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파대역은 3-30 MHz의 주파수 대역으로서 방송, 고정, 이동, 아마추어 및 해상이동, 항공이동 등 다양한 업무가 분배되어 있다. 통신업무 초기에는 각광을 받았던 단파통신이 점차 많은 정보량의 광대역 통신을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수요가 감소되는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위성을 이용하지 않고서도 중계기 없이 지구 반대편까지 통신이 가능한 대역이라는 점에서 아직 매력이 있는 대역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따라 신호품질의 열화를 극복할 수 있게 되면서 단파대역의 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하여 각 업무들로부터 추가 주파수 분배 요구가 대두하고 있다.

단파대역 관련 의제

ITU-R은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 분배와 위성 궤도를 다루고 있는데 주파수의 이용에 관한 사항은 전파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전파규칙은 3, 4년마다 열리는 세계전파통신회의(World Radiocommunication Conference, WRC)에서 미리 예정된 의제의 논의를 거쳐 제·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차기 세계전파통신회의는 2007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 중에서 의제 1.13은 4-10 MHz 대역에 분배되어 있는 업무들의 주파수 분배 검토로, 항공이동 또는 해상이동 업무의 조난 및 안전과 관련된 전파규칙 부록 17의 채널지정 대역은 검토대상 대역에서 제외하도록 하였다. 의제 1.13은 고정 및 이동업무, 해상이동 업무, 방송업무와 관련되어 있으며, 각 업무는 각각의 결의에 연구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결의 729(WRC-97)은 중파 및 단파대역의 고정 및 이동업무에서 주파수 적응시스템의 도입을 위한 것이고, 결의 351(WRC-03) 또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상이동업무에 분배된 주파수 대역을 검토하는 것이다.

결의 544(WRC-03)는 국제방송의 특성 상 오랫동안 동일채널간 및 인접채널간의 간섭을 호소해왔던 단파방송이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추가 주파수를 분배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세계전파통신회의는 개최 6개월 전에 준비회의(Conference Preparatory Meeting, CPM)를 거쳐 준비회의 보고서(CPM Report)를 발간함으로써 각 국가들이 의제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준비회의 보고서는 각 의제와 관련된 ITU-R의 연구반(Study Group) 또는 실무반(Working Party)에서 연구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다.

주요 쟁점사항

결의 729와 결의 531은 각자의 업무에 분배된 대역 내에서 다른 업무에 미치는 영향없이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나, 결의 544의 경우에는 조금 복잡하다.

단파방송은 출력이 크기 때문에 동일한 주파수를 다른 업무와 공유하여 사용하기 어려운데, 만일 어느 대역을 단파방송용 추가 주파수로 분배하려면 이미 운용중인 무선국과 공유할 수는 없고 오직 방송용으로만 독점적으로 분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그 대역을 사용하는 무선국들의 주파수를 이전함으로써 주파수 대역을 보상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의제에서 검토대상으로부터 제외된 대역을 제외하면 고정 및 이동업무 대역이 단파방송용 추가 주파수 대역으로서 유력한 후보대역인데, 이 대역 또한 많은 무선국들이 지정되어 있어 혼잡한 상황이다. 또한 고정 및 이동 업무 무선국의 주파수 보상을 위해 다른 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면 어느 대역으로 이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프랑스 및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의제에 명시된 문구를 엄밀하게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즉 의제에서 검토대상으로부터 제외하라고 명시한 대역은 해상이동 업무 대역의 전부가 아니라 전파규칙 부록 17 중 채널 지정된 대역만을 제외하는 것이므로 채널 지정되지 않은 대역은 검토가 가능하다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채널 지정되지 않은 일부 해상이동업무 대역을 고정 및 이동 업무의 무선국들이 이전하여 공유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들의 제안이다.

이에 대해 고정 및 이동 업무가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나 해상이동 업무가 강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러한 유럽의 해상이동업무 공유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단파방송이 추진되면 추가 주파수 분배요구가 감소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디지털 단파방송이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되면 협대역과 인접대역 사용이 가능하여 필요한 주파수가 충분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단파방송으로 완전히 전환되기 전까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동시에 방송하여야 하므로 주파수 부족현상이 있을 수 있고 디지털 시대에는 단순히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 부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광대역의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할 것이므로 추가 주파수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표준화 진행 현황

이번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ITU-R WP 6E 회의에서는 방송 분야의 요구를 반영하여 단파방송의 추가 주파수 분배를 위한 준비회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였고, 여러 업무가 연관되어 복잡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동업무 관련 실무반인 WP 8A, 해상이동 관련인 WP 8B와 합동회의를 개최하였다. 고정업무의 WP 9C는 이 기간보다 일찍 회의가 열려 의견을 반영한 문서를 연락문서로 보내왔다.

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과연 고정 및 이동 업무와 해상이동업무가 동일대역을 동일 시간대에 공유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의견의 합치를 보지는 못하였고, 아직 결정을 내리는 시점이 아니므로 반대 의견을 나란히 적음으로써 균형 있게 보고서 내용을 작성하기로 하였다.

의제 1.13을 결정하기 위한 방안들도 업데이트하였는데, 모두 8개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각 방안별로 전파규칙에 반영해야 할 조치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방안 1과 방안 2는 각각 결의 729와 결의 351에 관련된 것이고 방안 5는 고정 및 이동업무의 유연성을 보장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분배하는 방안이며, 방안 6과 방안 7은 아마추어 업무로부터의 추가 분배 요구이다. 단파방송과 관련된 방안으로서 방안 3은 350kHz를 단파방송에 추가 분배하는 예제를 포함하고 있는 반면에 방안 4는 단파방송에 추가 분배하지 않는 방안이다. 방안 8은 단파방송에 추가주파수 분배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간의 공유도 하지 않는 방안이다.

향후 추진 계획

2007년 2월에 열리는 준비회의(CPM)에서 상기 8개 방안을 검토한 후 최종 방안이 작성되면, 각국은 이 보고서를 참조하여 입장을 정립한 후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최종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고정 및 이동업무와 해상이동업무로부터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WRC-07에서 단파방송용으로 추가 주파수를 분배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단파방송 역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디지털 단파방송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므로 추가 주파수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당장 주파수 부족 현상의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은 이미 다른 단파대역 업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상이동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여러 해안국과 선박국에 대해 디지털 방식의 실험국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운용중인 아날로그 주파수 외에 디지털용으로 주파수를 더 분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고정 및 이동업무와의 공유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