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코 프라하에 열린 68차 IETF 회의 이동성(Mobility)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최고의 이슈는 바로 Proxy MIPv6(이하 PMIPv6라고 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PMIPv6가 이번 회의에서 처음 논의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67차 회의를 통해 공론화 된 후 실제적인 파급 효과는 이번 68차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본 고에서는 PMIPv6의 등장 배경과 지난 수년간 IP 계층 이동성 솔루션으로 인식되어 왔던 Standard MIPv6(이하 MIPv6)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동성 분야 관련 표준화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기존 Standard MIPv6의 문제점

IETF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IPv6 기반 이동성 표준화가 “Mobility Support in IPv6(MIPv6)”이란 제목으로 오랜 기간 동안 논의되어 왔고, 결국 지난 2004년 6월 RFC 3775로 표준화가 완료되었다. 표준화 과정을 살펴보면 워킹그룹 문서 채택 후 무려 20차례 이상 수정 버전을 Release하였고 그 중 몇 차례는 대대적인 수정 보완이 이루어지는 등 논쟁이 참으로 많았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표준화가 완료된 MIPv6는 다양한 기관에서의 구현을 통해 보급 확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론과 실제의 괴리감을 보이며 상용 서비스에 이르지 못하고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서, 실제 서비스를 제공할 통신 사업자(Telecommunication Operator)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이른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MIPv6 서비스를 위해 클라이언트인 이동 단말에 부여되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 단말과 액세스 라우터 사이의 시그널링으로 인한 무선 구간에서의 자원 사용량 증가, 성능 및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이동 단말에서의 복잡한 표준 사양 구현, 이러한 동작들로 인한 이동 단말의 전력 사용량 증가 등이다.

Proxy MIPv6 기술 개요 및 의미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인터넷 프로토콜 개발자들은 결국 MIPv6와 같은 클라이언트 기반 이동성 프로토콜(Client Controlled Mobility Protocol)이 아닌 네트워크 기반 이동성 프로토콜(Network Controlled Mobility Protocol)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최근 몇 가지 기술들이 IETF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된 기술을 다루기 위해 IETF에 NetLMM(Network-based Localized Mobility Management)이라는 워킹그룹이 신설되었고 Design Team이 본격적인 표준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NetLMM 워킹그룹 외부에서도 다른 접근 방식으로 PMIPv6가 논의되었다. PMIPv6은 등장 초기에 이를 집중적으로 다룰 적절한 WG(Working Group)이 없어 IETF 내에서 그다지 큰 지지 세력이 없었고 이 때문에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다른 표준화 기구인 3GPP2와 WiMAX 포럼에서 통신 사업자 중심으로 PMIPv6 솔루션을 공식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선언과 동시에 이를 IETF에서도 반영해 주기를 요청하면서 IETF에서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 결국 지난 67차 IETF회의 NetLMM WG 내에서는 네트워크 기반 이동성 프로토콜로서 어떤 것을 다룰 것인지를 Design Team 기술과 PMIPv6 기술에 대해서 투표를 하게 되었고 PMIPv6을 채택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채택된 문서는 “Proxy Mobile IPv6<draft-sgundave-mip6-proxymip6-02.txt> http://tools.ietf.org/wg/mip6/draft-sgundave-mip6-proxymip6-02.txt”이다.

PMIPv6 기술의 핵심은 이동 단말이 어떠한 IP 이동성 프로토콜 시그널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이동 단말이 이동성 관리의 주요 역할을 수행하던 기존 MIPv6와는 달리 PMIPv6에서는 네트워크 측면에서, 즉 통신 사업자가 IP 이동성 관리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존 MIPv6의 경우 복잡한 표준 사양이 탑재된 단말만이 이동하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지만, PMIPv6에서는 IPv6 기능을 가졌다면 어떤 단말이라도 이동하면서 인터넷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MIPv6와 PMIPv6의 동작 차이는 다음 <그림 1>과 같다.

<그림 1> MIPv6와 Proxy MIPv6의 동작

PMIPv6가 기존 MIPv6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는 이 기술이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게 된 배경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두 기술의 주요 지지 세력을 살펴보면 기존 MIPv6의 경우 단말 솔루션 업체인 노키아(Nokia)이고 PMIPv6의 경우 라우팅 솔루션 업체인 시스코(Cisco)이다. 이는 IETF 표준화에서 IP 이동성 솔루션의 주체가 단말 업체와 라우터 업체로 압축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제로 IP 이동성 솔루션의 성패를 쥐고 있는 것은 서비스를 통해 표준 기술을 보급 확산 시키는 통신 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3GPP2 및 WiMAX 포럼의 주요 통신 사업자는 PMIPv6라는 솔루션을 선택하였고 이를 IETF에 적극 반영하기를 공식 요청하였으며, IETF는 이를 받아들여 표준화 진행을 결정하였다. 이는 그동안 특정 분야 업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중립적인 자세로 표준화를 진행하던 IETF에서 업체간의 이익과 실제 사업화를 당장 꾀할 수 있는 보급 확산 가능한 솔루션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Proxy MIPv6의 향후 전망 및 국내 대응 방안

그렇다면 향후 PMIPv6가 기존 MIPv6를 대체재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인가가 관심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지난 67차 회의와 이번 68차 회의를 진행하면서 기존 MIPv6를 주도하였던 Nokia 역시 PMIPv6 솔루션과의 상호 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하였고, FMIPv6(Fast handover MIPv6)+PMIPv6, HMIPv6(Hierarchical MIPv6)+PMIPv6 등 PMIPv6 중심의 개선된 IP 이동성 프로토콜 표준화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PMIPv6 문서의 최근 버전부터 Nokia 멤버가 저자로 새롭게 참여하였다. 아울러, 이번 68차 회의에서 NetLMM WG이 아닌 타 WG에서 논의되던 기존 문서들에 PMIPv6 기술을 반영하기 시작하였고 관련 문서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였다(예를 들어, mipshop WG의 Mobile IPv6 Fast Handovers for 3G CDMA Networks, http://www.ietf.org/internet-drafts/draft-ietf-mipshop-3gfh-02.txt). 기존 이동성 관련 표준화 작업에서 PMIPv6 기술의 반영은 더욱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시작 단계인 현재에서는 PMIPv6 기술이 기존 MIPv6 기반에서 논의될 것이고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므로 두 기술 모두 당분간은 병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경우에 따라 장단점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 대체재로써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MIPv6 기술의 논의에 대해 현재 국내 표준화 전문가 및 관련 기관들 역시 초기 대응에 상당히 적극적이다. 비록 시스코라는 대형 라우터 장비 업체가 주요 기술을 구현하였고 관련 IPR을 선점한 상황이라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면밀한 기술 분석을 통한 대응 표준 기술 및 IPR의 발굴과 선점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3GPP2, WiMAX, IETF에서의 PMIPv6 기술 논의는 그동안 MIPv6의 내재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IP 이동성 관련 서비스 개발 및 보급 확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국내 통신 사업자는 물론 3GPP2 및 WiMAX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면서 WiBro 관련 장비 개발을 해왔던 삼성전자 등과 같은 국내 통신 장비업자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부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