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기후변화” 문제이다. ICT 기술과 “기후변화”라는 주제가 상호 연결되면서 이를 위한 글로벌 협력 및 표준화 추진 문제가 ITU-T의 주요 주제가 됨에 따라 ITU-T는 SG5의 연구 범위를 기후변화 부분까지 담당하도록 확장하였으며 이에 따라 SG5는 기후변화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표준화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지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SG5 회의가 열렸으며 이번 회의에서는 본격적인 기후변화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논의의 하나로 이번에 갑자기 우리의 관심을 끌게 된 주제가 ICT 장비의 재활용 (Recycling) 확장을 위한 표준화 추진이었다. 이에 대한 주된 원인은 본 주제의 첫 번째 목표로 모바일 핸드폰에 사용되는 충전기의 단일화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ICT 장비의 재활용

현재 시점에서 기후변화를 다루고 있는 주요 관점으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그 첫째는 기후변화의 요인을 감축시키기 위한 해결책의 하나로써 ICT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이며 다른 하나는 ICT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에의 기여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이 그것이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요인을 축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ICT를 이용한 서비스의 개발을 통하여 물리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써 “영상 회의”와 같은 서비스 이용을 통한 방안이 그 주요 예제가 된다. 이와 더불어 USN과 같은 감시 기능을 갖추고 있는 ICT를 이용하여 환경 변화 요인의 조기 점검 및 이에 따른 응급 조치의 확보 방안 역시 이에 속한다 하겠다.

ICT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후변화 기여 요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에 크게 논의된 관점으로는 ICT 장비의 재활용도를 높이는 방안과 ICT 장비에 사용되고 있는 희귀 금속의 재수집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었다. 이중에서도 ICT 장비의 재활용성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의 하나로 이번 회의에서 제안되어 권고로 개발되고 AAP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 모바일 단말에 사용되는 충전기의 단일화 방안이다. 그리고 희귀 금속의 재수집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현재 ICT 장비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특정 희귀 금속들을 재수거하여 프로세스를 간략화하고 이를 통해 수거율을 높임으로써 희귀 금속의 사용율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모바일 충전기 단일화

이번 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하게 제기된 주제는 ICT 장비의 재활용율을 증대시키기 위한 표준화 추진에 관한 제안이었다. 이는 ICT 장비의 경우 대형 시스템뿐만 아니라 소형의 기기들이 다수 사용되며 또한 이들의 경우 서비스나 응용 개발에 따라서 수명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이들 장비들의 재활용율을 높이는 것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축소하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관점이라는 주장에 그 배경이 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을 근간으로 지난 SG5 회의에서 접수되었던 협력 문서 하나가 이러한 논의를 급격하게 진행시키는 뇌관이 되어 이번 회의에서 권고로 작업하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즉 지난 5월에 있었던 SG5 회의에서 현재 GSM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 관련 협의체인 GSMA(GSM Association)에서는 모바일 핸드폰에 사용되는 충전기의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이를 하나의 표준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ITU-T가 이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해 온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회의에서는 GSMA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마이크로 USB를 사용하는 단일 방안에 대한 협력 문서를 제출하여 본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활성화시켰다.

본 주제는, 국내 모바일 핸드폰 충전기 규격인 20핀 규격에 대한 국제화 문제와 연결되어 금번 회의에서 한국 대표단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주제가 되었다. 금번 회의 내내 한국 대표단은 국내 규격인 20핀의 국제화를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유사한 상황을 가지고 있는 중국 및 일본 등과 더불어 협력을 통하여 국내 규격의 국제화를 이루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시사점

이번에 AAP 승인 절차에 회부된 단일 충전기 사용에 대한 권고는 권고가 정의하는 바가 충전기에 대한 물리적인 인터페이스 및 단말기 접속 단자에 관한 규정이기 때문에 그 내용이 국가 기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산업과 규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권고이다. 본 권고는 이번 SG5 회의에 초안이 처음 제출되었고 제출되기가 무섭게 권고로 작업되어 승인 절차에 바로 회부되었다. 이는 그 동안 ITU를 통한 표준화에 적지 아니 미온적이었던 유럽이나 북미의 규제자들 그리고 산업체들의 행동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결과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 그들의 정책으로는 이와 같은 인프라 표준을 이렇게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회의에서 유럽과 북미의 모든 참가자들은 본 권고의 절차에 찬성하고 이를 더욱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몰아 부치는 역할들을 감당한 것은 우리가 정말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과는 사례가 되어 향후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표준화의 전략적인 기반이 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SG5에서 도출된 결과와 합의된 결정은 기후변화라고 하는 테마를 통하여 ICT 분야에 대한 표준화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끌고 가야 할지에 대해 국가 전략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하겠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표준화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들이 이 지구적 대명제인 “기후변화”라고 하는 슬로건 아래에서는 그 중요성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비록 이번에 본 권고안이 우리의 국내 규격인 20핀 기준이 수용되는 쾌거를 이루기는 하였으나 본 권고의 상당수 내용에는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거나 또는 국내 산업에 수용을 위하여 보다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는 요인들도 있는 바, 이에 대해 국내 산업체 및 관계자들이 함께하여 이를 정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이에 따른 국내 산업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반면 우리의 기준을 통하여 국익을 최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