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국제표준문서에 서술된 표준규격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합한 형태 혹은 수치로 적용해야 하는 필요성과 그 사례를 시리즈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첫 회(2008.2.18일자)에서는 NGN 환경에서 응용 서비스별 품질 등급 분류를, 지난 회(2008.3.3일자)에서는 각 등급별 품질 기준 수치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했고, 이번에는 NGN QoS 관련 국제표준의 사회적 이슈에의 활용사례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NGN QoS 표준과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NGN QoS와 관련된 사회적 논쟁의 이슈가 바로 망 중립성이다. 해당 이슈의 핵심은 인터넷을 경유하는 트래픽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고 동일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인터넷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소비자 비용 증가로 인한 인터넷 본연의 모습 왜곡을 막고, 참여와 공유의 가치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망 중립성에 반대하는 진영의 주장은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통신망의 역할을 강조하고 대용량 멀티미디어와 같은 미래 서비스의 원활한 통신망 이용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언급하며 충분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 속에 인터넷의 최선형(Best Efforts) 서비스 환경이 NGN 환경으로 변화되며 QoS 기술이 적용될 경우 망 중립성 논쟁의 이슈 중 하나인 품질 차별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NGN QoS가 제공하는 능력 혹은 활용 방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의 전통적인 최선형 서비스 능력은 대역폭의 여유가 있을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반면, 폭주 및 혼잡상태에서는 불가피한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 ITU-T 권고안 Y.1541에는 현재 6개의 품질등급이 규정되어 있는데, 품질등급 5는 그 품질 목표값이 미규정(unspecified)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는 최선형 서비스가 제공하는 품질 목표와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진영의 품질 차별화 현상 이슈는, 인터넷 환경에서건 NGN 환경에서건 최선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품질 보장형 서비스(예를 들어, ITU-T 권고안 Y.1541의 품질등급 0~4)의 품질 보장을 위해 최선형 서비스(ITU-T 권고안 Y.1541의 품질등급 5)의 품질을 인위적으로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그 우려가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떤 방식의 엔지니어링 기법을 적용하는 가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이슈이다. 사전에 대역폭을 규정하는 대역폭 예약(Bandwidth Reservation) 기법이 사용되는 경우 품질 보장형 트래픽이 없는 상태에서도 여유 대역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최선형 서비스가 추구하는 특성을 저해하는 부분임은 자명하다. 반면 우선순위(Priority) 기법이 적용되면 인터넷 최선형 서비스 경우이든 ITU-T 권고안 Y.1541의 품질 등급 5 경우이든 간에 폭주 혹은 혼잡상태에서의 품질 저하는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동일한 현상이기 때문에 차별화 혹은 불공정(unfairness) 이슈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결국 어떠한 엔지니어링 기법을 적용하는 가에 따라 망 중립성 이슈의 타당성이 결정되므로, 망 중립성에 대한 논쟁은 국제표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를 적용하는 기술방식에 대한 적절한 선택으로 그 논거의 몇몇은 해결되는 셈이다.

시리즈의 마무리와 제언

3번에 걸친 본 고를 정리하면서 우선적으로 결론짓고자 하는 점은 NGN QoS에 있어서 국제표준은 실제 적용을 위한 최고의 참조문헌임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토론과 분석을 거쳐 만장일치로 합의된 문서의 품질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국제표준은 또한 참조로만 그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각 국가별 혹은 사업자별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국제표준을 일일이 규정하기 보다는 일반론적인 시각에서 타당한 수준의 규격을 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표준의 특성은 현실에서의 직접적이고 간단한 적용을 하기에는 많은 고민과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전적으로 각 국가의 해당 표준에 대한 전문성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본 시리즈의 가장 첫 이슈였던 NGN 환경에서의 응용서비스별 품질 등급 분류에서는, 응용서비스가 지닌 기술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등급이 분류된 현 국제표준은 이용자가 느끼는 가치와 사업자의 사업 목적에 의해 재정렬 될 수 있음을 서술하였다. 또한 두번째 이슈였던 각 등급별 품질 기준 수치에서는, 서비스의 본원적인 품질 요구사항을 명시하고 있는 국제표준의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국가별 혹은 사업자별 상황에 적합하게 할당을 함으로써 이용자가 느끼는 단대단(end-to-end) 품질 목표를 성취하는 기법이 적용되어야 함을 소개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고에서는 망 중립성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NGN QoS 국제표준의 올바른 이해가 논쟁 해결의 단초를 제시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최근 몇 년간 TTA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국제표준전문가 지원프로그램으로 인해 국내참가자와 제출 기고서에 있어서 최소한 양적이 성장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의장단 진출과 직접 권고안을 개발하는 에디터로서의 역할도 상당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이렇게 얻어진 성취를 실제적인 도구로서 적용하기에는 본 고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국제표준의 원론적인 부분에서의 명확한 이해와 더불어 현실에서의 적정한 적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국제표준의 무조건적인 한글화를 통한 국내표준으로의 수용보다는 국내상황에 적합하도록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더한 노력이 집중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