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SO/IEC JTC1/SC29/WG11(별칭 MPEG)에서는 MPEG-2 TS(Transport Stream) 표준(공식 표준 번호 ISO/IEC 13818-1)의 후속으로 MMT(MPEG Media Transport)를 표준화 중에 있다. MMT는 과연 MPEG-2 TS의 다음 버전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MMT 표준화 동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MPEG-2 TS 사용 현황 및 전망

MPEG-2 TS는 현재 지상파, 케이블, 위성, DMB 등 모든 디지털 방송 표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IPTV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반면 인터넷에서는 IP 위에 UDP/RTP 또는 TCP/HTTP를 이용하여 AV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고 있다. 수신기가 일단 대량으로 판매되고 난 후에는 방송 방식을 수정하기 어려운 방송의 특성상, MPEG-2 TS는 향후 수십 년간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필요한 송출 장비, 수신기 등을 이미 모두 개발하여 운용 중이므로, 방송 관련 기관들(방송사, 수신기 제조사, 장비 제조사 등)에서는 MPEG-2 TS를 대체할 새로운 표준에 대해 대체로 거부감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유무선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인터넷 TV가 향후 우리 생활의 의미 있는 일부가 될 전망이다. 당장 유무선 인터넷을 통한 AV 전달이 기존 방송을 대체할 수는 없으나, 방송망과 인터넷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스튜디오 간 콘텐츠 전달이나 2차 분배망으로의 콘텐츠 전달에 전용망을 사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IP망을 통해 이를 전달함으로써, 별도의 전용망 비용을 줄이고 특화된 인터페이스로 인한 고가의 장비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향후 장기간 MPEG-2 TS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방송과 IP를 통한 멀티미디어 전달이 혼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디지털 방송은 스테레오 3D 비디오 방송, UHD 방송, 다시점 3D 비디오 방송, 홀로그램 방송 등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 단계로 나아갈 때마다 많은 전송량을 필요로 하게 되어, 현재의 MPEG-2 TS는 점차 비효율적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UHD 방송의 경우 기존 HDTV에 비해 4배(4K급) 또는 16배(8K급)의 해상도를 갖게 될 것이므로 고효율 압축 방식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6 MHz TV 한 채널로 전송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고전송률이 필요한 경우, 188 바이트의 고정길이 패킷을 갖는 MPEG-2 TS는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방송망을 제외한 다른 모든 망이 IP망으로 바뀌는 환경에서 MPEG-2 TS는 IP와 상호 변환하여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형편이다. 따라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UHD 방송을 상용화하게 될 시점에서는 IP 친화적이고 MPEG-2 TS에 비해 더 효율적인 새로운 AV 전달 포맷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MPEG-2 TS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방송계에서도 UHD 방송이 상용화될 2020년쯤이라면 이러한 새로운 AV 전달 포맷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표준화 현황 및 향후 일정

2009년 초부터 MPEG에서는 상기 새로운 AV 전달 포맷에 대한 배경 및 목적, 요구사항, 사용 시나리오 등을 정리해 왔으며 마침내 2010년 4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개최된 92차 MPEG 회의에서 1차 제안요청서(Call for Proposal, CfP)를 공표하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4월이 아니라 5월에 미국 프린스턴에서 개최된 MMT 애드혹그룹(Ad-hoc Group, AhG) 회의에서 1차 CfP가 공표되었다. 드레스덴 회의 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의한 화산재로 인해 항공편이 장기 결항되어 대부분 비유럽 국가의 대표들이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MMT 관련 의제가 순연되었다. 드레스덴에서 공표 예정이던 1차 CfP를 위해 5월에 프린스턴에서 MMT AhG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었다.) 원래는 MMT 전체 기술에 대해 CfP를 내려고 하였다가, MPEG DASH(Dynamic Adaptive Streaming over HTTP)의 1단계와 나머지 MMT 기술에 대한 2단계로 나누어 CfP를 공표하기로 프린스턴 MMT AhG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MPEG DASH는 인터넷 방화벽에 의해 차단되는 RTP/UDP를 이용한 AV 스트리밍 대신 현재 HTTP/TCP를 이용하여 AV 스트리밍을 하는 추세에 맞춰 유무선 인터넷에서 망 환경 및 단말 환경에 동적 적응적으로 AV 스트리밍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표준이다. 3GPP에서 이미 무선통신망을 위한 HTTP 기반 스트리밍 기술을 표준화하고 있고, OIPF(Open IPTV Forum)에서도 HTTP 기반 스트리밍 표준화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DASH를 조속히 표준화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가 매우 강했다. 반면 나머지 MMT 이슈들은 이에 비해 시급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두 단계로 표준화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2010년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93차 MPEG 회의에서는 DASH CfP에 대한 각 기관들의 제안서를 접수하여 이를 일부 평가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향후 심층 평가를 위한 준비 작업을 완료하였다고 할 수 있다. Apple, Ericsson, ETRI, Fraunhofer/HHI, Huawei, 한국항공대, 경희대, LG전자, Microsoft, Nokia, Open IPTV Forum, Qualcomm, RealNetworks, Research in Motion, 삼성전자, Sharp, Technicolor, Leibniz Universitaet Hannover, 연세대, ZTE Corporation 등 20개 기관으로부터 15개의 DASH 제안서가 접수되었다. 이 중 상당수가 3GPP의 HTTP 기반 스트리밍 표준을 기준으로 기술을 추가한 것이었고, 일부는 MPEG-2 TS를 HTTP로 스트리밍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15개 제안서를 기술적인 이슈 관점에서 세밀히 구분하여 200여 개의 아이템으로 분류하였고, 이를 9개의 EE(Evaluation Experiment)로 묶어서 각 세부 기술들을 비교 평가하도록 하였다.

평가 기준으로는 3GPP의 HTTP 기반 스트리밍 표준에 몇 가지를 추가한 WD(Working Draft)를 작성하였다. 이는 ISO Base Media File Format(공식 표준 번호 ISO/IEC 14496-12) 및 이로부터 파생된 MP4 파일 포맷, AVC 파일 포맷, MPEG-A 파일 포맷 등을 HTTP를 통해 스트리밍하는 기술 제안에 대한 기준으로 3GPP HTTP 스트리밍 표준을 채택하였음을 의미한다. 향후 EE를 통해 이에 추가할 기술들을 선별하게 될 것이다. 단 3GPP HTTP 스트림 표준은 MPEG-2 TS에 대한 HTTP 스트리밍을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제안 기술들은 기존 MPEG-2 TS 표준을 기준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될 94차 MPEG 회의에서 CD(Committe Draft)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평가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2010년 9월 IBC와 연계하여 13일~15일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DASH AhG 회의를 개최하여, 평가 작업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1년 7월이면 DASH의 기술적 내용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HTTP를 이용한 AV 스트리밍은 서버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클라이언트의 지능적 처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스트리밍 방식이다. 클라이언트는 HTTP의 파일 전송 요청 또는 파일 일부 전송 요청만을 사용하여 스트리밍을 달성한다. 따라서 망의 전송률 변화에 적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같은 콘텐츠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전송률로 압축된 파일들을 서버에 올려 두어야 한다. 또 이러한 망의 상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체 콘텐츠 파일을 적당한 크기의 조각으로 나누어 파일로 저장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각난 파일들을 어떻게 순차적으로 가져와서 AV 콘텐츠를 재생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메타데이터로서 별도의 파일로 만들어 서버에 올려 두어야 한다. 이러한 메타데이터 파일을 매니페스트(Manifest) 또는 MPD(Media Presentation Description)이라 부르는데, 여기에는 조각난 파일들에 상응하는 콘텐츠 시간 상의 위치, URL, 크기 등 클라이언트가 미리 알아야 할 정보가 들어 있다. 클라이언트는 매니페스트 파일을 HTTP로 우선 다운로드하여 분석한 후, 전송(Delivery) 포맷에 따라 콘텐츠가 저장된 조각 파일들을 순차적으로 HTTP로 다운로드하여 AV를 재생하게 된다. 망 환경과 단말 환경에 대한 분석과 매니페스트 파일의 정보를 이용한 전송 최적화는 전적으로 클라이언트의 몫이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RTP에 의한 AV 스트리밍 대신, HTTP에 의한 AV 스트리밍이 대중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MPEG 표준은 그 영향력이 매우 클 수 있다. 더욱이 3GPP와 OIPF의 유사 표준들을 아우르는 형태로 DASH가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산업적 파급 효과는 지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MPEG 표준화에 우리나라 기관들의 특허를 반영하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겠으나, DASH 표준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조속히 개발하여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나머지 MMT 이슈에 대한 CfP도 93차 MPEG 회의에서 공표되었는데, 제안서 마감은 2011년 1월 우리나라 대구에서 개최될 95차 MPEG 회의 직전으로 설정되었다. 원래 계획은 2010년 10월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될 94차 MPEG 회의 직전에 제안서를 마감하는 것이었으나, DASH에 대한 평가로 인해 업무량이 넘쳐서 한 회 순연된 것이다. 표준화 일정의 지연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MPEG 의장의 업무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다소간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2단계 MMT 표준화의 내용도 향후 장기적으로 사용될 AV 전달 포맷에 대한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2단계 MMT 표준화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기술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