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기반 제3자 보관소(TTPR, Trusted Third Party Repository) 개요

ISO TC46 SC11(기록관리) 제28차 베를린 회의(2012.5.7~11)에서 한국이 제안한 『디지털기록의 신뢰기반 제3자 보관소(이하, TTPR)』가 ISO TR 17068로 최종 승인되었다. 한국의 공인전자문서보관소 기술을 기반으로, 법 제도가 상이한 국제간에도 디지털기록(전자문서, 전자화문서)의 원본성을 인증하여 증거력을 제공할 수 있는 ISO 표준기술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대다수 나라에서는 디지털기록이 생산 이후 원본성 훼손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증거로서 불충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전자문서를 디지털 서명하여 기록(보관)하는 경우에도 디지털서명의 수명이 한시(1~2년)적이기 때문에, 장기간 증거보관해야 하는 경우 종이매체로 보관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IT의 발달로 기록이 대거 디지털매체로 생성되고 있어 디지털기록이 종이매체와 동등한 증거력을 갖추어야 할 필요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ㆍ미ㆍ영ㆍ캐나다 등 국가는 디지털(전자)기록의 증거 관련 법을 제정하여 국가 내에서 증거를 인정 하고 있지만, 국제표준기술이 정립되지는 못한 실정이었다. 따라서 한국에서 공인전자문서보관소와 같은 제3자가 디지털기록의 원본성을 인증할 수 있는 TTPR표준안을 2010년 ISO에 제안하였고 지난 베를린 회의에서 27개국의 투표를 통과해 ISO 표준기술로 제정된 것이다.

본 TTPR은 생성된 디지털기록(원본)이 그대로 TTPR에게 등록보관되면, TTPR은 요청시 해당 기록을 원본 인증하여 디지털기록의 증거력을 유지한다. 표준안은 이를 위해 필요한 높은 신뢰수준의 TTPR 시스템 관련사항 및 고객서비스 관점에서 TTPR 서비스 요건 및 역할과 함께 디지털기록관리의 엄격하고 철저한 운영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TTPR 국제표준기술 제정과 관련하여 오랜 쟁점사항-즉, 종이기록 보관이 디지털기록으로 온전히 대체될 수 있는가에 관한 사안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쟁점: 전자화 문서의 종이원본을 폐기해도 좋을 것인가?

디지털기록의 문서(정보)형태는 크게 (1) 태생적 전자문서, (2) 보관과정에서 스캐닝 등 전자적인 방법으로 변환된 전자화문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 중 특히 전자화 문서에 대한 원본성 인정문제는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다. 즉, 종이문서를 스캐닝하고 난 후에 종이원본을 폐기해도 증거보존에 문제가 없을 지에 대한 우려이다.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전자화 기록에 대한 법률상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철저하고 엄격한 관리 및 검증을 통해서 전자화 기록의 효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해결방안으로 높은 신뢰기반의 기록관리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제3자 보관소와 같은 중립적인 보관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UPA법(Uniform Photographic Copies of Business & Public Records as Evidence Act)을 마련하고 美국립표준기술원(NIST)의 CFTT(Computer Forensic Tool Testing)에서 기록의 무결성 검증 기능테스트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전자화문서 법적 증거 준수지침(Code of Practice for Legal Admissibility & Evidence Weight of Information Stored Electronically)』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자화 기록의 증거력제고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TTPR은 종이보관 대신 전자화문서가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는 신뢰수준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ISO 15801 『전자화문서의 신뢰성 권고표준』에서 ‘기록의 변경이나 내용을 증명하는 안전한 방법은 파일의 사본을 TTPR에 저장하는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이어 최근 ISO 14641 『전자정보보존시스템의 설계 운영표준』에서도 TTPR을 이용하여 전자화 문서의 인증에 필요한 사항을 기술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화되었던 전자화 문서 보존기술의 안정성 대한 우려는 신뢰기반 기록관리 표준기술이 빠르게 발전되면서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5월 캐나다 미시소거에서 개최된 ISO TC171회의에서도 신뢰기반의 기록관리 신규표준 프로젝트가 두 건이나 제안되었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종이를 대신할 수 있는 전자화 문서보존 기술은 충분한 시스템(HW, SW)요건, 엄정한 업무절차, 전문인력뿐만 아니라 평가 및 감시체계 등을 어울러 철저하게 신뢰를 지켜나가는 실천력이라 하겠다.

2. 쟁점: 디지털기록의 원본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디지털기록의 원본성이 훼손되어도 이를 쉽게 분별하기 어렵다. 실제 개인 또는 조직의 전자적 업무활동으로 생성된 디지털기록은 정보뿐만 아니라 증거로서 활용되어야 하지만, 기록이 이동하는 경우, 디지털서명의 수명주기를 넘어서 장기보관해야 하는 경우 기록의 훼손이 용이할뿐더러 훼손여부에 대하여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증거가치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기록분야의 국제연구협의체인 InterPARES(International Research on Permanent Authentic Records in Electronic Systems)에서는 디지털기록의 원본훼손을 방지하고 원본성을 유지하기 위한 『원본 전자기록 보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을 공표하였다. 한편, UN 『국제 계약에 있어 전자적 의사표시의 이용에 관한 협약』에서 생성시점에서 의사표시 확인에 필요한 정보가 기록되어야 한다고 전자기록의 법적 증거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여 디지털기록 생성시점의 원본기록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신원이 확인된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메시지 전송과정과 절차에 따라 생성된 시점정보를 포함하여 당사자가 서명한 기록의 무결성을 유지하여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원본 디지털기록을 입증하기 위하여 해당기록이 법적 요건에 따라 정당하게 생성된 절차임을 확인시키고, 생성 이후 기록이 이동하거나, 장기보관하는 과정에서 원본성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일일이 증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TTPR은 이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TTPR 원본인증 서비스는 고객의 원본디지털기록을 쉽게 확인시킬 수 있다. 당사자는 디지털기록의 원본을 제3자인 TTPR에 등록보관함으로써 장기간 원본기록을 유지하고 입증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 TTPR은 고객(당사자)과 사전에 서비스협약을 체결하고 상호역할과 책임을 정하여 신뢰기반의 디지털기록 관리체계를 운영하여야 한다. TTPR 표준에서는 고객기록의 생성시점정보(Timestamp), 전자서명 등을 포함한 TSIP(Trusted Submission Information Package) 제출패키지, 입수된 디지털기록 보관을 위한 TAIP(Trusted Archival Information Package) 보관패키지 등을 정의하여 원본 디지털기록에 대한 등록보관에 필요한 기술요건을 정의하고 있다. TTPR은 이들 패키지를 이용하여 원본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 원본증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ISO JTC1/SC27(정보보안)에서도 다양한 저장매체에서 디지털 증거 수집을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디지털기록의 원본성을 지원하는 서비스기술은 우리가 제안한 TTPR 표준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화 의의와 향후 과제

TTPR표준은 ‘신뢰기반의 제3자서비스’라는 새로운 디지털기록관리 영역을 개척하였고 이를 국제표준기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TTPR은 한국이 강한 IT응용서비스 기술영역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디지털증거를 인정하는 국가에서는 TTPR기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TTPR이 앞으로 클라우드 환경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클라우드 환경에서 TTPR 서비스가 ‘업무와 기록이 연계된 융합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기록이 필요하지 않은 개인, 조직, 국가는 없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기록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병원, 학교, 기업 등 업무자동화 확산으로 디지털기록의 보관활용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클라우드 TTPR서비스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활용되는 커다란 시장규모를 전망하기는 쉽다.

TTPR표준안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총괄하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제안하여 ISO표준기술로 정립하였다. 현재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메일’과 ‘전자문서유통허브’를 운영하여 전자문서 유통단계의 취약점을 개선하여 신뢰기반의 전자문서서비스를 개발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서비스기술 역시 새로운 글로벌 표준기술로 잉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