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지구의 평화적 입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기치를 올리고 있는 UN(United Nation)이 ICT를 활용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노력을 산하기구인 ITU에 맡기면서, 2009년 5월에 ITU-T SG5 연구반 산하에 “ICT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새로운 WP(Working Party)가 신설되었다. 이 그룹은 ICT 장비로 인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ICT의 표준화 작업을 담당하며, 기존의 ITU-T의 표준화 범위를 넘어서서 전 범위의 ICT에 대한 표준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로써 타 표준화 기구에서만 다루던 영역들도 성역없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포장 아래 ITU-T에서 국제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앞서 있는 서유럽 국가들의 기술 및 관련 기술 정책이 EU(European Commission)의 틀 안에서 관련 유럽 산업체 연합들에게 표준 압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들 유럽 지역 내 산업체 표준을 ITU-T를 통하여 국제 표준으로 제정하고자 하는 정책적 입김으로 SG5의 WP3은 매 회의마다 항상 긴박한 표준화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ITU-T 4월 회의에서는 전번 회의에 이어 모바일 터미널에 대한 범용충전솔루션 표준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미국이나 한국같이 전반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으나, 이와 같이 특정 이슈들에 한해서는 산업계의 진화 방향에 민감한 국가들로서는 유럽 중심의 정책에 입각한 국제 표준에 국가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급격한 산업 성장에서 저가 시장을 흡수하고 있는 중국과 같은 국가는 자국의 산업의 이익을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포장 속에 넣어 자국 내에서만 통용되는 국내 표준을 국제 무대로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범용충전솔루션 문제는 지난 2010년 11월 회의에 이어 2011년 4월 회의에서도 아주 첨예한 대립을 세우며 회의 내내 긴 시간 동안 논의가 진행되었으나 각자의 입장을 좁히기가 어려워 보였다. <표 1>은 4월 회의 전의 각국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표에서 보는 것처럼, 주요 이슈는 충전 단자 형태, 케이블 형태 및 최저 충전 전류 세가지 항목이다.

<표 1> 범용충전솔루션에 대한 4월 회의 전의 주요국 입장

그러나, iPhone을 제조하는 미국의 애플사, 전세계 휴대폰 제조 1, 2위 업체인 노키아와 삼성과 같은 거대 산업체 및 자국의 관련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 및 한국 정부가 강력한 입장을 보임을 인지한 GeSi가 단일안 고집을 버리고, 협상안으로 제안된 2단계 솔루션을 받아들임으로써 극적인 타협안이 논의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단계 협상안을 현재 시장 상황을 반영한 과도기적 방안(Transition Solution) 및 향후 시장 흐름 조성을 위한 장기적 방안(Target Solution)으로 둘 것을 제안하였고, 이 범위 안에서 논의된 협상안은 각 국가들에서 조금씩 양보 입장을 두며 합의가 완료되었다.

<표 2> 4월 회의에서 최종 합의된 협상안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속에서 우리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을 모두 반영하였으므로, 큰 성과가 아닐 수가 없다. 이 표준은 5월 5일 ITU-T SG5 총회에서 동의안이 통과되었고, 이후 4주간의 회원국 및 회원사 회람 기간을 거쳐 권고안 채택이 완료되었다.

비록 범용충전단자의 표준은 우리나라의 입장이 잘 반영되어 끝났지만, 중국이 자국의 저가의 배터리 시장을 넓히기 위하여 e-waste를 줄인다는 포장을 통하여 지난 회의에 들고 온 범용 배터리 표준과, 범용충전기솔루션을 휴대 단말기가 아닌 범 ICT 단말기로 확대하는 범용충전솔루션 2단계 표준(**) 등이 아직까지 현안으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범용충전단자 2단계 솔루션 문제나, 범용 배터리 표준 문제나 모두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서 앞서 있는 국내 모바일 산업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 회의에 대한 지속적인 산업체의 의견 수렴을 통하여 국가의 산업 이익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큰 기치를 살리면서 보호될 수 있는 방안들이 효과적으로 도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L.1000 권고 적용 대상이 당초 '휴대단말 및 기타 ICT 기기(mobile terminal and other ICT devices)'였으나, 4월 회의에서 '휴대단말 및 기타 소형 ICT 기기(mobile terminal and other hand-held ICT devices)'로 변경하였으며, 태블릿 PC 등 고용량 배터리 적용 단말을 위한 범용충전기는 L.1000과 분리하여 새로운 권고(L.adapter phase 2)로 작성키로 결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