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기기 중 1% 정도만이 서로 연결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통계가 보고된 바 있으나 그 통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통신 시스템은 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기기간 통신이 전무하였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기기간 통신 및 그 표준화에 많은 관심이 표출된 때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기기간 통신 표준화가 완성되어 실제 시스템에 적용될 시점에는 사람과 사람과의 통신보다 기기간 통신이 더 활성화되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또 새로운 영역의 통신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ㆍ제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러 표준화 기관에서 기기간 통신 표준화가 진행 중에 있으나 본 고에서는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강제 기준(mandate)을 포함하여 ETSI 내에서의 기기간 통신 표준화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기기간 통신 기술 분과

ETSI에서는 기기간 통신에 대한 표준 제정을 위해 2009년 1월 기기간 통신 기술 분과(Machine to Machine Communications Technical Committee)를 공식적으로 생성한 바 있다. 특별히 기기간 통신 관련한 기술 및 표준들이 특정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난립하는 현황에서 ETSI 기기간 통신 기술 분과에서는 응용 분야에서부터 물리 계층, 기기간 통신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실제 사용자에 이르는 전 영역을 아우르는 표준을 제공할 것을 목적으로 현재 표준화를 진행 중에 있다. 2009년에는 스마트 미터링, e-Health, 사용자 응용 분야, 자동차 자동화 및 도시 자동화(City Automation) 등의 주요 기기간 통신 응용 분야 각각에 대한 기술 분석을 진행하여 왔으며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기기간 통신 서비스에 대한 요구 사항을 완성 중에 있으며 2010년 상반기 중 발간 예정이다. 2010년 내에는 기기간 통신을 위한 구조(architecture) 표준 및 프로토콜 표준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유럽 위원회에서 요구한 스마트 미터링 강제 기준을 만족하기 위한 표준화도 진행 중에 있다. 

<그림 1> 기기간 통신 간략 구성도 (출처: Draft ETSI TS 102 689 V0.4.1)

<그림 1>과 같이 기기간 통신은 그 응용에서부터 네트워크 구성, 기기 자체에 대한 표준 등 그 분야가 매우 넓어 기기간 통신에서 사용 가능한 여러 기술들 중 어떤 기술을 표준에 채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특히 기기간 통신 구조 표준에 있어 각 영역 간 오픈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에도 난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기 명명(naming), 어드레스 설정, 라우팅, QoS(Quality of Service), 보안, 프라이버시, 이종망간 연동, 테스트 규격 완성 등 다양한 기술적 이슈들도 함께 표준에서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유럽 지역에 국한된 문제일 수도 있으나 아래에서 설명하게 될 유럽 위원회의 스마트 미터링 관련 강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표준화를 강제 기준에서 설정한 기한 내에 완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미터링(Smart Metering) 강제 기준

스마트 미터링은 기기간 통신을 사용하는 여러 응용 분야 중 하나이지만, 기기간 통신의 표준화 필요성을 전세계적으로 부각시킨 분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미터링은 에너지 사용자가 에너지 공급원이 제공하는 에너지의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에너지 사용자 측과 에너지 공급자 측의 기기간 통신을 제공하는 응용 분야로서 유럽 위원회에서는 2009년 3월 스마트 미터링 관련 강제 기준을 발간한 바 있으며 해당 강제 기준을 통해 유럽 공식 표준화 기관인 CEN(European Committee for Standardization), CENELEC(European Committee for Electrotechnical Standardization) 및 ETSI(European Telecommunications Standards Institute)을 통해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표준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스마트 미터링 강제 기준은 에너지 (전기, 가스, 난방 및 수도) 소비량를 모니터링하여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간 통신 표준화를 진행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강제 기준에서는 2009년 3월부터 9개월 동안 스마트 미터링 관련 현존하는 유럽 기준들을 분석하고 스마트 미터링 관련 표준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고 2009년 3월부터 30개월 내 스마트 미터링 관련 표준 프로그램을 충족하는 표준을 제정하여 완성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해당 강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기간 통신 기술 분과를 통한 표준화 외에 PLT(Power Line Telecommunications) 기술 분과에서는 전기 제공 회사와 가정 내 전기 사용 미터 간의 저전력을 사용한 파워라인(Power Line) 네트워크에 대한 표준화를 시작하였으며 해당 표준은 전기 사용자가 자신들의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경우 적어도 10%의 이상의 전기 사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다.

해당 기고에서는 ETSI 내 기기간 통신 기술 분과의 표준화 현황과 유럽 위원회에서 발행한 스마트 미터링 관련 강제 기준의 간략한 내용과 관련한 표준화 현황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현재 진행 중인 기기간 통신을 위한 구조 및 프로토콜 표준이 완성될 시점에 기기간 통신 표준화에서 언급된 문제점들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