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ITU-T TSAG(Telecommunications Standardization Advisory Group) 회의가 스위스 제네바 ITU 본부에서 개최되었다. ITU-T 차원의 최고 정책 결정 회의로 연구반(SG; Study Group) 구조 조정 및 조율 기능을 관장하는 그룹이다. 동 회의에 대한민국은 지난 전권회의(PP-14)에서의 IoT 촉진 신규 결의 채택에 이어 사물인터넷 표준화를 전담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반을 현행 ITU-T 표준화 회기(2013-2016) 중에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이의 제안은 지난 1월, ITU-T RevCom에서 수직적 구조의 연구반(vertical SG) 구성 필요성에 대한 국가 기고서의 연장선상에서 제안된 기고라 할 수 있다. 많은 갑론을박이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나흘간의 TSAG 회의 기간 중 이틀에 걸쳐 두 차례의 ad-hoc 세션과 두 차례의 drafting 세션을 통해 TSAG 폐회에서 새로운 SG의 탄생을 결정지었다. 이번에 신설된 SG20의 명칭은 IoT and its applications including smart cities and communities으로, 정확히 59년의 ITU-T 역사상 표준화 회기 중에 탄생한 최초의 SG인 셈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가 기고서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표준 전문가의 주도하에 SG20을 탄생시켰다는 것은 분명 그 의미가 크다.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시티. 대한민국의 표준화 역량을 결집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SG20 탄생의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순간이 매 연속 지속되었다. 미국의 지속적인 반대 의사 표명과 함께 유럽연합(EU) 국가 간의 단합된 반대 표명이 이어졌고, 또한 현행 표준화 회기 중의 각 SG 의장들의 입장도 서로 상이한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즉, 새로운 SG의 탄생으로 현행 SG들과의 업무 중복 관계가 분명히 해결되어야 했으며, 표준화 회기 중의 신규 SG 설립이라는 시급함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SG20의 탄생을 위해 현행 SG5, SG11, SG13, SG16의 기존 표준작업반(Question)의 이관 이슈와 각 표준작업반 별로 개발 진행 중에 있는 권고의 이관 작업이라는 쉽지 않은 합의를 도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SG의 탄생으로 인해 각 국가별 전략적 표준화 대응에 변수가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SG의 탄생을 지지하는 다양한 주체의 의견 또한 입체적으로 전개되었다. 먼저 ITU-T의 표준화 역량 과시와 이를 위한 기존 표준전문가의 결집 대응 유도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표준화 전문가, 즉 뉴 블러드(new blood)의 참여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를 포함한 일부 개도국은 사물인터넷 기술 표준화야 말로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기술 격차를 해결해 줄 핵심 표준화 이슈로, 이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피력했다. 중동 및 남미,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은 스마트 시티 건설을 위한 표준화 결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ITU-T SG5 내에 FG on SSC(Focus group on Smart Sustainable Cities) 활동을 주도한 세력으로 지난 5월부로 FG 활동의 종료와 함께 총 21건의 기술 보고서를 lead group인 SG5에 제출했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IoT for Smart Sustainable Cities를 위한 새로운 SG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즉, 금번 SG20의 탄생은 ITU-T 내 기존 IoT 표준화 세력과 FG on SSC 표준화 세력 간의 결집을 통해 ITU-T의 가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IoT SG 신설이라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시종일관 분명했다. 지난 1월,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RevCom 회의에 대한민국은 vertical SG의 필요성에 대한 국가 기고 발표를 한 바 있으며, 금번 6월 TSAG 회의에 우리나라는 총 12쪽에 달하는 IoT 분야의 vertical SG 제안 기고를 발표하고, SG20의 탄생을 주도한 것이다.

이제 ITU-T의 역사는 새로 쓰여지고 있다. Connect 2020을 위한 SG20의 표준화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물인터넷과 스마트 시티라는 두 키워드가 함께 한 SG20에서 새로운 표준화 시너지가 창출되어야만 한다. 여러 정치적 이슈로 동 SG20의 의장은 아랍에미리트가 맡았다. 부의장석에는 대한민국을 비롯해서 중국,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이 맡았다. 가히 북미를 빼고 전 세계가 함께 모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새로이 탄생한 SG의 킥오프 회의는 오는 8월 말로 예상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준비를 위해 SG20 매니지먼트 회의가 가동될 것이다. 무엇보다 SG20의 구조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SG20 내 Working Party(WP)는 최대 2개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는 FG on SSC의 기술 보고서를 바탕으로 신속한 권고 제정 작업을 전담하기 위한 WP와, 기존 IoT 표준화를 전담해 오던 SG11, SG13, SG16에서 이관된 5개의 표준작업반을 묶는 또 하나의 WP로 구성되는 것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SG20의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ITU-T에서의 대한민국의 IoT 표준화 역량은 지속적으로 선도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의 이니셔티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의당 IoT WP의 의장직까지 대한민국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IoT 분야의 사실표준화기구로 oneM2M의 활동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월 말, ITU-T 표준화총국(TSB)과 oneM2M 리드 보드간의 비공식 회의가 진행된 바 있다. 지난 2년 여 지지부진하게 전개되어 왔던 양 기관 간 표준화 협력 물꼬는 가파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oneM2M의 기술 규격을 ITU-T 국제 표준으로 준용하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ITU-T 차원에서의 델타 표준 개발까지 추진될 전망이다. 이의 이니셔티브 또한 대한민국 주도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ITU 전권회의를 개최한 부산시는 최근 사물인터넷 실증 단지 조성에 많은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시티 조성 사업인 셈이다. 즉, 새롭게 탄생한 SG20을 통해 부산시의 많은 실증 사업 결과들이 국제 표준으로 유도될 수 있도록 전략적 대응 노력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ITU-T의 사물인터넷 정책 보고서가 발간된 지 만 10년 만에 드디어 ITU-T 내에 이를 전담하기 위한 SG가 신설되었다. 21세기 디지털 사회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 세상을 위해 선진국 및 개도국, 나아가 후진국 간의 끊임없는 협력과 교감이 요구된다. 그래야만 미래 사회에서의 공존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균형 잡힌 표준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대한민국의 표준화 리더십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