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미래인터넷(Future Internet)을 선점하기 위한 대규모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NSF의 경우 Future Internet Architecture(FI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Named Data Networking(NDN), MobilityFirst, NEBULA, eXpressive Internet Architecture(XIA) 프로젝트가 3년(2011~2013년) 기간에 3,000만불 규모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The 7th Framework Programme(FP7) ICT Research를 통해 Challenge 1(Pervasive and trusted network & service infrastructures)에서 Objective 1.1(Network of the Future)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아래 대규모 미래인터넷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4년(2007~2012년) 동안 4 차례의 제안과정(Call 1, Call 4, Call 5, Call 8)을 통해 100개 이상의 과제에 약 4200백만 유로가 투입되어 완료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미래인터넷 과제를 주제별로 분류한다면, 이동성 중심(Mobility-Centric), 정보 중심(Information-Centric), 보안 중심(Security-Centric), 클라우드 중심(Cloud-Centric), 자원 제어(Resource Control), 지능형 네트워크 관리(In-Network Management, INM)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이들 중에서 이동성 중심(Mobility-Centric) 네트워크와 더불어 미래인터넷 관련 대규모 과제 중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정보 중심(Information-Centric) 네트워크에 대해서 기술 및 표준화 현황을 다루고자 한다.

정보 중심 네트워크(Information-Centric Network, ICN)의 개념

정보 중심 네트워크(ICN)란 개념은 미국 및 유럽연합의 다양한 연구 과제에서 Named Data Network(NDN), Content-Centric Network(CCN), Data-Oriented Network Architecture(DONA), Publish-Subscribe Internet(PSI), Network of Information(NetInf) 등과 같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들은 세부적인 기술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향하는 목표 측면에서 모두 동일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IP 기반의 클라이언트-서버 모델(Client-Server Model)를 기반으로 하는 현재 인터넷 구조에서는 통신에 참여하는 양 끝 단은 상호 연결관계를 구축한 후, IP 데이터 패킷을 단일 경로를 통해 전송하는 일-대-일 전송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어 확장성, 보안성 등 측면에서 제약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래인터넷 구조를 지향하는 ICN은 주소(Address), 서버(Server), 호스트(Host) 등과 같은 “어디(Where)”에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통신 패러다임을 “무엇(What)”, 즉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의 구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보(Information)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IP 주소와 같은 위치를 지정하는 대신에, 정보에 고유(Unique)한 식별자(Identifier) 혹은 이름(Name)을 부여함으로써 정보를 최상의 독립적 주체로 고려하는 것이다.

ICN 관련 기술의 연구 개발 현황

미국 및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ICN 관련 기술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Named Data Network(NDN) 혹은 Content-Centric Network(CCN)

NDN과 CCN의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CCN이란 용어가 더 친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본 기술은 미국 FIA 프로젝트 중 하나이며 UCLA의 Lixia Zhang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NDN 프로젝트에서 연구되고 있다. CCN은 콘텐츠 생성자,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 네트워크로서 콘텐츠의 생성자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콘텐츠 생성자와 소비자 사이에 콘텐츠 배포자가 존재하여 효율적인 다-대-다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어느 주소에 콘텐츠를 전달할 것이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전달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CCN 라우팅이 이루어지게 된다.

(2) Network of Information(NetInf)

NetInf는 2008년부터 2년간 2,300만 유로가 투입되어 진행된 유럽연합의 초대형 미래 인터넷 연구 프로젝트인 4WARD(Architecture and Design for the Future Internet)에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2013년 1월까지 약 2,000만 유로 규모로 진행될 계획인 4WARD의 후속 과제인 SAIL(Scalable & Adaptive Internet Solutions)에서 역시 NetInf는 핵심 기술로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NetInf 개념은 더 이상 단순하게 데이터를 단대단 관점에서 교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액세스되는 정보 세부 요소에 중심을 둔다. 서버의 인다이렉션(Indirection)를 통한 정보의 접근 및 처리가 아닌 네트워킹의 중심에 정보 객체(Information Object) 자신을 위치시킨다는 것이 NetInf의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다. NetInf는 같은 정보 객체의 동일한 복사본을 다중으로 캐시함으로써 기본적으로 대규모 콘텐츠 배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NetInf가 지연 허용 네트워킹(Delay Tolerant Networking, DTN)를 용이하게 한다. 또한, NetInf를 통해 정보 객체, 노드, 사용자 및 애플리케이션의 이동성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NetInf 기반의 통신 모델이 실시간 네트워크에서 효율적으로 지원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특히 전체적인 네트워크 규모가 커짐에 따라, 라우터에서 캐시가 어떻게 통합되는지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3) Publish-Subscribe Internet(PSI)

PSI는 유럽연합에서 진행된 PSIRP(Publish-Subscribe Internet Routing Paradigm) 과제와 그 후속 과제인 PURSUIT(Publish Subscribe Internet Technology)에서 사용된 핵심 기술이다. PSI의 기본 개념은 현재의 IP 기반 인터넷 구조를 Publish-Subscribe 모델로 대체하려는 목적을 가지며 이벤트 기반의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NetInf와 마찬가지로 PSI에서 다루는 모든 최소 단위가 정보이며, 모든 정보는 레이블(Label)이라는 식별자를 가지며 이를 통해 Publish-Subscribe의 동기화 과정, 즉 Rendezvous 과정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4) Data-Oriented Network Architecture(DONA)

최근 들어 파일 공유나 스트리밍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 응용이 활성화 되면서 데이터 접근이라는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즉, 어디에서 데이터를 받을지 보다는 어떤 데이터를 받을 지가 주요 관심사항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미국 FIND(Future Internet Design) 프로젝트에서 DONA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DONA는 단말 간 통신에 쓰이는 IP 주소체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데이터 이름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라우팅 기법을 제안하고 있다. DONA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의 DNS 이름을 계층적이지 않은 단층의 이름으로 바꾸고 DNS 이름 검색은 데이터의 이름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캐스트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ICN 관련 기술의 표준화 현황

위에서 언급했듯이 ICN 관련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은 미국 및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다양한 과제를 통해 활발히 진행되어 왔고 현재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개발은 아직까지 개념 정립 및 소규모 네트워크 환경에서 기본적인 구현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며, 각 과제 간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ICN 관련 기술을 규격화하는 표준화 활동은 아직 초기 단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IETF에서 표준화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1년 3월, IETF에서 표준화를 진행하기 전에 중요한 기술 사항들에 대해 사전 연구하는 IRTF(Internet Research Task Force)에서 ICN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Research Group(RG) 설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였다. 2011년 3월 및 7월에 개최된 80차/81차 IETF 미팅에서 비공식 BoF(Birds of Feather)를 통해 네이밍 방식(Naming scheme), 확장성을 갖는 비계층적 네임 해석 방식(Scalable name resolution for flat names), 라우팅 방식(Routing scheme), 구현 평가 지표(Metrics to evaluate implementation), 보안 등 향후 다루게 될 연구 주제를 논의하였다. 또한, 같은 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82차 IETF 회의에서는 미국 및 유럽연합, 아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ICN 관련 기술들에 대한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사전작업을 통해 2012년 4월 12일 공식적으로 IRTF에 ICNRG란 이름으로 Charter(http://irtf.org/icnrg)가 만들어졌고 Informational 및 Experimental RFC 생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서들을 바탕으로 IETF에서 본격적으로 표준화를 진행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ICNRG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릴 84차 IETF 미팅(7월 29일~8월 3일)에서 정식으로 1차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미래인터넷 관련 다양한 기술들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국내의 경우, 다른 미래인터넷 관련 기술들과 달리 ICN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는 해외 선진 연구기관에 비해 시작이 늦었던 관계로 다소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정보가 존재하는 ICN에서 확장성을 고려한 효율적인 네임(Name) 및 식별자(Identifier) 구조,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탑재한 수많은 이동 단말을 고려한 이동성 환경에서의 ICN 구조 등과 같은 분야에서 표준화를 선도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