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 다소 사소하다고 여기면서도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방송 채널이 바뀌면 시청자가 느끼는 음향 레벨이 커지거나 작아져서 볼륨 조정을 다시 하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사실 방송 프로그램 간이나 채널 간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음향 레벨 계측 및 조정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콘텐츠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고, 아울러 전송 방식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음향 레벨 계측 및 조정의 개념도 바뀌어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방송 음향 레벨 계측 기술의 변천사

기존의 방송 음향 레벨 계측 기술, 예를 들어 현재 음성 및 TV 방송 과 스튜디오 장비에 사용되고 있는 VU(Volume Unit)미터와 PPM(Peak Programme Meter) 등은 아날로그 방송에 적합하도록 개발된 것이다. VU미터는 약간의 청각 메커니즘(로그 스케일, 주파수 응답 특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시간의 음향의 평균적인 물리적 세기를 측정하는 장치이고, PPM은 녹음 테이프나 송신기의 클리핑(clipping) 또는 과변조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물론 PPM에도 청각의 반응시간 특성이 약간 고려되어 있다.

기존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에서 음향 레벨을 측정하는 이유는 장비들의 이득을 조절하여 적절한 음향 출력이 얻어지도록 정렬(line-up)시키기 위한 것과 프로그램 음향 진폭 크기를 조사하여 신호 대 잡음 비를 최적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프로그램 내에서의 최대 음향 레벨을 방송 시스템의 최대 허용 레벨에 근접하게 유지하여 열악한 수신 환경에 있는 청취자에게도 만족할 만한 동적범위를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 콘텐츠들의 음향에는 아날로그 방송 또는 오디오 시스템에서의 음향 레벨 계측 및 조정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실제 디지털 방송에서의 오디오 데이터의 동적 범위는 아날로그 방송의 경우보다 훨씬 넓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는 넓은 동적범위를 갖는 프로그램이지만 뉴스는 동적범위가 좁은 프로그램이다. 이럴 경우 만약 피크 음향 레벨을 최대 가능 레벨로 일치시키게 되면 넓은 동적범위를 갖는 프로그램의 평균 음향 레벨은 좁은 동적범위를 갖는 프로그램보다 낮게 된다. 반대로 넓은 동적범위를 갖는 프로그램의 평균 음향 레벨을 좁은 동적범위를 갖는 프로그램과 동일하도록 조정한다면 피크 음향 레벨이 허용 가능한 최대 디지털 레벨을 초과하므로 레벨 압축 및 제한기(compression/limiting)가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는 프로그램 창작물의 예술적인 의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디지털 방송용 음향 레벨 계측기 표준화 동향 및 국내에의 제언

결국 디지털 방송에 사용될 음향 레벨 계측기가 갖추어야 할 특성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청취자가 실제 느끼는 음향 레벨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또 다른 하나는 디지털 오디오 레벨의 피크가 헤드 룸(headroom)을 초과하는 지의 여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VU미터와 PPM은 이러한 요구조건 중 어느 하나도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므로, 디지털 오디오의 음향 레벨 계량 표준의 개발을 목적으로 2000년부터 ITU-R WP6P에 의제를 할당하여 연구활동을 시작하여 2006년 3월에 완료할 예정이다.

표준화 연구 초기에는 인간이 실제 느끼는 음향의 세기, 즉 라우드니스 계량 알고리즘 선정에 집중하였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향 레벨 계량의 이유가 방송 프로그램간 또는 채널간 전이 시에 청취자가 느끼는 주관적 음향 레벨이 일정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음향(psychoacoustics) 이론에 기반한 라우드니스 계량이 필요하며, 최근 수십 년간의 이론적 연구 성과를 토대로 방송 현실에 가장 적합한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표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WP6P는 이 의제의 연구를 위해 미국 돌비사에 소속되어 있는 Craig Todd를 라포터로 지명하고 SRG3(Special Rapporteur Group 3)를 승인하였다.

2002년에 SRG3는 회원국들에게 라우드니스 계량 알고리즘 평가를 위해 필요한 테스트 샘플 제공을 요청하는 회람 서신을 제출하여 5개국 7개 기관으로부터 약 80여 개의 아이템을 제공받고 전문가 패널의 오디션을 거쳐 평가에 적합한 48개 아이템을 확정하고, 이 아이템들에 대한 주관적인 라우드니스 평가를 실시하였다. 주관적인 평가는 상대 라우드니스 개념을 적용하여 실시되었는데 전문가 패널들의 합의에 의해 한 아이템(여성 아나운서의 뉴스 프로그램)을 기준 프로그램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모노포닉(monophonic) 사운드에 적합한 라우드니스 미터를 먼저 정하고, 다음으로 이를 다채널로 확대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2003년에 회원국들에게 디지털 오디오의 모노포닉 라우드니스 미터 알고리즘 제안을 요청하여 5개국 7개 산업체 또는 연구소로부터 10개의 계량기가 제안되었다. SRG3는 라우드니스 미터를 제안하지 않은 중립적인 평가 사이트로 캐나다의 CRC(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를 선택하여 평가를 실시하였다. 이 평가에는 제안 라우드니스 미터들의 성능 비교를 돕기 위해 기존에 잘 알려진 계량 알고리즘 중 아주 간단한 청각 주파수 응답 특성을 필터로 적용하여 디지털 오디오 신호의 RMS 값을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CRC의 재량으로 함께 평가하여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주 정교한 심리음향 기반의 어떤 알고리즘보다도 이 간단한 알고리즘이 가장 좋은 성능을 보였고, 제안자들은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추가 샘플 테스트 실시를 제안하고 SRG3는 이를 수용하여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추가 테스트 방법은 약간 논란이 있으나 2005년 하반기 회의에서 일본의 제안으로 순음 테스트를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한편, 본 연구의제 중 주요 이슈의 하나인 디지털 과부하(overload) 판정 알고리즘은 2004년에 AES(Audio Engineering Society)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청하였고, AES가 이를 수용하여 현재 프로젝트 X141이 진행 중이며, 2006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5년 10월에 있었던 WP6P 회의에 디지털 방송 음향 레벨 계량 기술과 관련하여 호주와 일본의 라우드니스 미터의 사용자 요구사양에 관한 기고문과 캐나다의 다채널 라우드니스 계량 시스템에 대한 기고문이 주요 검토 대상이 되었다.

이 기고문을 검토하기 위한 서브워킹 그룹회의에서 주로 논의하였던 사항은 기준 라우드니스의 정의, 라우드니스 미터 동작 속도에 따른 유형 구분, 피크 레벨 경고 표시 기능 및 디지털 헤드룸, AES가 진행 중인 X141 프로젝트의 개요, 라우드니스 계량값과 피크 레벨 디스플레이 방법 등이다.

라우드니스 미터의 사용자 요구사양은 생방송, 스포츠 생중계 등과 방송 프로그램에 적용할 실시간형 미터와 사후 제작(post-production)에 적용할 미터로 구분하여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제안한 다채널을 고려하는 라우드니스 계량 시스템은 다른 제안된 알고리즘과의 성능 비교를 통해 2006년 3월 회의에서 토의하여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ITU-R 의제 2/6와 관련하여 작성될 권고안은 다음과 같은 3개 카테고리로 거의 결정되어 있다.

-         다채널을 포함하는 주관적 라우드니스를 객관적으로 계량하는 알고리즘과 참 피크(true peak) 레벨 측정 방법에 대한 권고안

-         생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사후 제작에 사용될 라우드니스 미터의 사용자 요구사양들에 관한 권고안

-         구현된 알고리즘과 장비가 앞의 두 개의 권고안이나 요구사양을 만족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일련의 테스트 시퀀스들을 제공하는 권고안

WP6P는 WBU(World Broadcasting Union)에 연락문(Liason)을 보내어 WBU를 통해 세계 유력 방송사들이 본 연구에서 도출된 알고리즘을 적용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적용 결과가 순조롭게 나온다면 2006년 회의에서 실제적인 디지털 방송 음향 레벨 계량 기술에 대한 권고안들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라포터인 Craig Todd의 의견으로는 디지털 방송 음향 레벨을 계량하여 방송 시스템의 음향 레벨 조정으로 이어지는 장비 및 시스템이 개발되어 제공되는 시점은 실제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시청자 및 청취자들이 느끼는 디지털 방송 음향 레벨의 안정화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내 표준 제정 작업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