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7일부터 28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APT(Asia-Pacific Telecommunity)의 WTSA(World Telecommunication Standardization Assemblies)12 2차 준비회의가 개최되었다. 본 회의에서 모바일 기기의 자판 배열 표준을 위한 아태지역 내의 공동 기고서(APT Common Proposal) 개발에 합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2012년 3월로 예정되어 있는 차기 회의(APT WTSA12-3)부터 이에 대한 기술적, 전략적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APT WTSA12 2차 준비회의 결과를 중심으로 모바일 기기 자판 배열 표준화에 대해서 살펴본다.

ITU-T의 모바일 기기 자판 표준화 개요

ITU-T에서는 전화기에서 숫자와 문자판의 배열 표준을 1968년에 ITU-T E.161로 제정하였다. 실제로 이 표준은 가입자의 전화와 가입자의 자동, 그리고 반자동으로 연결하기 위하여 ITU-T E.161로 1958년에 제정된 것을 모바일 기기의 변화에 따라 수정보완 된 것이다. 이후, 1993년까지 11차례에 걸쳐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본 표준은 지속적으로 개정되어 왔다.

현재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라 주요 언어에 대한 국제적 문자판 배열 표준화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가트너 보고서(Market Share Analysis: Mobile Devices, Worldwide, 2011년)에 따르면 2011년 1Q에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기기가 4억2천만대 생산(전년대비 19% 상승)되었으며, 그 중 문자판에 대한 물리적 키패드를 사용하는 디바이스는 76.5%이다. 즉, 모바일 기기는 더 이상 휴대폰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통해 주요한 기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 관점에서, 특히 국제화 관점에서 ITU-T E.161은 다이얼 숫자와 영문 알파벳만의 관계만을 명시하고 있으며, 지난 20여 년간 모바일 기기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물론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판을 반영하기는 불가능하다.

전화기 한글 문자 자판 배열 체계 표준

한국에서는 전화기의 한글 입력 방식을 제시하여 소비자가 자판의 입력 방식에 관계없이 휴대 전화 단말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화기 한글 문자 자판 배열’(KCS.KO-05.0046, 방송통신표준) 표준을 2011년 제정하였다.

이 표준은 한글 자모 입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입력하기 위해서 4X3 숫자 배열 형태의 전화기용 한글 문자 자판 배열에 대하여 규정한 것으로 총 3가지 자판 배열 방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기 중 키패드에 한글 문자를 실장 인쇄하는 경우에는 제1방식의 사용을 권고하고, 한글 문자 자판 배열이 화면에 디스플레이 되는 전화기의 경우에는 제1방식 ~ 제3방식 모두 구현하는 것을 권고한다.

이 표준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편의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후발 제조업체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며 문자 입력을 기반으로 하는 종래 서비스 분야가 확대되는 등 신규 서비스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러한 국내의 표준화 활동과 연계하여 국제적으로 제정되어 있는 기존의 ITU-T E.161의 수정작업 병행이 요구된다.

아태지역 모바일 기기 자판 표준화 논의 및 공감대

앞서 언급한 APT WTSA12 2차 준비회의에서는 한국 주도로 모바일 기기의 자판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하여 말레이시아, 태국 등 관련 문제점을 안고 있는 국가에서는 강력하게 모바일 기기의 자판 표준이 E.161로부터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며, 일본은 SG2에서 먼저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일본의 이러한 주장은 본 제안이 일본어 입력 방식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한국은 금번 회의에서 모바일 기기에 영어 이외의 다른 주요 언어에 대한 문자판 배열의 표준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의 E.161 권고를 수정∙보완하기 위한 WTSA12 결의안을 제안하였으며, 향후 CG2(Correspondence Group)에서 이에 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제안하는 WTSA12 결의안은 ITU-T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언어에 대해 모바일 기기의 문자판 배열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ITU-T 권고 E.161을 적시에 수정할 것을 지시하는 것이다.

ITU-T에서 모바일 기기 한글자판 국제 표준화를 위한 전략은 (i)APT를 통한 아태지역의 모바일 기기 자판 표준화 관련 WTSA12 공동 결의안 개발, (ii)ITU-T SG2 기고 및 관련 활동을 통한 기존 E.161 표준의 개정 주도, 그리고 (iii)WTSA12 및 ITU-T TSAG을 통한 SG2의 E.161 표준 개정작업 가속화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전략 중에서 본 회의에서는 첫 번째 전략인 APT를 통한 WTSA 결의안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금번 APT WTSA12 제2차 준비회의를 통하여 모바일 기기 자판 표준화 이슈 기고서 발표 및 아태지역의 WTSA12 공동기고서 제안을 추진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모바일 기기 자판 배열 표준화를 위하여 E.161 수정 제안의 WTSA12 공동 기고서 개발 및 관련 논의를 위한 코디네이션 그룹이 구성되었고, 한국이 해당 활동의 리더십(Moderator : ETRI 이강찬 박사)을 확보하였다.

국제 표준으로 모든 단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자판 표준화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한글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으며 한글 사용의 제약과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향후 스마트 디바이스의 환경 구축을 위한 핵심 표준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미래 모바일 서비스 분야의 잠재시장 선점 효과 유발 및 미래 사회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기반 기술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추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