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멀티캐스트 기술은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로서, 약 20년 전 S. Deering이 제안한 호스트 그룹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그다지 널리 이용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근래 브로드밴드 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용량이 큰 미디어의 전송을 필요로 하는 응용들(방송, 비디오/오디오 스트리밍, 화상회의, 온라인게임 등)이 나타남에 따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대역폭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선 인터넷 보다는, 차세대 이동전화망(beyond 3G cellular networks)이나 와이브로 같은 무선 이동통신망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기존 멀티캐스트 서비스의 이동성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여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기존 기술들의 문제점

Mobile IPv6(MIPv6, RFC 3775)는 대표적인 IPv6 이동성 지원 프로토콜이다. 하지만 MIPv6는 유니캐스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멀티캐스트는 HA(Home Agent)와 양방향 터널을 뚫는 방법을 통해 지원을 할 수 있다. 이것은 IP 서브넷이 바뀔 때마다 양방향 터널을 새로 뚫어야 하고, 핸드오버 지연시간을 늘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동성이 큰 경우, 패킷들이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HA까지 항상 돌아와야 하는 문제(triangular forwarding)가 생기고, 전송 지연시간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또, HA에서부터는 멀티캐스트 패킷들을 개별 유니캐스트 터널을 이용하여 전송하므로, 멀티캐스트의 대역폭을 절약한다는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망이 소규모인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망이 거대해지면 MIPv6 기반 멀티캐스트 서비스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사실 멀티캐스트 본래는 유니캐스트와는 달리 특정 수신자의 위치에 대해 의존적이지 않다. 따라서 이동을 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수신자가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동한 네트워크에서 새롭게 멀티캐스트 수신을 요청하는 방법(예: Remote Subscription)이 있다. 예를 들어 단말이 새롭게 이동한 네트워크에서 MLD listener report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수신 과정을 재시작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 단절이 너무 심하고, 이동한 네트워크에서 받은 새로운 주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캐스트 응용 프로그램이 care-of-address의 존재를 인식해야 하는 등과 같은 어려운 점이 많다.

<그림 1> MIPv6의 양방향 터널링을 이용한 멀티캐스트 지원

IRTF MOBOPTS의 멀티캐스트 이동성 연구

IRTF(Internet Research Task Force)의 MOBOPTS(IP Mobility Optimizations) 그룹에서는 차후 표준화를 염두에 두고 멀티캐스트의 이동성 지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파악된 요구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 멀티캐스트 트래픽에 대한 핸드오버 지원: 이동하는 멀티캐스트 수신 단말이 IP 서브넷을 넘어갈 때마다 적절한 핸드오버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이 방법은 가능한한 최단 경로를 통해 라우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 멀티캐스트 프로토콜의 빠른 트리 재구성: 현재의 일부 멀티캐스트 라우팅 프로토콜들은 분배 트리의 업데이트에 수 초 혹은 수십 초까지 걸리기도 한다. 특히 멀티캐스트 트래픽의 전송자(sender)가 움직이는 경우에는 전체 트리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사용자 단말들은 매우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트리를 부분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 멀티캐스트 소스에 대한 이동성: 멀티캐스트 트래픽 전송자(sender)의 이동도 크게 다르지 않게 지원되어야 한다. 화상 회의 같은 응용은 참여자 모두가 멀티캐스트 전송자이자 수신자가 되기 때문에, 전송자일 때도 동일하게 이동성이 지원되어야 한다.

• 소스 지정 멀티캐스트에 대한 이동성 지원: 소스 지정 멀티캐스트(Source Specific Multicast)에 대해서도 소스가 이동할 때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로서는 소스가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Any Source Multicast)에는 앞서 언급한 양방향 터널이나 Remote Subscription 방법이 모두 적용 가능하나, 소스 지정 멀티캐스트의 경우에는 Remote Subscription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 위치 정보가 없는 멀티캐스트 주소: 멀티캐스트에 사용되는 그룹 주소(group address)는 위치 정보와 관련성이 없는 것이 좋다(location transparent). 현재의 유니캐스트 인터넷 주소들은 위치와 식별번호가 사실 연관이 되어 있다. 다른 위치에 갔을 때 해당 주소를 그대로 쓰면, 라우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MIP를 사용하는 것이다. 멀티캐스트 주소는 지금 사용하는 주소체계도 위치와 관련이 없고, 이것은 이동성 지원에 더 유리하다.

• 핸드오버시 패킷 손실 최소화: 멀티캐스트는 기본적으로 신뢰성이 떨이지는(unreliable) 방법이기 때문에 멀티캐스트 핸드오버로 인해 패킷 손실이 크게 증가해서는 안된다. 주로 TCP를 사용하는 유니캐스트는 재전송이 가능하지만 멀티캐스트는 주로 UDP 기반이므로 재전송이 불가능하다.

• 기존 이동성 프로토콜과의 호환성: 멀티캐스트의 이동성 지원은 기존의 유니캐스트 이동성 지원 방법들과 잘 연동되어야 한다.

관련 연구 동향

아직은 뚜렷한 해결방안이 있지는 않지만, 먼저 에이전트 기반 접근(Agent-based approach)가 있다. 이것은 정적인 에이전트들을 망 내에 배치하고, 에이전트들이 양방향 터널링을 대신해 준다. 한편 단말과 에이전트 사이에서는 Remote Subscription을 사용하여 양방향 터널링으로 인한 단점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 이동성 지원은 근래 MIPv6를 대신하려는 Proxy MIPv6(draft-ietf-netlmm-proxymip6-18)에서 취하고 있는 접근법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 앞서의 요구사항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멀티캐스트 패킷들을 다시 멀티캐스트 터널로 인캡슐레이션하여, 터널링의 대역폭 소비문제를 줄이는 방법이나 P2P처럼 오버레이(overlay) 망 위에서 멀티캐스트 구조를 디자인 하는 접근법, 또 MLD(Multicast Listener Discovery, RFC3810) 프로토콜을 수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결언

무선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멀티캐스트 기반 서비스의 대한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3GPP LTE의 eMBMS(evolved Multicast Broadcast Multimedia Service)나 와이브로의 MBS(Multicast Broadcast Service)의 표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풍부한 콘텐츠를 이러한 망을 통해 제공하려면, 멀티캐스트의 이동성 지원에 대한 고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의 표준화에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