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OASIS(Organiz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tructured Information Standards) 심포지움의 주제는 상호운용성의 의미를 재해석해 보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산업분야에 ebXML, 웹서비스, RosettaNet과 같은 표준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주요 사례도 빈번하게 발표되고 있지만, 과연 이러한 표준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대로 상호운용성에 있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본 심포지움은 이러한 표준간에 지켜져야 할 상호운용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그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심포지움에서는 많은 발표와 논의가 있었지만 그들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측면에서 정리될 수 있다.

상호운용성의 의미

과연 상호운용성이 왜 필요할까?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해 미국 Sterling Commerce의 Chuck Fenton 연구원은 이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발표하였다. 부연 설명하면, 수많은 독자적 제품들이 난립하는 혼란(Anarchy) 상황이나, 절대 강자에 의해 시장이 지배되는 독점(tyranny)상황에서는 IT 제품을 사용하는데 드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사용자들의 자유도는 극히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두 극단사이의 가장 적절한 지점이 표준의 수용을 통한 상호운용성에 의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Chuck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상호운용성은 제품이나 사양의 선택에 있어 적절한 자유도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필수적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상호운용성이라는 것을 비용이나 자유도라는 것만으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의료, 농업, 은행, 무역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e-business 표준의 도입과정과 그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상호운용성이란 측면에서의 토의가 이어졌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논의보다는 각 산업의 비즈니스적 요구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으로서의 e-business 표준이 중점적으로 제시되었으며, 서로 다른 표준간의 연계보다는 기업에 내재하고 있는 시스템과 e-business 표준과의 연계방법 등에 대한 소개들이 이루어졌다. 특히, 각 산업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콘텐츠 표준화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NIST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표준 콘텐츠 검증 툴들에 대한 소개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콘텐츠 표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음을 짐작케 한다.

SOA가 상호운용성문제 해결의 해답이 될 수 있는가?

두 번째 주제는 e-business 표준으로서의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가 상호운용성이란 측면에서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SOA는 아직도 개념의 정립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범위, 시스템, 아키텍처의 표준화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중에 있다. 과연, SOA가 현재 수많은 표준 때문에 야기된 상호운용성의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SOA는 레퍼런스 모델과 청사진, 그리고 아키텍처 스타일을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적용 범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시스템과 아키텍처를 서비스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이전에는 그러한 서비스 중심의 아키텍처가 없어서 상호운용성의 문제가 발생했던 것일까? 본 심포지움에서의 발표들을 정리해 보면 웹서비스와 ebXML로부터 파생된 글로벌한 적용범위를 갖는 e-business 표준들을 담는 그릇으로서 하나의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SOA는 분명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각각의 표준은 나름대로의 철학과 원칙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왔으며, 지엽적인 부분에서 상호연동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들이 일부 진행되어 왔다. 그러면 과연 그 이후는 무엇일까? 나름대로 독자적인 형태로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일까? ebXML과 웹서비스를 포괄하면서, 지엽적인 연동이 아닌 보다 근원적이고 매끄러운 통합을 위한 프레임으로서의 SOA는 분명 가치가 있어 보이는 토픽임에 틀림없다.

비즈니스 요구사항과 IT 시스템

세 번째 주제는 현실상에 존재하는 비즈니스 요구사항과 IT 시스템간의 갭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의 문제이다. 비즈니스 주체와 IT 사람들간에는 항상 이 갭이 존재해 왔으며 이 갭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본 심포지움의 Mark Pettit (영국 Capgemini, CTO)는 business-driven SOA라는 방식이 이러한 갭을 최소화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즉,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아키텍처를 설계할 때도 가장 중심이 되어 드라이빙 모멘텀을 가져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드라이브하는 SOA는 서비스의 목적을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며, 최적의 확장성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 Pettit의 주장이다.

아직까지 SOA가 e-business 표준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이미 OASIS내에 SOA 부분과 관련 3-4개의 TC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OASIS를 지원하는 대형 벤더들이 SO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개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SOA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개념을 가진 하나의 방향성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고, OASIS내에 ebXML TA를 기준으로 SOA를 위한 테크니컬 표준 아키텍처를 만들고 있는 TC(Technical Committee)도 있지만 과연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지도 두고 볼 일이다. 또한 SOA를 드라이브해 나가는 중에 또 다른 획기적인 표준이나 프레임워크가 태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SOA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상호운용성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향후 표준들이 나갈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언

위에서 말한 3가지 중심주제는 결국 “다종다양한 비즈니스 시스템 통합을 위한 서비스 중심 아키텍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새로운 IT 기술은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파생된 비즈니스는 IT 기술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단순한 방법에 의해 시스템간 통합을 가능케 하는 SOA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단번에 바꿀 혁신적인 IT 신기술로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