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회의에 참석하면 국내외 대표들이 회의 도중에 가끔 우스개 소리로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전원 플러그에 대한 단일 국제표준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외국출장을 가 본 사람이면, 각 나라별 표준규격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상천외한 모양의 전원 플러그 모양에 한번쯤 당황한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각국의 전원 플러그 규격들은 둘 또는 세 단자의 굵기, 위치, 각도가 모두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 전용 변환 플러그 또는 다용도 변환 플러그를 미리 준비해 가지 않으면 출장 시 현지에서 곤란을 겪게 된다.

이처럼 전원 플러그가 국가별로 규격이 서로 다른 이유는 각 국가들이 전력인프라를 구축할 당시에는 국가간 표준화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시기였다라는 이유도 있지만 상당부분 전력의 기본 전압과 전류 차이로 인해 타국에서 제작된 전기기구의 손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글로벌경제화 시대에 전원 플러그에 대한 단일 표준화가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아마도 상이한 전압과 전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구축되어 있는 전원 플러그들을 기존의 특정 한 가지 방식 또는 새로운 방식으로 모두 변경하고, 향후 생산되는 가전기기들의 전원 플러그 모습을 모두 동일한 모양으로 제작해야 된다는 전제 조건에 다다르면 이미 표준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표준화 방식에 찬성표를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표준화를 위해 감당해야 하는 산업적 비용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이다. IT 분야에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술들에 대한 단일 표준을 제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IPTV 기술 표준화의 콘텐츠 보호 분야도 현재 단일 표준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기술들 간의 호환성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호환성을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콘텐츠 보안의 호환성 표준화 방식

콘텐츠 보호 기술에 대한 호환성을 제공한다 함은 서로 다른 보호 기술을 사용하는 A와 B시스템이 존재할 때 A 기술로 보호된 시스템의 콘텐츠가 B 기술로 보호된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콘텐츠 보안 시스템 간의 데이터 전달을 위한 호환성 제공 방식은 다음 표와 같이 4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위 4가지 항목 중 단일 규격 방식은 상이한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상태에서는 기존 기술 업체들의 반발로 표준화 가능성이 적고, 복수 기술 지원 방식 또한 제작 유지 비용의 문제로 역시 표준화 채택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비 공개된 변환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는 변환 방식은 비공개적인 특성으로 인해 표준화 기술로 채택될 수 없고 결국 공개된 변환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연동 방식이 표준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IPTV 콘텐츠 보호기술의 호환성 표준화 방식

현재 ITU-T IPTV 국제표준화 회의에서는 방송단에서 셋톱박스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불법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수신제한시스템(CAS, Conditional Access System) 방식의 보안시스템이 표준으로 사용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셋톱박스 이후의 콘텐츠 보안으로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방식의 보안시스템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 두 보안시스템 사이의 호환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위해, 위에서 언급한 4개의 방식 중에서 ‘연동방식’을 통한 표준 프로토콜을 정의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상태이다. 그러나 ITU-T IPTV 표준화 회의에서는 방식은 ‘연동방식’으로 하되 사용되는 콘텐츠 부가정보 포맷에 대해서는 단일 표준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콘텐츠 부가정보 단일 표준화 시도는 국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ITU-T IPTV의 콘텐츠 보호 호환성 표준화 방향과는 좀 다른 형태로 향후 표준화 진행 과정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MPEG 표준화 단체와 ITU-T IPTV 표준화 단체의 공조

국제표준화단체인 MPEG에서는 2007년 9월, 방송 콘텐츠의 부가정보에 해당하는 권리정보에 대한 국제표준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IPTV 기술 표준화의 일환으로 기존에 표준화했던 MPEG의 다양한 표준화 기술을 활용하여 ITU-T SG16(Study Group 16)과 함께 AIT(Advanced IPTV Terminal)기술에 대한 공동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MPEG입장에서는 콘텐츠의 권리정보 표현방식에 있어서도 MPEG의 기술이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ITU-T의 SG16에서도 이에 대한 당위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향후 권리정보가 단일 표준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

IPTV 콘텐츠 보호기술의 호환성 표준화에서 권리정보가 단일표준으로 제정되느냐 마느냐는 현재 우리나라 주도의 호환성 표준화 방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단일 표준이 지정될 경우 관련된 특허의 범위도 축소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감한 영역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진행될 MPEG과 ITU-T 모든 쪽에서의 표준화 진행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리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