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일반 전기통신망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난 뒤 인터넷 표준을 담당하고 있는 IETF와 전기통신망을 담당하고 있는 ITU-T간에 협력이 잦아지고 있다. 이 중에서 인터넷의 주요 수단인 IP 트래픽을 IP 하부 계층에서 조절하고 제어하기 위한 기술로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가 있다. 이는 통신 사업자들이나 인터넷 사업자들이 보다 향상된 인터넷 서비스 제공 및 망의 운영을 위하여 현재의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본 기술의 적용이 그러 한바 표준화 관점에서는 전기통신망과 인터넷 간의 주요 접점이 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서 인터넷을 담당하고 있는 IETF와 전기통신망을 담당하고 있는 ITU-T 사이에 본 주제를 놓고 협력이 활발하다. 약 3년 전 양 기관의 합의에 따라서 기본적으로 MPLS에 대한 표준의 개발은 IETF가 주관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부 영역에 있어서는 ITU-T가 표준을 개발하여 IETF와 함께 공유를 하여 오기도 하였다. 그 중에 대표적인 분야가 MPLS의 Transport Profile 계층에 관한 기술인 MPLS-TP이다.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본 주제는 지난 3년 전 합의 이후 이제까지 큰 이변 없이 진행되는 듯 하였으나 금번 ITU-T SG 15 회의(2010.5.31~6.11, 스위스 제네바)에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매우 파격적인 제안을 함으로써 또 다시 양 기관 협력의 본질을 건드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를 기반으로 본 주제의 변화에 대해서 요약하고 양 기관의 협력 현황에 대해 살펴본다.

MPLS 관련 표준화 현황

MPLS에 대한 표준은 기본적으로 IETF의 표준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의 근간은 2001년 발표된 IETF RFC 3031을 들 수 있으며 그 이후 많은 IETF RFC가 개발되어 MPLS에 사용되고 있다. ITU-T의 관점에서는 2005년에 제정된 ITU-T권고 G.8110에서 MPLS를 전기통신망에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MPLS Layer Network Architecture를 정의하면서 본 주제에 대한 표준화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ITU-T에서는 MPLS와 Ethernet 연동을 위한 권고 Y.1415의 개발 등이 계속되어 왔다.

이후 ITU-T에서는 2006년 말에 MPLS에 분야에 중요한 권고 하나를 개발하여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T-MPLS라고 하는 것으로 (ITU-T권고 G.8110.1) MPLS 전달 평면을 기반으로 하여 Connection oriented된 Packet-switched Transport Layer Network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기술로서 MPLS를 기반으로 하나 (MPLS 프레임 사용 및 동일한 Data Link Protocol ID를 사용 등) Ethernet 중심의 전달망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T-MPLS가 이번 논쟁의 핵이 된 것으로, 당초 본 권고의 제정 때부터 양 표준화 기구의 중심 참가자들 사이에 적지 않은 이견을 보였던 주제이다. 당시 IETF를 중심으로 MPLS를 개발하였던 진영에서는 이 T-MPLS가 Ethernet (IETF 영역이 아님)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기존 MPLS와의 상호 운영성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본 권고의 제정에 반대를 표명한 반면 그 당시 xDSL 등을 근간으로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에 Ethernet을 사용하고 있던 전기통신망 진영에서는 본 권고를 강력하게 요망하여 본 주제가 권고로 발표되게 되었다.

MPLS 표준의 문제점

IETF와 ITU-T간에 합의로 MPLS가 IETF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몇 가지 분야에서 관련 표준 개발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바, 이들 중 중요한 주제가 바로 OAM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공중 통신망의 운영 및 유지보수 등에 관하여 적절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 못한 IETF에서 이 분야도 주관하여 개발을 하다 보니 개발 자체도 당초 계획보다 많이 지연되고 있고 또한 기존의 순수 MPLS에 따른 OAM 개발이 주가 되고 있고 T-MPLS와 같은 환경을 고려한 OAM의 개발은 별로 진행을 못해 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전기통신 사업을 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의 MPLS 망 운영 및 유지보수 체제에 적지 않은 장애와 불편을 초래하게 되어 이에 대한 표준의 조속한 개발 요구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미 T-MPLS를 구현한 시스템이 상당수 통신망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중국과 이탈리아의 경우는 관련된 OAM에 관한 표준이 없어 현실적으로 MPLS 망 운영에 적지 않은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금번 논쟁의 핵심 배경이 되었다.

쟁점과 SG15의 결론

이와 같은 배경에 따라서 지난 몇 차례의 SG15 회의에서는 T-MPLS 지원을 위한 OAM 표준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왔으나 매번 이는 IETF에서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제대로 받아 들여지지가 않았었다. 한편 이를 요구하던 국가의 산업체에서는 IETF를 통해 본 표준 개발을 추진하여 왔으나 불행히도 IETF에서 역시 본 요구사항이 적절하게 수용이 되지 못해 왔던 것이다. 이에 ITU의 규정에 따라서 이들 산업체들은 해당 국가의 정부를 통해서 이와 같은 표준 개발의 요구를 정식으로 요청하게 되었다. 규정에 따라 2개 이상의 정부가 이를 지지함에 따라서 ITU-T는 본 주제에 대한 표준 개발을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금번 SG15 회의에서는 회중의 동의를 받아 (중국, 이탈리아의 제안과 일본, 한국, 시리아 등 다수 국가 찬성) 본 주제를 ITU-T가 개발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IETF와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협력 문서를 통해 이 사실을 IETF에 알리기로 하였으며, 또한 이에 필요한 Code Point의 할당을 위해 ITU TSB Director에게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인터넷 도메인 관리 기관)에 이에 필요한 요청을 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이번 SG15 회의에서 논의된 본 주제는 다시 한번 글로벌 표준 개발에 대한 역할과 협력에 대해 돌아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는 인터넷 관련 기술이라고 하면 무조건 IETF가 주관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원칙에 적지 않은 반발이 될 것이며 또한 이른바 로열 패밀리로 구성되어 미국 기업 중심의 독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자주 듣고 있는 IETF의 보이지 않는 운영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지적한 사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협력과 경쟁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었다. 협력 없는 경쟁도 문제이지만 경쟁이 없는 협력 역시 문제라는 것을 확인한 그런 사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