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2000 이동통신 표준 개발을 맡고 있는 3GPP2(The Thi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 2)에서는 중기 진화 전략으로 cdma2000 E-PDAI(Enhanced Packet Data Air Interface) 요구규격을 준비하고 있다. Enhanced cdma2000 Phase2 혹은 1xEv-DO Rev. C로 불리기도 하는 이 기술은 2008년 하반기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속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위한 무선 규격을 정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로 개발되는 이 시스템이 기존 cdma2000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제공할 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되어 오고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Backward Compatibility)이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         기존 cdma2000 1xEV-DO Rev. 0, Rev.A, Rev.B 단말이 새로운 기술(OFDMA, MIMO, SDMA 등)을 사용하는 시스템의 forward 및 backward link를 모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         새로운 기술에 따르는 단말기는 기존 cdma2000망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

SBC 시스템과 LBC 시스템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호환성을 가지고 있는 SBC(Strictly Backward Compatible) 시스템으로 구성된 망에는 기존의 cdma2000 단말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고, 반대로 SBC 단말을 이용해 기존의 cdma2000망을 이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러한 점은 일견 기존 cdma2000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기존의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능의 구현이 필수적이므로 시스템의 복잡도가 높아진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LBC(Loosely Backward Compatible)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 없이 새로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파수 효율 등 성능 측면에서 우수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며 시스템도 단순화 할 수 있게 된다. 논의의 쟁점인 기존 망과의 호환성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이미 AMPS/cdma2000 dual mode 단말이나 GSM/W-CDMA dual mode 단말에서 본 것처럼 multi-mode 단말을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seamless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처리가 Chip 내부에서 이루어지므로 단말 가격 면에서도 single mode 단말기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SBC시스템에 비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현재 3GPP에서 추진하고 있는 LTE(Long Term Evolution)시스템과의 Harmonization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LBC시스템을 지지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 중에 하나이다. 이미 3GPP와 3GPP2의 Core망은 IMS로 진화하면서 상당부분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지키기 위해 W-CDMA와 cdma2000이 또 다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은 자칫 이제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망에 대한 부담을 덜고 가능한 한 유사한 형태로 진화시켜 나가고 궁극적으로는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사용자나 서비스 제공 사업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표준화 진행현황 및 향후 추진 방향

현재까지 모든 사업자들은 궁극적으로 cdma2000 E-PDAI는 cdma2000 1x EV-DO Rev. A 까지 유지해오던 기존 cdma2000과의 호환성 부담을 덜어내고 새로운 기술을 좀더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LBC 시스템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5~6개의 회사가 제출한 LBC Framework 제안들에 대한 통합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와는 별도로 3GPP에서 LTE와 HSPA(High Speed Packet Access)의 개발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하여 LBC와 SBC 시스템의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HSPA는 3GPP에서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하여 개발하고 있는 표준 규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두 가지 시스템에 대한 규격을 병행 개발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규격개발을 위한 회의시간이나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연구인력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하여 2007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기로 되어있는 규격개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한된 일정을 맞추기 위하여 개발을 서두를 경우 결국 두 가지 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할 만한 연구 개발 능력, 인원 투입 능력 및 자금 동원 능력을 가지고 있는 1~2개 회사에 의해서 규격이 좌지우지되어 이에 따른 IPR(Intellectual Property Right) 편중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개발이 완성된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IMT-2000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W-CDMA 계열의 경우 HSPA와 LTE시스템이 병행 개발된다 하더라도 각각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반면 cdma2000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으로 인하여 W-CDMA계열과 경쟁할만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시스템이나 단말 제조업체들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두 가지 시스템을 개발하기 보다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와 같이 시장이 제한된 상태에서 두가지 규격이 개발될 경우 수년 전 EV-DO/DV 경우에서 본 것처럼 사업자들이 어떠한 시스템을 원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Chip Set 공급업체가 어떠한 시스템의 Chip Set을 공급해주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