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MPEG의 표준화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미 고유명사화 되기는 했지만, 동영상 전문가 그룹(Moving Pictures Expert Group)이라는 표준화 단체를 의미하는 “MPEG'이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MPEG의 표준화 범위를 한정짓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와 관리 기술이나 메타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는 그나마 동영상/멀티미디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야의 표준화라고 할 수 있겠으나 최근 표준화 작업의 시작을 결정한 가상 세계와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표준화는 20년 전 MPEG이 처음 표준화를 시작하던 시절의 MPEG-1이나 MPEG-2 표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겠다. 본 보고서에서는 새롭게 추진되는 MPEG 표준인 가상 세계에 대한 표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배경

얼마 전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와 같은 가상 세계 서비스의 확산이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변화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이 이러한 표준화 추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일반에 보급되기 시작한 지 10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 기업과 개인, 혹은 개인과 개인 간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뉴스와 필요한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친구들과 대화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고 있다. 가상 세계 서비스가 확산되면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던 중요한 의사소통이 가상 세계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된다. 즉 기업이 가상 세계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뿐만 아니라, 개개인 간의 만남도 사이버 세상을 통해 이뤄지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유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상 세계 서비스의 확산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사용자들이 가상 세계와 실제 세계와의 연결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나 아직 가상 세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새로운 사업 모델 도출을 위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외에도 기술적으로 몇 가지 성숙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가상 세계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개개인이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러한 가상 세계 서비스 간의 정보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특정 가상 세계에 갇히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로 가상 세계에서의 의사소통 수단이 채팅과 같은 문자에 머물고 있어서 충분한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다. 세 번째로는 가상 세계에서 유통되는 정보들에 대한 보안이나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못하여 금융 서비스와 같은 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끝으로 가상 세계에서 발생한 일들을 현실 세계와 연동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제공되지 않아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표준의 목표와 범위

이러한 기술적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 가상 세계를 통한 새로운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아울러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본 표준화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표준화의 범위가 되는 기술들은 다음과 같다.

Ÿ 디스플레이, 센서, 제어 장치, 로봇 장치 등과의 인터페이스

Ÿ 보안, 개인 정보 보호 등을 위한 프레임워크

Ÿ 플랫폼 간의 이동을 보장하는 메타 데이터

Ÿ 사용자 프로파일 정의

Ÿ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과 기존 패러다임과의 결합 

또한, 이러한 표준화를 통해 생성되는 표준은 크게 세가지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표준화 결과물은 아키텍처가 될 것이다. 즉, 표준화된 가상 세계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포괄적인 아키텍처를 제시할 것이다. 두 번째 표준화 결과물은 가상 세계간의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 가상 세계 간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는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의 신체적인 특징(키, 몸무게, 머리카락 색상, 눈동자 색상, 피부색 등)과 의복의 특징(색상, 사이즈, 옷감의 재질 등), 그리고 악세사리와 성격적 특징, 등등에 대한 기술이 가능한 메타데이터를 표준화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표준화 결과물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간의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 즉, 가상 세계에서 이뤄진 일들을 현실 세계에 반영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나 반대로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을 가상 세계에 반영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바람, 향기, 등의 효과를 실세계에 발생시켜 사용자가 이러한 가상 세계에서의 경험을 현실 세계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가상 세계의 입력으로 사용하기 위한 센서 데이터와의 인터페이스 등이 표준화될 것이다.

결론

인터넷의 빠른 보급은 우리 나라를 IT 강국의 자리에 오르게 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사용자와 새로운 방법으로 의사소통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 많은 비용을 절감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새로운 사업의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사이버 세계 서비스가 인터넷처럼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터넷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소흘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표준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토착화된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발굴했던 인터넷 포털이나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터넷 다자간 게임 서비스 등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이니 만큼 관련된 업계의 대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가상 세계와의 상호 작용이 언제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어야만 의미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휴대 단말 관련 업체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