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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 ITU-T는 합법 감청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통신망에서 합법 감청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간주되어 온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권한과 사이버 범죄에 대한 국가의 수사권한이 충돌하는 문제이다. 합법 감청은 통신망을 통해 테러, 마약 전달 등과 연관되는 불법 통신 및 정보 전달 행위를 탐지하기 위해 국가가 적법한 절차로 대상자의 통신을 도청하기 위한 제도로,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에 근거하여 기술적 표준이 개발되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에 대한 법률을 마련하였고, 이를 위한 기술적 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2008년 5월 ITU-T 첨단기술 조사팀(Technology watch, http://www.itu.int/ITU-T/techwatch/index.html)은 합법 감청에 대한 논란과 이에 대한 표준화 동향을 분석한 바 있다.
본 고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기존의 합법 감청과 연관된 문제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적 표준, 그리고 관련 동향을 제시한다.
합법 감청의 정의
합법 감청은 관련 법제도에 근거하여 정부기관에 의한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는 통신망의 합법적 간섭과 감시라고 정의될 수 있다. ITU-T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 문제는 비단 기술적인 문제에 더하여 국제 또는 국내의 법제도, 사회 및 정치적인 문제가 복합되어 있는 문제로 의견 일치를 이루었다.
합법 감청이 적법하게 수행되려면, 관련 법제도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따르고 자격있는 기관의 허가를 얻어 적법한 절차를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국가 법집행기관이 합법 감청 명령을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발행하면 감청이 수행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아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므로 합법 감청은 관련 당사자 모르게 비밀리에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통신망은 주로 전화망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간섭은 단순하게 물리적인 선을 교환기나 통신선로에 연결하여 이루어졌으나, 현대 통신망은 전화망에 더해 인터넷 및 이동 전화망까지 포함되어야 하므로 간섭을 위해서는 좀 더 복잡한 시설과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합법 감청 인프라
합법 감청을 통해 수집되는 정보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하나는 당사자의 통신 내용(CC, Content of Communication)이며, 다른 하나는 통화 관련 데이터(IRI, Intercept Related Information)이다. 통신 내용은 음성, 비디오, 문자 등을 포함하며, 통화 관련 데이터는 송수신 전화번호, 통화 빈도, 통화 기간, 통화위치(이동통신망) 등이다. 일반적으로 통화 관련 데이터는 통신회사가 과금이나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수집해 오고 있어서 법집행기관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 제공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합법 감청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과정을 통해 수행된다. :
통화내용 및 통화 관련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획득되는 과정, 여러 정보 중 사건 대상이 되는 정보로 선별하는 필터링 과정, 요구된 정보를 관련 감청 설비로 전달되는 과정. (획득 과정은 특별한 서버에 의해 수행되며, 주로 많은 통화를 분석, 수집, 기록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합법 감청을 위한 법집행기관 도메인과 통신 사업자 영역으로 <그림 1>과 같이 구분될 수 있으며, 통신 사업자 영역은 다시 간섭 중계 기능과 음성/IP 망으로 구분된다. 간섭 중계 기능은 법집행기관 도메인과 통신서비스제공자를 인터페이스하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3가지 핸드오버 인터페이스들(H11, H12, H13)을 정의하고 있다. H11 인터페이스를 이용하여 법집행기관은 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간섭 명령을 전달하여 이를 내부 망에 전달한다. 내부 망 인터페이스는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요구정보가 통화 관련 데이터이면 이 데이터를 H12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하며, 요구데이터가 통신 내용이면 H13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된다. 일반적으로 법집행기관과 통신서비스제공자간의 통신을 VPN 등을 이용한 암호화된 통신 채널을 이용한다.
<그림 1> 합법 감청을 위한 공통 네트워크 구조 (출처: Wikipedia)
(합법 감청 관련 저자 재구성 그림 게재 기사는 아래의 링크 주소 참조,
http://www.tta.or.kr/data/weekly_view.jsp?news_id=1883)
합법 감청 관련 각국의 법제도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합법 감청을 위한 법은 1994년에 제정된 합법 감청 통신지원법(Communications Assistance for Law Enforcement Act, CALEA)이며, 이 법은 법집행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많은 가이드라인을 통신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의 전화망뿐만 아니라 디지털 음성과 이동 전화망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일반 통신망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화와 광대역 네트워크에 대한 합법 감청을 확대할 것을 강제화했다. 또한 2005년에 합법 감청 통신지원법을 개정되어 브로드밴드 인터넷 사업자와 인터넷 전화 사업자까지 그 적용이 확대되었으며, 2007년 4월까지로 준수 데드라인이 결정되었다.
유럽 연합의 경우 1995년 1월 유럽 연합 결의안 17번이 유럽 차원의 합법 감청을 위한 법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43개 회원국이 서명한 유럽위원회에서 마련한 사이버 범죄 조약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서명 회원국은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위한 제도적 조치를 도입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서명국들은 자국의 정보통신사업자들에게 ETSI(European Telecommunications Standards Institute) 표준에 기반한 합법 감청 기술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3년도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되어서 합법 감청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합법 감청 관련 국내외 표준화 현황
미국의 경우, CALEA 준수 표준이 자국 내 표준화 기구인 AIIS(Alliance for Telecommunications Industry Solutions), 케이블랩스, 그리고 TIA(Telecommunications Industry Association)에 의해 개발되었다. 또한 유럽에서도 ETSI 산하에 합법 감청 기술위원회를 두고 많은 표준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감청 인터페이스, 네트워크 기능 요구사항,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기반 규격, 전자메일 서비스 기반 규격, IP 전달을 위한 핸드오버 규격, 계층 2 합법 감청을 위한 서비스 세부사항, 합법 감청 기관에 대한 요구사항, ISDN 합법 감청 요구사항, IP 간섭에 대한 주요 이슈, 일반 네트워크 구조에서 간섭의 개념 등에 대한 표준들이 개발 완료되었다.
IETF에서는 2000년에 “RFC 2804”에서 합법 감청은 IETF 범위를 넘는다는 이유로 합법 감청에 대한 요구사항에 대한 표준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최근 최대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스카이프 인터넷 전화에 대한 합법 감청을 위한 백도어에 대한 염려도 표출되고 있다.
ITU-T에서도 여러 연구작업반이 합법 감청과 연관된다. 특히 SG17은 합법 감청과 아이덴터티 관리와 연관된다. 한편 중국이 SG17에 합법 감청에 대한 워크 아이템 신설을 제안하는 여러 기고서를 제출했으나, 이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내 문제라고 간주되었고, 이미 수행된 다른 표준화 기구와의 작업 중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나 보안과 프라이버시 특성은 합법 감청 논의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한다.
국내 TTA에서도 3GPP 표준을 근거로 2000년부터 시작하여 합법적 감청 요건, 합법적 감청 구조 및 기능, 합법적 감청 핸드오버 인터페이스에 대한 규격이 제정되어 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회의 성과 및 향후 대응 방안
정보통신 분야 표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7월 중순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세계표준협력회의(GSC-13)에서도 합법 감청 문제는 중요 관심 주제로 다루어졌고, 비록 이를 위한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았으나, 내년에도 계속 중요 관심 주제로 다루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ITU-T가 합법 감청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앞에서 제기된 문제를 다루는 많은 토론 끝에 결론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현재의 예측은 긍정적이지 않다.
합법적 감청은 기술적인 사항에 더하여 법제도적인 사항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포괄적인 문제이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전화를 포함한 대부분의 행위가 합법적 감청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합법 감청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제개정이 시도된 적이 있고, 또한 이 문제는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 권한과 국가의 수사권과 충돌하는 문제여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따라서 합법적 감청에 대한 기술 규격과 법제도의 운영이 국민의 프라이버시 권한을 보호하면서 사이버상의 범죄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하는 절충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산업체도 미국 등 합법 감청이 강제화 되고 있는 나라로의 통신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기능이 지원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표준화 동향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 본 글은 저자의 의견일 뿐 TTA 기관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