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초 미국 산호세에서 개최된 제99차 ISO/IEC JTC 1/SC 29/WG 11(별칭 MPEG)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다루어진 큰 이슈 중 하나는 DASH(Dynamic Adaptive Streaming over HTTP) 표준과 MMT(MPEG Media Transport) 표준의 관계 정립이었다.

2011년 11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98차 MPEG 회의에서 DASH Part 1의 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FDIS)가 완성됨으로써, DASH 표준화에 기여했던 참석자들이 MMT 표준의 많은 부분이 DASH 표준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하였다. DASH는 AV 데이터를 세그먼트라고 하는 파일로 나누어 HTTP로 전달하는 스트리밍 표준이다. DASH 서비스는 서버에 여러 가지 비트율로 압축된 미디어 파일 세그먼트들을 동시에 저장해 둠으로써,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네트워크의 상태에 따라 동일한 AV 내용에 대해 서로 다른 비트율의 파일 세그먼트를 선택하여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DASH 서버는 일반적인 HTTP 서버이지만, DASH 클라이언트는 네트워크 상태를 확인하고, 서버의 세그먼트를 선택하는 등의 모든 지능적인 동작을 수행하여야 한다. DASH 표준(ISO/IEC 23009-1)의 내용은 크게 MPD(Media Presentation Description)이라고 하는 초기화 파일에 대한 규정과 미디어 세그먼트에 대한 규정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MPD는 복호기를 초기화하는 데 필요한 초기화 세그먼트(Initialization Segment) 파일이나 미디어 세그먼트 파일들에 대한 모든 URL을 제공한다. DASH 클라이언트는 DASH 서비스 시작 시, 이 MPD 파일을 제일 먼저 다운로드 받아 해독함으로써, 복호기 초기화 파일의 위치, 제공되는 비트율들, 각 비트율에 해당하는 미디어 세그먼트 파일들의 위치를 알 수 있다. 현재 DASH 표준이 지원하는 미디어 세그먼트 파일 형식은 ISO Base Media File Format(ISO/IEC 14496-12)과 MPEG-2 TS(ISO/IEC 13818-1)의 두 가지이다. 미디어 세그먼트의 크기를 작게(예를 들어, 0.5 초 정도)하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DASH 표준에 의해 제공할 수 있다. 물론 비실시간 VoD 서비스 경우에는 미디어 세그먼트의 크기를 매우 크게 정할 수도 있다. DASH 표준화에 주로 참여하였던 MPEG 참가자들 중에는 DASH가 HTTP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 MPD나 미디어 세그먼트 규정은 프로토콜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현재 MMT 요구 사항의 대부분은 DASH에 의해 만족되므로, MMT 표준은 DASH를 기본으로 하여 약간의 기술적 추가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을 폈다.

DASH 표준화 주요 참여자들의 주장에 대한 분석

DASH 표준화에 한국, 일본, 유럽도 참여하기는 하였으나, 주로 많은 기여를 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판단된다. DASH 표준화의 동기가 이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의 미국 기업들을 주축으로 HTTP 스트리밍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었기 때문에 시장 분할을 방지하기 위해 HTTP 스트리밍을 시급히 국제 표준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DASH는 MMT의 일부 기능으로서 포함되어 있었으나, 상기 시급성으로 인해 MMT 중 DASH만 먼저 표준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의 미국 기업들의 기술이 DASH 표준에 많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DASH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MMT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로 아시아 나라들이 많은 기여를 해 왔다. 2012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100차 MPEG 회의에서 MMT 표준 Committee Draft(CD) 문서를 승인할 계획이었으나, 차세대 지상파 방송 표준에 MMT 표준인 사용될 수 있도록 보다 더 폭넓게 요구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차기 회의(스톡홀름 101차 MPEG 회의) 또는 차차기 회의(상하이 102차 MPEG 회의)에서 CD를 승인하는 것으로 계획을 미뤘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의 기술이 많이 반영된 DASH를 중심으로 MMT가 표준화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DASH 표준화 주요 참여자들의 주장에 대한 MPEG의 입장

MPEG의 의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제99차 MPEG 회의 직전 2월 5일(일)에 DASH와 MMT의 합동 Ad-hoc Group(AhG) 회의를 가졌으며, 제99차 MPEG 본 회의 기간 중, DASH와 MMT의 합동 Break-out Group(BoG) 회의를 가졌다.

DASH 측 주요 참여자와 MMT 측 주요 참여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발표를 하였고, 여러 관점에서 두 표준을 비교하였다. 특히 요구사항 관점에서의 비교는 매우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 있었다. DASH가 원래 MMT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MMT의 요구사항에는 DASH 요구사항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DASH와 MMT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비교해 본 결과, MMT 요구사항 중 대부분이 DASH에 의해서 만족되는 것처럼 오도된 결과를 낳았다. 회의 석상에서 이러한 오도된 결과의 배경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상기 AhG 회의 및 BoG 회의 결과, DASH가 pull 모델에 기반하고 있는 반면, MMT는 push 모델에 기반하고 있고, DASH가 HTTP를 사용하는 반면, MMT는 IP 상의 여러 프로토콜을 사용하므로, MMT가 더 넓은 범위의 응용 분야를 커버하는 것으로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물론 DASH가 기술적으로 반드시 HTTP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DASH 표준화 시 대전제가 HTTP를 사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최종적으로 정리된 MPEG의 입장은 MMT는 DASH 보다 더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표준화 과정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DASH가 MMT에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인 제안을 담은 기고서를 제출해 주기를 바라며, 제출된 기고서를 검토하여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MMT 표준에 반영시킬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하였다.

MMT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는 MPEG 내의 시스템 서브그룹에서는 99차 MPEG 회의 기간 중, DASH 표준화에만 주로 참여하였던 참가자들에게 MMT의 현재까지의 표준화 결과를 브리핑해 주는 시간을 별도가 가졌다. 그 취지는 이를 통해 DASH 측 참가자들로 하여금 MMT의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고, 향후 DASH를 기반으로 한 MMT 기술 기고서를 제출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

MMT 표준화를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적 선택

MMT는 UHDTV 시대에 맞는 차세대 AV 다중화 및 전달 표준으로서 기획되었고, 이에 맞춰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MMT는 인터넷 시대에 맞게 IP 친화적이며,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다양한 전송로를 통한 AV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이다. 물론 현재는 거의 모든 방송 표준에서 MPEG-2 TS를 사용하고 있으나, MMT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하게 된다면, 차세대의 방송 표준에서는 대부분 MMT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DASH 표준에 집중하느라, MMT 표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으나, 99차 MPEG 회의를 지나면서, MMT에도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MMT에 많은 기술을 제안해 놓고 있으므로, MMT 표준화 완료 시까지 이러한 추세를 잘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MMT 표준화에 아시아 나라들만이 참여해서는 전 세계 표준으로서 MMT가 확산되는 데 불리하므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적정 수준의 참여가 있도록 잘 유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