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부분 업무가 전자적으로 처리됨으로 인해 업무결과는 자연히 전자문서로 생성된다. 그러나 전자적으로 생성된 전자문서가 종이문서와 동등하게 장기간 충실히 관리하고 보관되어 그 신뢰성을 인정받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전자문서가 사용될 때 ‘원본성 유지’와 ‘재사용 요구’라는 상반된 현실적 요구가 공존하기 때문에 전자적 원본상태를 관리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원본사본이 전자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전자문서 내용이 변경되거나 통신과정에서 망실, 유출되는 경우에도 식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전자문서관리는 종이문서보다 엄격한 기술과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도 전자문서의 고유한 특성을 보안하여 전자문서가 신뢰적으로 활용되기 위하여 ISO TC 171(전자문서 응용기술)에서는 전자문서와 전자이미지 정보 전반의 응용기술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정한다.

2013년 5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ISO TC171 총회가 개최되었다. 9개국 30여 명 대표가 참가하였고 본 TC는 다양한 전자문서 관련 기술 흐름 - 정보보안, 전자기록, 멀티미디어 등에 부응하여 역동적으로 다양한 표준과제 발굴과 제정에 힘쓰고 있다. 본 TC 내에는 3개 SC가 구성되어 있다. SC1에서는 품질 이슈를 중심으로 산하에 현재 WG 5와 WG6 과제가 운영되고 있다. SC2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이슈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부문에 대하여 WG1, WG2, WG5, WG6, WG7, WG8, WG9에서 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자문서 관련하여 일반 이슈를 다루는 SC3에서는 WG1, WG2, WG3에서 각 부문별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본 회의에서 많은 표준안이 진행되고 신규과제가 채택되었지만, 핵심 논의를 간추려 보면 PDF 고도화(엔지니어링 문서, 웹접근성), 디지털이미지 및 전자문서 품질, 신뢰기반 전자문서 영역확대, 장기보관기술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번 회의에 논의된 안건 중 주요사안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신뢰기반(보안적용) 전자문서 영역의 확대

전자문서를 장기적으로 신뢰성 있게 관리방안은 본 TC의 주요이슈라고 할 수 있다. 최근 TC 171 내 모든 분과에서 보안이 강화된 신뢰기반 전자문서에 대한 과제가 진행되거나 신규 제안되고 있다.

본 회의에서 SC1 신규과제로 「전자문서관리를 위한 신뢰기반 WORM 기능적 기술적 요건」을 채택하였다. 신규과제 제안서에 따르면 신뢰기반 스토리지에 대한 접근 통제 기능 및 WORM 평가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영국, 일본, 한국, 남아공 등이 참여 예정이다.

SC2 내 진행 중인 「EDMS 분석, 선정 및 구현」 과제에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공인전자문서센터 모델인 TTPR(Trusted Third Party Repository) 내용이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의 아웃소싱 방안으로 반영되었다. 이는 차기 회의에 DTR로 제출 예정이다.

SC3에 신규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신뢰기반 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전자문서관리 해당 업무프로세스에서 활용되는 산업표준과 베스트 플랙티스(best practice)를 중심으로 신뢰시스템에 대하여 평가하고, 전자문서시스템을 구성하는 제반 요소기술에 대한 신뢰 기준을 정의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과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초안이 개발되어 ISO 과제로 상정 중에 있다.

또한 SC3에서는 TC171 내에 대표적인 신뢰성 표준으로 인용되고 있는 ISO 15801 「전자화문서의 신뢰성 권고표준」의 개정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일본에서 전자화문서(스캐닝문서)의 품질유지에 필요한 절차와 기준에 대한 강화와 보안이 필요하다고 제기하였고, 개정 작업에 한국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운용하는 「전자화문서 품질인증 기준」이 반영에 대하여 건의하였다.

PDF 문서 고도화

전자서명 기술은 전자문서의 원본성과 무결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다. 그러나 전자문서에서 전자서명을 활용하기까지 오랜 논의와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1980년대 IT환경에서는 종이문서를 대체할 전자문서 기술에 전자서명을 포함하지 않은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를 거쳐 2010년 IT가 발전함에 따라 오히려 전자문서 관련 보안 이슈는 보다 강력해지고 전자문서의 원본성과 무결성 해결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2005~6년 ISO 19005 PDF/A, 일명 “PDF for Archive”가 제정 당시만 해도 PDF 문서의 장기보관을 위해 전자서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었고, 문서 안에 내장되는 형식으로 채택되었다. 장기간 보관이 목적인 PDF/A문서는 다양한 파일포맷, 다양한 버전에도 중립적인 문서로 기능하기 위하여 자기 충족(self-sufficient) 형태로 문서포맷을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전자서명 역시 문서내부 내장 형태로 정의되었다. 이러한 내장형 전자서명 방식은 PDF/A문서 무결성 검증을 까다롭게 하였으며, 내장된 다양한 전자서명 방식을 분석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겨주었다.

이번 ISO TC171 비엔나 회의에서도 PDF 문서 관련 보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ISO 14289 PDF/UA(Portable Document Format/Universal Accessibility)나 ISO 24517-2 Engineering document format using PDF-E와 같은 과제에서 전자서명을 정의하였다. PDF/UA는 장애인을 포함하여 보편적인 웹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중인 표준으로, 기존 W3C에서 권고한 WCAG(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v2.0과 본 ISO 24517-2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드래프트 내 모순성에 대한 수정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PDF/UA 문서는 어도비사 XMP(eXtensible Metadata Platform)로 저장하도록 하고, 전자서명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표준 제정시 최소규정을 원칙으로 하지만 PDF/E 문서 포맷에 대한 보안성 지원을 위해 가장 진보된 전자서명 기술의 하나인 디지털 서명기술이 채택되었다. PDF/E 문서는 3차원 멀티미디어 사무용 엔지니어링 전자문서 표준포맷으로, 제품 및 건축설계 도면에 활용되기 위하여 3차원 PRC(Product Representation Compact) 포맷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PRC 갭분석이 완료되어 멤버간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PDF/E 문서를 작성하는데, 다양한 유형의 멀티미디어 소스원에 대한 원본성과 무결성을 관리하기 위하여 디지털서명 기술을 채택하게 되었다. 이는 PDF 문서라도 업무문서로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보안기능이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밖에 PDF 문서 봉투포맷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어 왔다. 이번 회의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비서명 방식 PDF 봉투화일 포맷’에 대한 신규과제를 제안하고 있어서 향후 지속적으로 주목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전자문서의 장기보관 및 이미지정보 품질

대표적인 전자문서 산업으로 스토리지 시장이 있다. 특히 전자문서를 장기보관해야 하는 경우 분산장소에 중복보관하므로 많은 양의 스토리지가 필요하고, 이후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스토리지의 특성상 일정기간 경과 후 일시에 급격히 성능이 저하되므로 각종 스토리지 선정시 그 성능과 한계수명을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지 선정기준에 대한 국제표준이 필요하였다.

현재 SC1 WG6 수행과제인 「장기보관 디지털 스토리지 미디어 선정」은 각종 디지털 스토리지에 대한 성능테스트를 하고 각 스토리지 미디어별 기대수명을 측정하여 선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능테스트를 위하여 장기간에 대한 시간 기준을 30년으로 설정하고 가혹한 환경(시간, 온도, 작업부하 요건)에서 각 스토리지 미디어별 성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SC2에서 진행되는 장기보관 관련 과제로 다양한 파일 포맷을 장기보관하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보관 파일포맷 선정 및 마이그레이션 방법론 지침」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전자화문서 원본성 판별을 위한 중요한 기준으로 엄격한 해상도 품질이 요구된다. 이는 스캐닝 및 프린터 장비의 성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일본, 프랑스, 미국 등 관련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관련 기기의 성능개선에 따라 신규과제가 제안되고 있다. SC1 WG5 내에서 「사무용 문서의 흑백스캐닝 테스트」 중 제2편 ‘고해상도 응용기술’에 이어 제3편 ‘저해상도 응용기술’이 진행 중에 있다.

표준화 진행경과와 향후 전망

ISO TC171(전자문서응용)은 디지털 미디어 및 정보보안, 기록관리 등 다양한 유관 TC의 진행사항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매우 다양한 전자문서 응용기술에 대한 표준화 과제를 발굴하는 한편, 과거 PDF 중심의 TC171 고유의 활동에서 다양한 전자문서 응용기술과 접목한 고유 표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최근 유관 TC간 연합 워크숍에서 본 회의 운영진은 앞으로 TC 171은 스토리지 미디어와 같은 장기보관 기술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본 TC의 특징은 전자문서 IT기술 공급 목적의 국가에서 주로 참여하며 시장을 둘러싼 기술 중심의 논의가 치열하고 세밀하다. 이번에 개최된 비엔나 회의에서 많은 표준과제가 진행되고 정리되고 있으며, 논의되고 있는 전자문서 응용기술의 새로운 관심분야로 PDF 쌍방향 리치 미디어 정보 포맷, PDF 봉투포맷, ePub(전자출판) 그룹과 협력, 신뢰기반 전자문서기술에 대한 평가지침, 신뢰기반 스토리지(WORM)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