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SA는 4년에 1회씩 열리는 ITU-T에 있어서는 가장 고위 수준의 논의를 하는 총회로서 ITU-T의 지난 4년간의 활동 결과를 검토하고 향후 4년간의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결의 및 운영 등을 위한 권고를 제/개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회의이다. 지난 2012년 11월 WTSA-12 회의는 최초로 중동권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되었고, 본 회의에서 채택된 새로운 결의 중에서 특이한 결의가 하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SDN(Software Defined Networking)에 관한 신규 결의이다.

SDN은 네트워킹 기능 개선을 위해 ITU 외부에서 포럼 형태로 운영되고 있던 주제로, 최근 ISP와 통신 사업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요한 미래 통신망 기술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한 ITU-T의 최신 결의를 소개한다.

SDN과 ITU-T

SDN은 패킷 통신망에서 제어와 전달 기능을 분리하고 이 중에서 제어 기능을 통합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신 접속의 구성 및 운영 그리고 이를 통해 보다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킹 기술이다. 본 기술을 통해서 현재의 패킷 통신망, 특히 인터넷의 기반이 되고 있는 IP 통신망은 복잡해져 가고 있는 이용자 환경의 다양화와 콘텐츠 전달의 복잡함에 따른 망 운영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ISP 같은 경우, 서비스 특성에 따른 하부 전달 통신망의 구성 및 이용이 가능하게 되고 이를 ISP 입장에서도 편리하게 구성 및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ITU-T에서는 SG13을 기반으로, Future Network라는 이름 아래 제어와 전달 기능의 분리라고 하는 중요 주제로 인식되어 Future Network의 구현을 위한 중요 후보 기술의 하나로 주시되어 왔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SG13에서는 2012년 1월부터 SDN의 요구사항과 구조를 논의하는 주요 그룹인 ONF(Open Network Forum) 등과 협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으며, SDN을 캐리어 수준에서 적용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SDN 표준화는 2013년 2월 18일~3월 1일 개최 예정인 SG13의 2013-2016 회기 첫 회의에서 많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WTSA 신규 결의 주요 내용

지난 2012년 11월에 WTSA에서 제정된 신규 결의의 주된 내용은, 본 기술이 중요한 바, ITU-T가 이에 대한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 현재까지 본 주제를 나름대로 다루고 있던 SG13에 본 주제의 표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 범위와 일정 등에 대해서 신속히 조사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TSAG에 제출하도록 적시하고 있다. 또한 본 주제와 관련된 표준화 기구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표준화 추진 협력 방안을 수립하여 함께 보고하도록 하였으며, 필요한 주제가 정립되는 경우 Focus Group의 구성 및 운영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명시하고 있다.

필자가 WTSA 결의 중에서 특이한 결의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DN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주제이기는 하나, 특정 기술의 하나일 뿐이고, 더욱이 SDN을 통해 기존의 통신망에 얼마만큼의 변혁을 만들어낼지 아직은 명확하게 단정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신망을 다루고 있는 연구반에서 이미 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조사 및 연구에 착수한 상황에서 TSAG의 합의도 아니고 WTSA 수준에서 결의를 만들어서까지 진행하여야만 되었던가 하는 것에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향후 진행 예상

SDN에 대한 표준화 추진의 필요성이 WTSA 결의를 통해서 주어졌기 때문에 해당 연구반, 특히 SG13은 이에 대한 표준화 방향 및 방법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서 제출하여야만 한다. 현재 일정으로 보아 2013년 2월 SG13의 첫 번째 회의에서 그 상당수 골격이 준비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SG13 2월 회의와 함께 또는 그 이후에 SDN관련 워크숍을 개최하여 SDN 전문가들과 보다 깊이 있는 논의, 그리고 향후 표준화 추진 및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일종의 보고서는 2013년 7월로 예정되어 있는 TSAG에 제출될 것이고, 이를 통해 ITU-T 내 각 연구반에서 필요한 표준화 주제의 검토, Focus Group 구성의 필요성과 방법 그리고 유관 표준화 기구와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표준화 대응 방안이 정립될 예정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WTSA 수준에서 기대하기 힘든 주제가 결의를 통해 의결되고 해당 연구반에 이를 수행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는 ITU-T라고 하는 전체적인, 그리고 국제적인 환경에서 보면 황당한 상황이기는 하나, 결론으로서 주어진 일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실 본 주제가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중국, 특히 Huawei라고 하는 회사의 밀어부침이 거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힘에 어느 누구도 반발하지 못하고 그저 순연하게 이를 수용하려고 애쓴 결과가 본 결의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SDN 전문가들, 특히 SDN의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룹들이 지난 2012년 11월 결의에 따라 ITU-T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안함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면 ITU-T에서의 SDN은 특정 국가의 주도권으로 넘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DN은 국내에서도 스마트 인터넷이라는 이름 아래 중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주제인 바, 국내 전문가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요망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