송용으로 사용하는 형태이다. 최대로 송신할 수 있는 방송 채널의 수가 64개라는 의미이며 가변 주파수 발생기 한 개당 네 개의 방송 채널(네 개의 시간 슬롯)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주파수 발생기의 수를 늘려 나가면 된다. 수신기는 네 개의 시간 슬롯 중에서 원하는 방송에 해당하는 시간 슬롯과 16개의 주파수 도약 패턴 중 원하는 방송에 해당하는 패턴을 선택하면 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방송 형태 외에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같은 내용을 재방송하는 형태(전용 채널 다국어 방송), 지향 다국어 방송, 근접 다국어 방송, 미리 등록된 수신자에게만 수신이 허용되는 제한 방송, 긴급 방송 등의 형태 등을 구현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표준은 현재 IEC PT62767-1로 표준화를 진행 중이며 2014년까지 표준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2. 양방향 마을 방송

방송에 사용되지 않는 채널들 중에서 일부 채널을 수신자가 상향으로 송신하여 양방향 통신이 되도록 하는 형태이다. 그 밖에 수신자는 남는 채널을 이용하여 가청 거리 밖에 있는 수신자를 위해 방송 내용을 중계할 수도 있고 또 가청 거리 밖의 사용자의 메시지를 상향으로 중계할 수도 있다. 이는 IEC PT62767-2로 2016년경까지 표준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3. 개인 이동 방송

양방향 마을 방송 형태에 수신자 사이의 송수신도 가능하도록 더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32쌍이 동시에 통신할 수 있으나 방송 채널을 빼면 통시 통신이 가능한 채널의 수는 이보다 줄어들 것이다. 이 형태에서는 몇 개의 방송 채널 중 원하는 방송을 수신하는 도중 잠시 방송 수신을 중단하고 그룹 내의 다른 사람과 통화도 가능하다. 방송과 통신 중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이다. 이 형태에 표준은 IEC PT62767-3으로 2017년경까지 표준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결언

현재 표준화를 진행 중인 다국어 방송 기술은 이미 여러 가지 제품 형식으로 검증을 받은 피코캐스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피코캐스트 기술은 ISO/IEC 29157로 이미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토종 기술이 제품으로 검증되고 국제 표준으로도 채택되었지만 우리 기술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과 관심 부족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기술의 상업화에 필요한 국내 투자자들을 찾지 못하여서 미국에서 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