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에 의하면, 현대인이 접하는 기기 및 서비스는 대략 30,000개로 구분할 수 있고, 하나의 기기 사용방법을 익히는 데 대략 1분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30,000분(5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것은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익혀도 약 16개월이 넘는 시간이다. 더욱이, 새로운 정보통신 기기와 서비스가 계속 출시됨에 따라 새로운 정보통신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해 거부감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 사용자 인터페이스 표준화를 담당하는 ISO/IEC 합동기술위원회(JTC 1) SC 35에서는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표준을 추진하고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표준기술의 정의 및 의의

JTC 1/SC 35 표준화기구의 작업반(Working Group) 8은 범용 원격제어 통신에 대한 표준화를 전담하여 추진하고 있다.

범용 원격제어란, “전자 제품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표준 규격으로 텔레비전, 비디오 녹화기, 스테레오, 키오스크, 전화, 에어컨, 전자 오븐, 기타 전자 제어 및 표시 장치에 대하여 전용 장치나 랩톱 컴퓨터, 개인 휴대 정보 단말기(PDA), 통신 보조 장치, 장애인용 장치 등 원격 제어를 사용하는 일반적 규격으로서 적외선, 무선 전파를 이용하는 프로토콜”이다.

범용 원격제어는 다양한 정보기기를 사용자에게 이미 익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다룰 수 있도록 해주는 장점이 있다. 출장을 가서 호텔의 텔레비전을 자신에게 익숙한 휴대전화기 앱으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기기 및 서비스를 접할 때마다 학습을 하고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겠다.

표준기술의 응용분야 및 장점

범용 원격제어 기술을 이용한 응용분야 및 장점은 다양하다. 언어 옵션을 선택하게 하거나 추가 언어 팩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여 이용함으로써 국제화 시대 언어의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둘째, 기존에 언급한 바와 같이 어디에서나 이용자 자신의 맞춤형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확장하면 몸이 불편하신 장애인, 노인들에게도 다양한 신체적 특성에 따라 별도의 특화된 기기를 제공하기보다 범용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소프트웨어 형태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형태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나 시장 점유율 제고뿐만 아니라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도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 버전을 갱신하거나 배포할 때 기기 및 서비스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배포가 쉽고 기존의 제품 구조를 변경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다.

표준기술의 구조

범용 원격제어는 SC35 작업반 8에서 미국 대표 Gottfried Zimmermann 교수가 ISO/IEC 24752 프로젝트로 3년이 넘게 모두 5개 파트로 나누어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림 1>은 범용 원격 제어의 전체적인 구조이다.

<그림 1> 범용 원격제어 전체 구조(출처: 표준문서 ISO/IEC 24752-1:2008)

범용 원격제어 전체 구조를 보면, 왼쪽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블록과 오른쪽의 ‘기기 및 서비스’블록을 분리하여 기기마다,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에서 기능(Task) 위주의 단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각 파트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ISO/IEC 24752 1~5 파트 표준문서를 참조)

추진현황 및 향후 추진방향

범용원격제어 기술 활성화를 위해 2011년 10월 현재, 유럽연합 등의 지원으로 오픈 범용원격제어기술 협력체(Open URC alliance) 내 정부, 기술, 마케팅, 사용자 4개 분과 분과위원회가 활동 중이며 대중에 대한 홍보목적을 위한 웹사이트(http://openurc.org)도 운영 중에 있다.

기존 범용원격제어 기술 연구개발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새롭게 시작되는 유럽연합 프로젝트 FP7 Cloud4ALL는 2012년 1월부터 시작되며, 사용자인터페이스 표준화 분야 프로젝트 24751(SC36 WG7)와 교육부분 장애인 접근성(Accessibility) 표준화 분야를 다루는 프로젝트 24752(SC35 WG8) 간 협력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교육부분 접근성 분야 이외에도 연관성이 많은 ISO/IEC 합동기술위원회(JTC 1) 산하 표준화 위원회 SC 25 ‘Interconnection of information technology equipment’와 SC 38 ‘Distributed application platforms and services(DAPS)’와의 협력도 SC 35위원회 차원에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사용자가 사용방법을 학습해야 하는 ICT 기기의 개수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범용 원격제어 기술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응용분야를 살펴보면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령층의 독립된 생활을 도울 수 있는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중요성이 증대되고, 멀티플랫폼 환경 하에서 가정과 회사의 ICT기기 및 서비스가 서로 융합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용자가 편리함보다는 혼란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자 편의성이 중요하다.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TV가 있는 환경에서, 이용자는 TV로는 스포츠경기를 보고, 스마트패드로는 선수들과 경기에 대한 배경정보를 제공받으며, 스마트폰으로 경기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척되지 않았지만, 최근 출시된 아이폰의 음성인식 인터페이스와 같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용자가 한번 익숙해지면 교체가 쉽지 않은 특성을 보인다. 이제는 ICT의 하드웨어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용자에게 실제 생활에서 어떤 혜택을 줄 것인지 응용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주제 관련 선진연구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