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제 모바일 로밍에 대한 수요 또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과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그 요금 수준이 아직까지 매우 높은 편이어서 서비스의 원활한 이용이 저해되고 있다. 종종 해외 여행이나 출장 등을 위해 국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들이 국제 로밍 통화 사용 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요금고지서 충격(Bill Shock)’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로밍 요금 수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관련 국제기구는 물론 각국의 규제기관 등에서도 로밍 요금에 대한 개선책들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ITU-T에서도 2009년부터 합리적인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산정을 위해 노력을 실시해 왔으며, 드디어 지난 2012년 1월 SG3 회의에서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산정 권고안’이 결의(determination)되었다.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표준화 이슈

분석들에 따르면,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시장메커니즘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완벽한 대체제가 없는 로밍 서비스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고 사업자가 로밍 요금을 인하할 유인이 미미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경쟁을 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높은 수준의 요금이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각 나라의 이동통신 환경에 따른 원가 차이, 개별 이동통신사업자들 간의 협상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요금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명확한 방법을 찾기가 어려우며, 또한 방법이 있다 하여도 이를 국가들 간에 강제하기가 어렵고, 국가들 간에 제공되는 서비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제약사항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이슈에 대한 국제 사회의 개선방안 강구를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ITU-T SG3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이슈 표준화 현황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이슈의 해결을 위해 ITU-T SG3에서는 2009년 1월, 연구 그룹 내에 모바일 로밍 라포처그룹을 결성하여 논의를 시작하였다. 본 라포처그룹의 결성을 통해 각 회원국의 규제 및 시장 관련 연구 현황을 검토하고 로밍 요금 수준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국제 동향을 파악하였으며, 더불어 ITU-T가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인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중 자체 권고안 제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2010년 5월부터 본격화되었다. 국제 모바일 로밍의 목표 요율, 도소매 로밍 서비스 별 상한선 제시방안과 로밍 요금산정 기준 등을 제시하는 권고안의 제정에 대한 상세검토가 이루어졌으며, 열띤 논의 끝에 2012년 1월 회의에서 권고안 D.98 (Charging in International Mobile Roaming Service)이 결의되었다.

2009년 해당 이슈의 논의가 시작된 이래, 한국은 ITU-T SG3에서의 국제 모바일 로밍 요금 이슈 관련 작업 방향 및 해결 방안에 관한 기고를 지속해 왔다. 특히, 로밍 이슈 관련 정책적 수요에 부응하고, 로밍 서비스 이용활성화를 위해 ITU 차원의 권고 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과 함께 국가 간 로밍 요금의 조사 및 분석을 통한 도소매 로밍 서비스 별 상한선 제시방안과 로밍 요금산정 기준을 제시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최근 논의에서는 요금 사전선택제의 도입, 경쟁촉진 등 소비자의 선택폭과 경쟁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권고안에 포함할 것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GSMA 등 사업자 진영에서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권고안 내용의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심도 깊은 논의와 합의점 도출을 위한 노력 끝에, 2012년 1월 회의에서 1) 소비자 권익 확대, 2) 시장 기반 해결 방안, 3) 규제 도입 방안을 주요 골자로 하는 권고안 D.98이 마침내 결의되었다.

D.98 Charging in International Mobile Roaming Service

2012년 1월 회의에서 결의된 국제 모바일 로밍 권고안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권고하고 있다. 회원국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함과 동시에, 급변하는 이동시장에서 제공되는 여러 대안을 소비자가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국제 모바일 로밍 서비스 유형, 과금 구조, 소매 요금 등 투명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용 현황에 대한 정보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쉽게 제공받거나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자동 이용량 제한을 통해 사용자가 인식하지 못하여 고지서 충격을 받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둘째, 시장 기반 해결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각 회원국은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예산에 맞는 로밍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로밍 요금제를 제시하도록 장려하고, 대체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여 사용자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하며, 지역 간 협력 체제 구축을 지원하고, 사업자가 도매 로밍 요금을 인하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셋째, 규제 도입 관련 규제자와 정책입안자는 자국 또는 지역의 입장을 고려하여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경쟁 도입을 활성화하여 로밍 요금에 효율적인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에는 소비자 경고, 청구 상한, 요금 상한, 사전선택제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향후 표준화 전망

지난 1월 ITU-T SG3에서 위에서 살펴 본 권고안 D.98인 국제 모바일 로밍 서비스의 과금 권고안을 결의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현재 결의된 권고안은 실질적으로 개요 수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향후에는 각국의 사업자가 로밍 요금 협상 시 보다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차원의 국제 로밍 서비스 과금 원칙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비자 편익과 동시에 장기적인 사업자 수익 증대 측면에서의 심도있는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원가 기반의 요금 산정 방안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