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인터넷 메일은 가장 오래된 인터넷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용자들이 일대일로 서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것에서 시작하였지만 메일링 리스트와 같이 다수의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발송하거나 메일 주소 자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여 자동으로 어떤 업무를 진행하게 하는 것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과거 컴퓨터 기술들이 그러하였듯이 전자메일 주소도 영문자와 숫자만 사용 가능하다.

그러던 중 2003년 도메인 이름이 국제화 됨으로써 전자메일 주소에서 @ 문자의 뒷부분에는 영문자, 숫자 그리고 빼기(-) 문자 이외의 문자 예컨대 한글 이나 한자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Yangwoo@좋은모임.KR”과 같은 전자메일 주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의 앞 부분은 여전히 한글을 사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자메일의 국제화 표준은 양우@좋은모임.KR와 같이 @ 문자의 앞부분에도 여러 문자를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맨 뒤의 KR을 한글로 대체하는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인 문제이며 이는 인터넷 주소 자원을 다루는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에서 토론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왜 어려운가?

하나의 전자메일이 전달되는 과정을 과도한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설명해 본다면 보내는 사람이 받을 사람의 메일주소를 지정하고 이 메일을 받아서 처리할 상대방 메일 서버를 찾아 그 메일 서버에 메일을 전송하는 것이라고 간략히 정리할 수 있다. 상대방 메일 서버를 찾을 때에는 @의 뒷부분에 있는 정보를 이용한다. 메일을 받은 상대방 메일 서버는 @의 앞부분을 이용하여 그 메일을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의 앞부분이 메일 받을 사람의 계정 이름과 같아서 단순히 해당 계정의 사용자에게 전송하면 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이 부분을 해석하여 여러 가지 복잡한 처리를 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의 앞부분의 해석방법은 최종 수신 메일 서버에게 전적으로 맡겨두는 것이 현재 인터넷 전자메일 시스템 설계의 중요한 특징이다.

전자메일 주소를 영문자 이외의 글자도 지원되도록 표준을 개정한 경우 이전 표준을 따르고 있는 메일 서버가 새로운 표준에 맞춘 전자메일 주소를 보게 되면 이는 잘못된 주소라고 인식을 하게 된다. 따라서 더 이상 메일이 전달 불가능하게 되거나 아니면 굳이 전달하려고 한다면 구식의 서버가 인식할 수 있는 영문자로 된 전자메일 주소로 변환을 해야 하는데 이 변환은 앞에서 말한 원칙 즉, @의 앞부분에 대한 처리는 최종 수신 서버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원칙에 어긋나게 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tta.or.kr/Home2003/library/weeklyNewsView.jsp?news_id=970)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나?

전자메일 주소의 국제화는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의 전자메일 주소 국제화 작업 그룹(Email Address Internationalization working group)에서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다. 전자메일 주소를 국제화하게 되면 메일의 앞부분에 붙은 헤더 정보(예를 들어, 보낸 사람 주소, 받은 사람 주소 등)도 같이 국제화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메일의 헤더 부분에는 영문자와 숫자 등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데 이를 거의 모든 문자를 다 지원하는 유니코드도 허용하도록 확장한다. 우선 메일을 전송해 가는 과정에서 상대방 메일 서버가 국제화된 메일주소 규격을 지원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기능은 확장 메일 전송 프로토콜(ESMTP)의 옵션 기능으로 확인 가능하다. 만약 지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메일을 전송할 수 없다고 되돌려 보내거나 가능하다면 영문 전자메일 주소로 대체한다.

주소를 대체한 경우에는 원래의 국제화된 주소 정보를 담고 있는 메일의 헤더 정보를 각각 바꾸어주거나 또는 이를 원본을 통째로 캡슐에 담아서 최종 메일 수신자가 풀어서 볼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토론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체할 영문 전자메일 주소를 알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애초에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 추가 주소를 입력하게 하는 방안을 사용할 수도 있고 만약 수신하는 메일서버가 메일 주소를 가지고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미리 정해진 방식에 따라 임의의 국제화된 메일 주소를 영문 메일 주소로 변환하는 방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기술 표준에는 영향을 안주나?

메일이 메일 서버를 통하여 중계되어 전송되는 과정에 필요한 국제화 표준 기술에 대하여 앞에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메일을 실제 받는 사람의 메일 응용 프로그램에서 보기 위해서는 메일을 꺼내 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여기에 사용되는 규격도 국제화된 메일 주소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URI 규격에서도 mailto://yw@mrko.pe.kr과 같이 메일 주소를 지원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이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 외에도 스팸 메일을 방지하는 기술이나 메일을 필터링하는 기술 등에서도 메일 주소를 이용하여 처리를 하므로 이들 표준 또한 국제화된 메일 주소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제정 또는 개정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아직 국제화 표준이 잘 다루고 있지 못한 이슈 중에는 아랍어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가는 글자체계를 전자메일 주소 규격에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등도 있다.

기술만이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슈들을 모두 해결한다고 해서 실제 사용자들이 그 기술을 잘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섣불리 가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오늘날 시장에서는 국제화된 메일 주소가 없음으로 인해 이를 대체하는 여러 가지 기술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는 거의 국제화된 메일주소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화된 전자메일 주소 표준이 만들어진 경우 일반 사용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서로 다른 규격을 가진 메일 시스템간의 상호호환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심지어는 표준 기술이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책적 차원에서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기술이 사용자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면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서로 호환도 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글을 맺으며

웬만한 사람들의 명함에는 이제 다 인쇄되어 있는 전자메일 주소. 그 주소가 자기의 이름과는 달리 영문으로만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제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져서 이제와 새삼스레 한글로 된 메일 주소 기술이 나온다고 사람들이 널리 쓸까 하는 걱정도 해본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자기가 늘 쓰는 그 모양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이 주는 차이점(예를 들어, 메일 주소를 영어를 잘 모르는 어르신께 전화로 불러드리는 경우를 상상해보자)은 우리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라 자못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또 한가지, 우리의 명함은 으레 뒷면은 영문으로 표기되어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전자메일 주소의 국제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쟁점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시스템들이(즉, 국제화된 주소 규격을 이해하는 메일 서버와 그렇지 않은 구식 메일 서버가) 어떻게 조화롭게 대화를 이뤄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