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표준화되었거나 진행중인 모든 통신관련 표준의 내용에는 QoS(Quality Of Service)라는 말이 들어간다. 유선망에서는 RSVP, diffServ, IPv6, MPLS 등 프로토콜이 QoS를 지원한다고 하고, 무선에서는 UMTS, HSDPA, WiBRO, WIMAX, IEEE802.11 WLAN, IEEE802.16 MAN 등등 모든 표준들이 QoS를 지원한다고 한다. QoS를 지원한다는 말은 서비스별로 서로 다른 요구사항을 차별화 해 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예를 들어, 비디오폰 서비스에 대해서는 두 사람간 지연이 150ms 이내이어야 하는데 비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5~10초가 되어도 상관없다. 그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화를 감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손실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이렇게 네트워크에서 서비스별로 [가용한 대역폭, 지연, 손실]을 차별화할 수 있으면 QoS를 지원한다고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패킷에는 원하는 QoS를 식별할 수 있는 식별자가 있고 이를 보고 라우터나 기지국에서는 이에 맞는 서비스를 해준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이를 택할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종량제가 필요하다. 즉, 패킷의 클래스에 따라 전달하는데 요금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비행기를 탈 때, business class, economy class로 나누고 요금을 다르게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싼 클래스를 택하면 지연이 커지고, 손실이 많아진다. 왜냐하면, KTX가 지나갈 때, 다른 열차들은 역에서 기다리는 것과 같은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QoS가 도입된 이유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TV, 전화, 데이터 서비스를 다할 수 있는 서비스를 그래서 TPS (Triple Play Service)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TV는 TV망을 통해 서비스되었고, 전화는 전화망을 통해, 데이터는 데이터망을 통해 독립적으로 서비스되던 것을 하나의 망에서 서비스되도록 하면서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원래 인터넷망이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존재한 것이고 이 망에 다른 서비스가 들어온 것이므로 QoS는 인터넷망에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해도 그리 틀린 생각이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종량제가 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역발상이 가능하다. QoS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도입이 되었지만 높은 클래스로 전송할 때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면, 낮은 클래스로 전송하면서 이로 인해 생기는 품질저하를 보상할 수 있는 코덱을 사용한다면 어떨까?

인터넷 종량제에 있어서의 QoS 의미

가치사슬(value chain) 상에서 생각해볼 때, 이러한 시도는 네트워크 제공자(network provider)이 가지려는 수익이 서비스 제공자(service provider) 또는 단말기 제조사(manufacturer)에게 이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네트워크 제공자에게 전권을 주게 되는 현재의 구조에서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QoS 도입에 덜 적극적이며, 또한 네트워크 제공자는 QoS에 대한 선택권을 독차지하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어, IPTV 서비스가 이러한 형태로 흘러가는 것 같다. 국내 사업자는 QoS가 고정된 망을 통해 IPTV를 서비스하려고 한다.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익에 대한 독과점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은 일종의 끼워팔기이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휴대전화망을 통한 부가서비스에서 발견할 수 있다. 통신사가 다르더라도 전화와 문자 서비스는 가능하다. 그러나, 동영상 서비스는 호환성이 매우 제한적이다. 왜 그럴까?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관계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중소기업 또는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해 국내법은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통신사들이 허용하는 서비스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의 권리도 제한하는 것이다. 만일 통신사에 무관하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면 통신사가 다르더라도 서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서비스는 어떤 통신사에서만 가능하게 되어 있어 소비자의 선택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건 끼워팔기이다. 유럽의 이동통신에서는 이와 다르게 호환카드만 끼우면 어떤 휴대전화로도 통신사와 무관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 나라 중소기업이나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유럽시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는 IPTV 기술은 많이 수출하였지만, 국내에서는 IPTV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여기서도 개발업체의 염원을 무시한 방송관계자 또는 통신사들의 폭력이 존재한다.    

표준화 진행정도

만일 통신사의 독과점이 줄어든다면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코덱이 이용될 것이다. 통신사들은 서비스 등급을 정해놓고 등급별로 패킷마다 가격을 다양화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서비스 제공자는 독립적으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 코덱에서 다양한 형태란 네트워크 상황에 적응성을 갖춘 정도를 의미한다. 방송용 비디오 코덱을 표준화하던 MPEG은 비디오폰용(통신용) 비디오 코덱을 표준화하던 ITU-T와 함께 손을 잡고(통방융합!) JVT(Joint Video Team)을 만들어 H.264/AVC를 2005년 표준화하였고, 이어 2007년까지 SVC(Scalable Video Coding) 관련 표준화를 완료할 예정이다. SVC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수십 kbps에서 수십 Mbps로 비디오 대역폭을 가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비디오 코덱이다. 유선망이나 무선망이나 인터넷망은 여러 사람들이 대역폭을 나누어 같이 사용하는 망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대역폭이 줄어들게 된다. 데이터 전송할 때에는 이를 자동으로 제어하기 위해 TCP 프로토콜을 사용한다. SVC는 네트워크 상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요구나 단말기의 성능에 맞출 수 있게 해준다. 즉, 전달한 데이터의 양에 따라 요금이 책정된다면, 싼 요금에 낮은 품질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동 중에는 큰 HDTV를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모니터에 맞게 서비스가 되어야 할 때 SVC 기술이 사용된다.

SVC가 대역폭에 대한 적응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품질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인자인 손실에 대한 적응성은 매우 약한 편이다.(SVC에서는 이를 error resilience 즉, 에러강인성 기능이라고 부른다.) 인터넷 종량제가 되면 클래스별로 패킷 손실율도 달라질텐데 이에 대한 대비가 잘 안 되어 있는 것이다. 2007년 중반에 표준화를 마무리하겠지만 패킷 손실에 대한 적응성은 아직 더 효과적인 도구가 필요하다.    

최신 기술쟁점사항 및 국제 표준화회의 결정사항

에러강인성 방식 중 하나인 RP(Redundant Picture) 방식을 SVC에서도 사용할 것을 Nokia에서 제안되었고 SVC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RP는 원래 H.264/AVC에 있는 방식으로 중요한 픽쳐를 복사하여 다시 한번 전송하고 둘 중에 하나만 도착해도 디코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Nokia 제안에서는 RP를 단순한 복사가 아닌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RP를 잘 이용하면 가변적인 손실률에 매우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된다. 현재 WiBro망에서 측정해 보면 수초 사이에도 패킷 손실율이 0%에서 수십%로, 다시 수%로 가변적이다. 손실율이 낮은데 RP를 많이 보내게 되면, 대역폭을 낭비하게 되며, 손실율이 높은데 RP를 적게 보내게 되면 디코딩이 안되어 화질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손실율에 적응적으로 RP를 부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SVC에서 채택되진 않았지만 지난 2006년 Stanford 대학에서 제안한 SLEP(Systematic Loss and Error Protection) 방식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인정받았었다. 이 방식과 같이 FEC(Forward Erasure Correction)를 이용한 방식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기타 시장전망 및 제품상용화 전망 및 국내표준화 활동에의 제언

한국은 무선네트워크를 조기 도입했으므로 한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표준안 제안은 국제 표준화에서 매우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시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품화에서도 운용경험을 바탕으로한 제품을 개발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선인터넷망을 통해서 비디오 서비스를 할 때, [가용한 대역폭, 손실율]을 계속적으로 측정하고 수시로 이에 적응하여 가능한 최대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가용한 대역폭, 손실율]에 적응적인 비디오 코덱이 필요하다. 이로써 인터넷 종량제 하에서 사용자들의 선택폭이 서비스 종류뿐만 아니라 가격대별 서비스 품질에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게 위하여 통신사에 독점적인 권한을 주는 현재의 법제도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