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 시대로 탈바꿈을 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유로 인하여 신체에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날마다 새롭게 생성되는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자유롭게 획득하고 활용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이들은 새로운 경제 및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제적인 측면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많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매우 안타깝고 우려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기된 정보통신기술의 접근성(Accessibility) 문제는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생겨나는 장애를 포함한 모든 신체적 혹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환경 및 설비들을 가능한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필요성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어릴 적에는 빨리 나이를 먹어서 어른이 되고 싶기도 하겠지만, 일단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나이를 먹으며 늙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점진적으로 감퇴되는 과정을 포함하게 되므로 마냥 좋거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화에 따라 사람들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저하되고, 그 결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격차 현상은 심각한 수준의 문제로 인식이 되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접근성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 접근성을 반드시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정보통신기술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만인이 평등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가 된다. 선진 사회 판정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만민 평등의 원칙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정보통신기술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6억 5천만 명 정도의 장애인이 존재한다고 한다. 전세계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이 정보통신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앞으로 개발이 되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정보통신기술 기반 제품 및 서비스에도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제고 방안이 수립이 되고 구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황

접근성 향상을 위한 국제적인 표준화 노력을 살펴보려면, 먼저 국제연합(UN)이 2006년 12월 13일에 제정한 장애인을 위한 권리에 관한 국제 협정에 대하여 알아 보아야 한다. 이 협정의 문서 9번에는 “정보통신기술과 시스템을 설계, 개발, 생산 및 분배하는 초기 단계에서 접근성을 고려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그 기술과 시스템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장려하여야 한다“라고 정보통신기술의 접근성 문제가 언급이 되어 있다.

국제 표준 기구인 ISO/IEC JTC1에서는 특별 작업반인 SWG-A(Special Working Group on Accessibility)를 구성하였고, 2009년 6월 15일에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접근성을 다루는 ISO/IEC TR 29138을 출판하였다[1]. 또 다른 중요한 국제 표준 기구인 ITU에서는 공동 작업반인 JCA-AHF(Joint Coordination Activity on Accessibility and Human Factors)를 구성하여 접근성의 국제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2, 3, 4]. 2007년 1월에 출판된 ITU-T Recommendation F.790은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통신 접근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라는 제목의 표준이다. 또한, ITU는 2008년 10월에 Resolution 70, WTSA-2008을 출판하였는데, 이는 “장애인을 위한 통신/정보 및 통신기술 접근성”이라는 제목으로, Study Group 2, Study Group 16 및 JCA-AHF는 Recommendation ITU-T F.790과 ITU-T를 위한 가이드 문서의 관련 질문들에 대하여 높은 우선 순위를 두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World Standard Cooperation(WSC)는 ISO, IEC 및 ITU가 2001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조직이다. 접근성 관련 표준 및 관련 활동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여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노력의 결과 중의 하나로 2010년 10월 14일에 “접근성”이 2010년 세계 표준의 날 주제로 선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표준 기구들이 국제, 지역 및 국가 별로 정보통신기술 접근성 분야의 표준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그 동안의 노력을 통하여 이미 많은 성취를 이루어 놓은 바가 있다[5].

다음의 사례들은 ITU에서 제정한 표준으로, 이미 실생활에서 활용이 되고 있다.

• ITU-T V.18: ITU에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하여 제정한 최초의 접근성 표준

- 1995년에 승인을 받았으며 통합된 5가지의 다른 형식의 문자형 전화기로 구성됨

- 문자형 전화기는 타이핑된 문자를 음향 신호로 변환하여 전화선을 통하여 전달함. 청각 장애인들은 실시간으로 그 문자를 전달 받아 읽을 수 있음

• ITU-T E.161: 촉감 인식자

- 시각 장애인들이 전화기의 번호판을 인식하기에 용이하도록 촉감 인식자 설치

- “5”번 키에 간단한 돌기를 부착함으로써 손가락의 촉감을 통하여 번호판 위치를 인식하게 함

• ITU-T F.703: 대화 지원 시스템

- 시청각 변환을 통한 대화 지원 서비스이며 사용자들 사이에 영상, 비디오, 문자, 점자 및 음성을 사용한 대화를 지원함

- 3자간 대화 지원 서비스로서 훈련을 받은 운영자가 두 사람의 대화 속에 참여하여 수화, 점자, 음성, 문자, 등을 사용하여 통역을 하면서 두 사람의 의사 소통을 지원함

결언

정보통신기술 접근성 문제는 법적, 사회적, 윤리적 및 도덕적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매우 중요하다. 국제 무역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는 요즈음, 우리 나라의 정보통신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하여 접근성 관련 표준이 미처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교역국이 자신들의 접근성 표준을 강요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등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접근성 국제 표준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 나라에서도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이 된다.

국내에서는 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 및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중심으로 하여 정보통신기술 관련국제 표준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접근성과 관련한 표준화 실무 작업은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같은 기관과 몇몇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및 접근성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바람직한 표준화 활동은 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정보통신기술 접근성 표준화 분야에서 우리 나라의 현실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접근성 표준화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접근성 표준화 활동에 대한 중장기 실행 계획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통하여 수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연구소, 대학, 산업체 등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1. ISO/IEC SWG-A, http://www.jtc1access.org/base.htm

2. Saks, A. and Waddell, C., “Accessibility to ICTs and Standards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Seminar on IUT-T Standardization and other key ITU Activities, Havana, Cuba, Feb. 2011.

3. Waddell, C., “PP10 Resolution 175: Telecommunication/ICT accessibility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including age related disabilities”, the 5th Meeting of the ITU JCA-AHF, Geneva, Mar. 2011.

4. JSA-AHF, http://www.itu.int/ITU-T/jca/ahf/index.html

5. IEC/TR 62678, “Audio, video and multimedia systems and equipment activities and considerations related to accessibility and usa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