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개발 역사는 소련(現 러시아)이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Sputnik 1)’를 쏘아 올리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미국과 소련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다.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주개발은 미국과 러시아가 중심에 있지만 점점 다양한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물체가 우주로 쏘아 올려지고 있다.

이러한 우주개발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며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접목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무선탐지(radiolocation)’ 기술로 우주를 감시하며, 쏘아올린 물체를 추적하고, 우주공간에 떠다니는 폐기물을 전파를 이용해 탐지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레이더(radar)’라고 한다. 전파의 직진성과 정속도성을 이용하여 물체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이동체의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이다. 레이더 시스템은 송신기에서 발사된 신호를 수신기를 통해 수신하여 발사 신호의 정보를 알아내는 일반 통신시스템과는 달리, 송신기를 통해 발사된 신호가 공간상의 표적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미약한 신호를 수신하여 표적의 거리, 방향, 위치, 이동 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으로, 국제 전파통신업무 분류상 무선탐지업무(radiolocation)로 분류하고 있다. ‘레이더‘는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용어이며 의미는 무선탐지와 거리측정(RAdio Detecting And Ranging)의 영어 표기를 합친 것이다.

위에 언급된 무선탐지업무에 포함되는 장거리 우주감시, 추적, 우주선 실험발사 등의 응용 분야는 주파수 특성상 VHF 대역(30~300㎒)에서 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데 이는 주파수 대역이 전리층에서도 잘 전파되며 1,000㎑ 이상의 장거리 전파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대역이 특정 업무에 효율적이라고 바로 그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국제전기통신연합)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조약인 전파규칙(Radio Regulation)에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업무에 특정 대역의 주파수가 분배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 분배 된다 하더라도 동대역에 이미 다른 용도로 분배된 업무가 있다면 서로 유해한 혼신을 주지 않으면서 공유가 가능해야 한다. (<그림 1> 참조)

<그림 1> 무선탐지업무와 고정 및 이동업무의 주파수 공유>

표준화 진행현황

ITU에서는 여러 국가들이 연구반 회의를 통해 공존이 가능한 지에 대한 공유 연구를 수행한다. 그리고 그 연구결과를 가지고 ITU에서 3~4년을 주기로 개최하는 WRC(World Radiocommunication Conference) 회의를 통해 전파규칙의 주파수 분배가 제개정된다. WRC 회의에서는 무선탐지뿐만 아니라 위성업무, 이동통신업무, 과학업무, 항공업무, 해상업무, 방송업무, 아마추어업무 등 수많은 용도를 위한 주파수의 사용에 대한 사안을 논의하고 협의한다.

WRC-12 회의는 2012년 1월 23일부터 2월 17일까지 4주에 걸쳐 ITU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다. WRC-12의 33개 의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VHF 대역에서의 우주감시를 위한 무선탐지용 주파수 분배에 관한 내용이었다. 해당 의제는 지상 약 2000㎞ 범위에 위치한 우주폐기물, 비행물체 등의 감시와 추적을 위해 개발되는 새로운 레이더의 스펙트럼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었다. 우주 비행체의 궤도 진입, 우주 폐기물 감시, 항공교통 통제 등을 목적으로 우주 감시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의제는 2007년도에 개최된 WRC-07에서 러시아의 주장에 근거하여 유럽, 러시아 및 독립국가 협의체 등의 제안서를 검토하여, WRC-12 의제로 채택되었다.

이렇게 WRC 회의에 주파수 분배에 관한 의제안이 상정되고 채택되면 회원국들은 심도있는 연구와 국내영향 분석을 한 후 관련 분배에 대해 찬성,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을 하게 된다. ITU-R 연구반에서는 가장 적절한 대역으로 154~156㎒ 대역이 후보대역으로 결정되었으며 동대역에 존재하는 기존의 고정업무 및 이동업무와의 공유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를 통해 공유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기존 업무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기준안이 마련되었다. 우리나라는 당장 무선탐지를 위한 주파수의 추가분배가 시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림 2>와 같이 국내에서 보호가 필요한 기존 업무가 관련 대역에 존재한다.

<그림 2> 154~156㎒ 대역 주파수 대역 분배 현황 및 국내 이용용도

따라서 우리나라는 본 의제 관련 무선탐지용 주파수 확보 보다는 기존업무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이번 WRC-12에 참가하고 대응하였다. 우리나라 대표단이 국내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의견이 다른 국가들을 기술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강한 보호기준을 전파규칙에 반영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세계 분배가 아닌 원하는 국가별로 한정하여 분배되게 함으로써 유해 혼신의 가능성을 더욱 줄어들게 할 수 있었다. 이는 수년간 국내 관련 기관들이 긴밀히 협조하며 연구한 결과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대응한 결과이다.

이제 WRC-12가 끝나고 2015년에 개최되는 WRC-15를 위한 준비가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WRC-12에서 차기 의제로 채택된 27개 의제에 대해 앞으로 3년간 전문가들이 연구반을 구성하여 대응을 할 예정이다. 각 의제별로 산업활성화를 위한 주파수를 확보하고 국내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연구, 국내영향 분석, 국제회의 활동, 그리고 각국과의 협력외교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