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77차 IETF(Internet Engineer Task Force) 표준화 회의가 진행되었다. IETF에서 주로 다루어 왔고 현재에도 다루고 있는 핵심 표준화 기술 중의 하나가 바로 주소 체계 및 이와 관련된 기술들이다. 지난 1995년 기존 주소체계 IPv4를 대체하기 위해서 IPv6라는 새로운 주소체계를 다루기 시작한 이래로 IETF는 IPv6 주소 체계 및 관련 기술들을 주요 이슈로 다루는 다양한 워킹 그룹(Working Group, WG)을 운영해 왔으며 2010년 3월 현재는 6man(IPv6 Maintenance) WG, 6lowpan(IPv6 over Low power WPAN) WG, v6ops(IPv6 Operations) WG이 운영 중에 있으며 그 외 다양한 워킹 그룹에서도 IPv6 관련 기술을 부분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IPv6 기본 프로토콜 및 관련 기술들의 표준화는 대부분 마무리 되었고, 현재는 관리 측면, 개선 측면, 그리고 응용 측면에서의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IPv6 관련 표준화는 이미 서비스 확산을 위해 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완료된 표준화 규격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확산할 주체(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인터넷 관련 포털 업체,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련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 등)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IPv6 서비스의 구체적인 확산에 대한 국내외 상황을 논의하고자 한다.

IPv6를 위한 포털 업체들의 노력

“IPv6 is easy, inexpensive”, “IPv6 is not rocket science”. 최근 개최된 IETF 회의에서 IPv6 개발 및 확산에 현격한 공헌을 한 기술자에게 수여하는 Itojun Service Award의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된 Google의 두 기술자 Lorenzo Colitti와 Erik Kline가 IETF Community에 던진 메시지이다. 이 두 기술자는 지난 2년간 Google의 IPv6 소프트웨어 개발에 100%의 시간을 투자하며 이끌어 왔다. 이들이 개발한 IPv6 소프트웨어를 통해 Google은 “Google over IPv6”를 실현하기 위해 Search, Alert, Docs, Finance, Gmail, Health, iGoogle, News, Reader, Picasa, Maps, Wave, Chrome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최근 큰 관심을 이끄는 운영체제 Android에 IPv6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YouTube 및 Google Voice에서의 IPv6 기반 서비스 적용을 진행하고 있다. 쉬운 예로 우리는 IPv6 전용 네트워크 접속을 이용하여 웹 페이지 ipv6.google.com를 통한 IPv6 기반의 Google 검색, 즉 IPv6 구글링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Lorenzo Colitti와 Erik Kline가 Google의 IPv6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기존의 웹 서비스 및 응용 서비스에 IPv6를 적용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다(IPv6 is easy, inexpensive).”라고 밝혔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Google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한 IPv6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소수 정예의 팀(Small, Core Team이라 표현)이 불과 1년 6개월 투입되었다고 한다. Google은 IPv6 확산까지의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 외에는 성능적인 측면을 포함해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으며, LTE(Long Term Evolution) 모바일 단말기 및 셋톱 박스 등에서 가시적인 이익 창출을 예상하는 등 IPv6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2011년, IPv6를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공하는 IPv6 웹페이지(www.vsix.net)를 방문하면 우리는 2011년 하반기 전 세계 IPv4 주소 신규할당이 중단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예상 시점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IPv4 주소가 8%밖에 남지 않았다는 숫자를 확인한다면 IPv4 주소 고갈을 대체할 무엇인가는 필요하다고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 중의 하나가 바로 IPv6 주소 체계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IPv6의 확산을 위해 우리는 Google과 같은 노력을 해왔고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고민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유수의 산ㆍ학ㆍ연은 IPv6 연구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연구개발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것에는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확신이 서질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IPv6 서비스 확산의 실제적인 주체인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인터넷 관련 포털 업체,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련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 등이 확산 및 수익 창출의 불확실성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국제공통평가 기준(Common Criteria, CC) 인증을 받은 보안장비 중 IPv6를 지원하고 있는 국내의 장비는 겨우 한 개 제품에 불과하며, IPv6 기반에서 패킷을 처리할 수 있는 인증을 받았을 뿐 IOT(Inter Operability Test)를 받은 제품은 아니다. 아울러, 현재 CC 인증을 신청한 제품 중에도 IPv6를 지원하는 제품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예측이기는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 IPv6로의 전환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진다면 IPv6 트래픽의 보안 문제의 발생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Google이 그동안 해왔던 대부분의 서비스들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Google over IPv6” 서비스가 성공할 것이다라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IPv4에서 IPv6로 변환이 확실하다면 Google은 IPv6 서비스로 또 한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IPv6 연구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였다. 이젠 그동안의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결실을 만들어 혹시 있을 수 있는 그 2011년을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 참고: Itojun Service Award는 IPv6 분야에서 현격한 공을 세우고 지난 2007년 37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일본인 Dr. Jun-ichiro(itojun)을 기억하기 위한 상으로 IPv6 개발 및 확산에 눈에 띄는 현격한 공헌을 인정하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