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기통신연합-전기통신표준화부문 정보보호연구반(ITU-T Study Group 17, SG 17) 회의가 2016년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이슈는 차기 연구회기(2017–2020) 동안 SG17이 어떤 진용으로 국제표준화를 추진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SG17 구조조정 이슈였다. ITU-T는 매 4년 주기로 연구회기를 설정하고 4년마다 열리는 세계전기통신표준화총회(WTSA)에서는 연구회기 동안 추진된 실적을 검토하고, 차기 4년 연구회기 동안 연구반의 구조를 조정한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최종 결정을 위한 SG 17 차원의 연구반 구조를 확정하는 활동의 일환이었다. 본고에서는 이 구조조정 이슈와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주요 논쟁사항과 합의 사항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주요 이슈 및 논쟁사항

한국(염흥열, 오흥룡 등)은 지난 2015년 9월 SG17 회의에서 합의된 12개의 연구과제(Question) 텍스트에 대한 개선안을, 미국은 연구과제 G/17(유비쿼터스 통신망 서비스 보안)과 연구과제 H/17(안전한 응용 서비스)을 합치자는 안을, 그리고 인도는 연구과제 3에 대한 일부 문구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번 회의 논의는 한국의 기고서와 미국의 두 연구과제 합치자는 기고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 논의는 WTSA-16 준비를 위한 4차례의 특별 세션(의장: 염흥열)에서 수행되었다. 논의는 2단계로 진행되었으며, 1단계에서는 12개의 연구과제에 의해 한국 기고서를 바탕으로 연구과제 텍스트가 수정되었고, 그 결과가 4차례의 WTSA-16 준비를 위한 특별 세션에 보고되어 확정되었다.

가장 주목됐던 기고는 연구과제 G/17과 연구과제 H/17을 합치자는 미국 제안이었다. 이 제안의 의도는 두 연구과제가 뿌리가 같고, 현재 기술된 연구과제 텍스트가 비슷하다고 보이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미국은 사전 논의를 통해 많은 국가들이 이 안의 수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인지해 두 연구과제를 합치는 안 대신에 두 연구과제의 텍스트를 차이가 나도록 기술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이 수정 제안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지해서 두 연구과제의 텍스트가 수정되었다.

한국 제안은 구조조정 수정안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구체적으로 WTSA-16 결의 2에 포함될 SG17 임무와 12개로 구성된 연구반 구조 등은 한국 제안대로 문구 수정으로 반영되었고, <그림 1>과 같은 정보보호 분야 11개 연구과제의 텍스트 세부 수정 제안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림 1> 의 11개의 연구과제에 “통신망 소프트웨어 및 테스팅을 위한 포멀 언어”에 관한 Q.L(12)/17이 포함되어 전체 12개의 연구과제로 확정되었다. 이번 SG17 회의에서 합의된 구조조정 안은 2016년 7월 정보통신자문반(TSAG) 회의에 보고되고 그 결과가 2016년 10월 WTSA-16 회의에 통보되어 여기서 확정된다. 이번 회의의 논의는 이러한 일련의 논의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SG17 구조조정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필자가 4번에 걸쳐 수행된 특별 세션의 의장을 맡은 바 있다. 또한 새로운 보안 기술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사물인터넷 보안, 빅데이터 보안, 클라우드 보안, 5G 모바일 보안, 디지털 금융서비스 보안 등에 대한 국제 표준화 추진의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5G 모바일 보안과 디지털 금융서비스 보안의 경우, 현재 FG 활동이 수행되고 있음을 감안해 이 활동이 완료되고 나서 새로운 워크아이템 신설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그림 1> 차기 연구회기(2017-2020)를 위한 SG17 정보보호 분야 연구과제

향후 추진 전망

다음 연구회기에 대한 SG17 구조조정 이슈는 미래창조과학부 K-ICT 정보보호 전략과 연계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된 주요 연구과제에는 국내 산업체의 국제 경쟁력에 직결되는 표준화 이슈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정보보호 국제 표준화는 산업적인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각국의 정보보호 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주므로 정부를 비롯한 국내 산업체와 정책 기관과 연구기관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