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현재 인터넷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선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과 관련된 표준화라고 하면 단연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를 떠올리게 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인터넷의 진화 발전을 위한 핵심 연구를 장려하는 노력이 IRTF(Internet Research Task Force)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본 고에서는 IRTF에서 선행 연구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인터넷 라우팅 구조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을 살펴보고 향후 표준화 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IRTF 라우팅 연구 그룹 소개

라우팅 관련 표준의 대부분은 IETF 라우팅 분야의 관련 워킹 그룹에서 핵심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지만, 차세대 인터넷 구조 측면에서 라우팅 및 어드레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IRTF RRG(Routing Research Group, 라우팅 연구 그룹)에서 시도되고 있다. 본 그룹에서는 인터넷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우팅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비교 분석하고, 망 진화 관점에서 새로운 라우팅 및 어드레싱 구조와 우선적으로 채택되어야 할 기술 등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 예정이다.

IRTF에 있는 여러 연구 그룹 중에 RRG가 가장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 개최된 제71차 IETF 회의 이후 약 1,250건의 e-mail 논의가 진행 된 것을 보면 가장 많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는 그룹임을 알 수 있다. RRG에서 담당하고 핵심 역할이 바로 새로운 라우팅 구조를 위한 설계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라우팅 문제점을 분석한 후에 이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요구사항을 마련해 두었다. 다음은 새로운 라우팅 구조 및 프로토콜 설계를 위한 요구사항을 나타낸다.

Ÿ 라우팅 확장성 문제 해결: 라우팅 테이블 사이즈 증가로 인한 글로벌 라우팅 지원에 문제점이 많이 발생함에 따라서 인터넷 사용자 증가와 무관하게 독립적인 확장성 있는 라우팅 제어 평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Ÿ 트래픽 엔지니어링:  트래픽 상황에 따라 우회 경로 등을 지정할 수 있도록 특정 프리픽스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Ÿ 이동성: 호스트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및 사업자의 변경에도 토폴로지의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여 이를 위한 renumbering 등 다양한 메커니즘 지원이 필요하다.

Ÿ 멀티호밍: 인터넷에 두 개 이상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동시에 접속하거나 결함 발생시에 우회하고, 정책에 따라 최적 인터페이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Ÿ 위치 정보(Locator)와 식별 정보(Identifier) 분리: 현재의 IP 주소가 가진 역할이 인터넷의 확장성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라우팅을 위한 위치 정보와 호스트 식별을 위한 정보를 분리시키는 방법으로 라우팅 성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Ÿ 라우팅 품질 및 보안: 경로 계산 등에 복잡성을 제거하여 라우팅 품질을 개선하고 보안 문제 해결을 통한 신뢰성 있는 라우팅 솔루션 개발이 요구된다.

핵심 솔루션

지금까지 RRG에서 논의해 왔던 새로운 라우팅 솔루션은 앞서 제시했던 요구사항 측면에서 특히 현재 라우팅의 확장성과 Locator와 Identifier를 분리를 위해 <표 1>과 같이 separation과 elimination 두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표 1> IRTF RRG에서 검토 중인 차세대 라우팅 프로토콜

(※보다 자세한 사항은 http://trac.tools.ietf.org/group/irtf/trac/wiki/RoutingResearchGroup 참조)

72차 IETF 회의에 소개된 ILNP 개념

이번 7월에 개최된 72차 IETF 더블린 회의에서 소개된 ILNP(Identifier Locator Network Protocol)는 1990년대에 이미 소개되었던 IP 주소 구조에서 Locator와 Identifier를 분리시키자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특히 IPv6 주소 체계의 경우 ‘8+8구조’를 이용하여 이 개념을 가장 잘 적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림 1>은 ILNPv6 패킷 헤더 구조를 나타낸다. ILNPv6는 Locator로 IPv6 주소에 있는 ‘라우팅 프리픽스’를 그대로 이용한다. 이는 토폴로지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단지 라우팅 및 포워딩 목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반면에 Identifier는 현재 IPv6 주소 체계에 있는 ‘인터페이스 ID’를 대체하게 된다. 즉 인터페이스 정보 대신에 호스트에 대한 네임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식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연결성이나 토폴로지 변화에도 호스트의 네임 정보는 변화하지 않게 됨으로써 이동성 지원 등에도 문제가 없게 된다. 

<그림 1> ILNPv6 패킷 헤더

기존 IP 주소 정보와 가장 큰 차이점은 ILNP의 경우 네트워크 계층에서 IP 주소를 Locator로 활용하고, 전달 계층에서는 Identifier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ILNP는 이동성이 기본(built-in/native) 기능으로 제공되고 기존 라우팅에 큰 변화 없이 멀티호밍 기능 또한 제공 가능하다. 네이밍 측면에서 DNS(Domain Name System) 확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I(Identifier), L(Locator), LP(Locator Pointer) 등 이렇게 3가지 DNS 유형을 정의해 두었다.

ILNP는 구현 측면에서 호스트의 TCP 및 IPv6 프로토콜 스택은 기능 확장이 필요하지만, 기존 IPv6 라우팅, 포워딩, 이웃 발견(Neighbor Discovery, ND) 등 기존 프로토콜의 변경 없이 IPv6에 쉽게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서 호스트 운영 체계 등은 업그레이드가 요구된다. 망 진화 측면에서 호환성 등에도 큰 문제점이 없으며, 이미 초기 단계의 구현과 데모가 진행되고 있어 본 기술의 검증 작업이 앞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표준화 방향

IRTF RRG에서 내년 3월까지 차세대 라우팅 구조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IETF에서 관련 핵심 프로토콜 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에 IRTF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래 네트워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은 학계에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충분한 분석 작업을 거치고 산업체에서 관련 기술 개발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등에 대한 논의가 모두 함께 진행되고 있다. 북미의 이런 움직임은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FIND(Future Internet Design) 프로젝트나 RiNG(Routing in Next Generation)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런 연구 개발 동향을 빨리 국내에 전파하고, 국내 미래 인터넷 등의 연구를 통해 나온 핵심 결과물을 표준화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