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통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향후 정보통신 환경은 이른바 통신에 이용되는 단말에 특별한 구분이 없어지는 유비쿼터스 환경 즉 “Connecting to Anything”을 향해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발전 방향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USN(Ubiquitous Sensor Network)이나 FMC(Fixed Mobile Convergence)와 같은 통신 기술의 발전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이렇게 통신 서비스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Identity 문제일 것이다. 이는 통신망에 접속되어 있는 Anything을 어떻게 구분하고 인지하여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전달 또는 운영되도록 할 수 있느냐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바로 이에 대한 인식(Identification)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관점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그룹이 바로 ITU-T의 SG17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본 주제에 대한 연구는 어느덧 3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그렇게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 같아 우려가 된다. 특히 이번 SG17 회의에서는 지난 회의에서 어렵게 TAP 권고 승인 절차에 회부된 2개의 기본 권고(안)들이 부결되어 다시 Re-Determine 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러 본 주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그룹들간의 이견이 상당한 수준에 있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이번 SG17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IdM(Identity Management) 관련 논의를 근간으로 향후 전망을 정리해 본다.

SG17의 IdM 표준 개발 현황

SG17은 지난 WTSA 2008을 통해서 IdM관련 주관 그룹으로 지정이 되었다. 이는 지난 연구회기 SG17이 본 표준화 활동에 대한 장을 열었고 또한 2006년부터 본 주제를 위하여 애써 왔던 결과들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연구회기까지 본 주제는 전기통신에서 번호 체제를 담당하고 있는 SG2와의 주도권 문제를 놓고 정치적인 격론이 있었으나 본 주제가 기술적인 특성을 많이 갖추고 있는 점이 반영되어 SG17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SG17은 본 주제의 주관 그룹으로 선정되게 되었다.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SG17이 진행해 오고 있는 본 주제에 대한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1> SG17의 IdM관련 표준화 추진 현황

SG17 표준화 추진의 문제점

상기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SG17의 IdM관련 표준화는 공식적으로는 한발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보여주는 심각성은 특히 아직 필요한 용어의 사용 및 이에 대한 정의에도 합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의 여정 또한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08년 10월 SG17 회의 당시 의장의 권한으로 TAP 상정에 들어갔던 권고 X.1250과 X.1251 그 중에서도 특히 X.1250의 경우는 IdM을 위한 기본 골격을 담고 있는 문서로서 전기통신망에서 IdM을 위한 기본 능력(Capability)에 대한 정의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권고 역시 용어 정의를 기본으로 하는 이견으로 인해 승인이 부결되어야만 했다. 이번 회의에서 권고가 부결되는 과정을 보면서 본 주제에 대한 전망을 힘들어 보이도록 만든 것은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유럽,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태도이다. 독일의 경우는 자신들의 주장에 단 일보도 뒤로할 의사가 없으며, 프랑스의 경우는 특별한 의견도 없이 독일의 주장을 찬성하면서 거의 모든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 국가는 권고(안)들이 TAP 상정이나 되어야 거기에 의견을 다는 정도이지 본 회의에서는 기고문 하나 제출을 하지 않고 있어 본 주제의 진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향후 추진 방향

이번 회의에서 그 나마 공동의 의견을 갖게 된 것은 보다 속히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용어의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따라서 그 동안 Lexicon이라는 이름으로 관련된 용어들을 수집 정리하여 왔던 문서를 기반으로 신규 권고(안) X.idmdef라고 하는 권고(안)을 작업하기에 이르렀다. 본 문서는 다음 라포처 회의 예정인 6월까지 각 국가의 의견을 수렴한 뒤, 2009년 9월 회의에서 공식으로 권고 승인 절차에 회부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나머지 모든 권고(안)들은 본 용어 정의 권고가 승인되는 그 시점에 승인하기로 합의가 되었다.

이와 같은 합의들은 일면 활로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나, 결국 모든 사안을 용어 정의라고 하는 그 동안 독일이 중심이 되어 주장한 문제 중심으로 밀어 넣은 것으로 이해가 된다. 즉 이제 모든 권고 결정의 핵심은 어떻게 독일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느냐가 되어 버렸다는 느낌인 것이다. 다음 6월 회의에 해당 국가들이 어떤 결과를 내어 놓을지 유심히 지켜 보아야 할 일이다.

최근 “유비쿼터스” 그리고 “방송-통신 융합” 및 “유무선 통합” 등의 제목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국내 정보통신 이용 환경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ITU-T의 느린 행보는 정말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상당수 내용들이 서로 다른 규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유럽과 북미 간의 용어 논쟁이라면, 우리는 이러한 논의는 유심히 지켜보되 우리 나름의 국내 합의안을 도출하여 우선 국내 표준화부터 진전시키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본 주제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