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통신방송용 무궁화위성을 비롯하여 지구관측 및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위성, 실험용 과학위성인 우리별위성, 휴대방송인 DMB용 한별위성 등을 발사하여 현재 운용 중에 있으며 다가오는 2009년에는 통신/해양/기상관측 등의 목적을 위한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러한 위성들을 운용하기 위한 궤도와 주파수는 어떻게 쓸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어떻게 관리되는 것일까?

인공위성을 운용하기 위한 궤도와 주파수 자원은 UN 산하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관리하며 위성을 운용하기 앞서 모든 위성망은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국제전파규칙(Radio Regulation)이 명시한 절차 및 규정에 따라 ITU에 국제등록을 함으로써 국제적 인증 및 보호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일반 토지 및 건물이 등기를 통하여 법적으로 보호 및 권리를 주장할 수 있듯이 우주자원인 위성궤도 및 주파수의 경우도 ITU에 국제등록을 완료해야만 타 위성의 전파간섭으로부터 보호받고 사용권리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성망 국제등록과 관련된 우주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국제전파규칙의 제/개정 및 ITU 회원국간 결의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세계전파통신회의(World Radiocommunication Conference 2007)가 지난 10월 22일부터 11월 16일까지 약 1달 여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었다. 금번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는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국제전파규칙(Radio Regulation)을 제/개정을 하는 즉, 4년에 한번 꼴로 열리는 전파통신분야의 정기국회와 같은 회의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며,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부외 전파연구소 및 산, 학계 100여 명의 대표단을 구성, 동 회의에 참석하여 분야별로 우리나라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제전파규칙 제/개정을 위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였다.

위성망 국제등록절차 제/개정 검토

위성용 궤도 및 주파수를 사용하기 위해서 국제전파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궤도, 주파수 및 발사시기 등 비교적 기초 자료만을 제출/공표하는 사전공표단계, 실제 운용코자 하는 반송파 특성이나, 신호세기, 서비스 지역 등 주변국, 주변위성과의 조정협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상세 전송 제원이 포함된 조정자료 제출/공표, 마지막으로 조정공표 후 혼신 조정협상 절차를 거쳐 그 결과 및 운용개시를 표시하는 통고서 제출의 3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현행 국제전파규칙에서는 사전공표와 조정공표 서류의 ITU 접수에서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러한 6개월 유예기간의 취지는 사전공표 후 간섭영향이 예상되는 국가가 해당 위성망의 운용예정 국가로 이의제기 문서를 송부토록 하여 해당 국가가 조정자료를 제출하기 전까지 최종 궤도 및 주파수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더불어 이러한 조정자료 제출시 초기 궤도에서 ±6도 이내 궤도 변경이 허용 가능하게 융통성을 주는 것도 같은 맥락의 취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및 CITEL(아메리칸 지역기구)은 사전공표단계의 자료가 이의제기를 위한 간섭분석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므로 결국 6개월 기간은 해당 회원국이 조정을 진행함에 있어서 오히려 장애가 되므로 6개월 유예기간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금번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 해당 법규를 개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6개월 삭제를 주장하는 논지의 일부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만일 6개월을 삭제하여 사전자료와 조정자료를 모두 동시에 ITU에 접수시킨다면, 나중에 야기될 수정된 조정자료 제출이나 수반된 비용 등 심도있게 검토하여야 할 부분이 많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조정자료(coordination information)가 ITU에 접수된 순서에 따라 위성보호의 우선권이 결정되기 때문에 6개월의 유예기간이 없어지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러한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면에서 발생될 수 있는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사전자료와 조정자료를 동시에 제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현행 6개월의 유예기간이 최종 시스템이 사용할 궤도와 주파수에 대한 결정에 효용성이 크고 6개월 삭제시 사전공표자료와 조정자료를 동시접수 가능하게 되어 발생할 수 있는 위성선진국들의 궤도 선점에 대한 우려로 이번 회의에서 현행 규정의 유지를 적극 지지하였으며 의견을 달리하는 주요 ITU 회원국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통해 이번 WRC-07 회의에서 현행유지(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되게 하였다는 점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성망 국제등록자료 제출항목의 개정 검토

비 정지궤도 위성시스템의 국제등록 절차는 사전공표와 통고단계 등 2단계로 구성되어, 통고자료 제출시까지 해당 시스템의 상세한 전송 제원 입수는 해당 주관청의 협조가 없을 경우 거의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비 정지궤도 위성망 간섭으로부터의 보호가 요구되는 정지궤도 위성망과의 간섭계산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어서 이를 보완하고자 비 정지궤도 위성시스템의 사전공표자료 양식을 개정하기로 이번 회의에서 합의하였다.

이번 회의의 결정으로 인해 비 정지궤도 위성망의 등록자료는 정지궤도 위성망과 간섭분석에 필요한 기술적 정보(안테나 최대 입력전력 등)를 사전공표자료에 기재하여 ITU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하였으며, 향후 비 정지 및 정지궤도 위성망간 간섭분석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등록절차 미 준수 및 운용기한 초과로 등록 취소된 위성망 구제요청

금번 WRC-07회의에서는 국제전파규칙이 명시하고 있는 국제등록절차 미 준수 및 위성망의 운용기한(7년)의 초과로 ITU 전파통신국이 국제등록을 취소하거나 삭제예정인 위성망에 대한 구제 이슈가 집중 논의되었다.

인도네시아는 통고절차 미 준수로 ITU가 국제등록을 삭제한 INDOSTAR-1(107.7도) 등 3개 위성망에 대한 구제를 요청하였고, 베트남은 위성체 제작 지연으로 당해 위성망의 운용기한인 7년 이내에 발사가 불가하여 해당 VINASAT-4A2(132도) 위성망의 국제등록 기한을 연장 요구하였으며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및 페루 등 Andean Community 국가들은 국제등록 운용기한 내 위성을 운용하지 못해 BR이 삭제한 Simon Bolivar 2/2A(서경 67도) 위성망의 구제요청, 우루과이, 볼리비아 등의 국가는 운용기한 내 위성을 운용 못해 BR이 삭제한 VENESAT-1(서경 78도) 위성망에 대해 금번 WRC-07이 구제하여 줄 것으로 요청하였다.

이들 위성망들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복잡한 국제등록절차를 완전하게 숙지하지 못한 결과로 대다수의 회원국들은 관련 위성망들의 구제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오랫동안 국제전파규칙에 의거 지켜져 온 원칙의 예외적용이라는 점에 일부 회원국의 반대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기 위성망들이 이미 조정을 완료하였고, 궤도 이격이 충분히 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개도국의 우호적인 차원에서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번 회의에서의 구제로 인한, 차기 WRC에서 동일한 사례발생을 우려하여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의장보고서)를 채택하고 상기 위성망 구제 결정하였다. 단, 차기 예정된 세계전파통신회의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구제요청의 승인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주자원인 궤도 및 주파수는 국제전파규칙에 규정된 ITU 등록절차를 준수하여 간섭이 예상되는 주변국과의 조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국제주파수등록원부(MIFR)에 등재하여 운용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비 계획 위성용 주파수는, “First come, first served” 원칙에 따라 먼저 국제등록하는 순서대로 우선권이 주어지며 후발 위성망은 선발 위성망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였을 때 우리나라와 같이 후발위성 운용국가들에게는 일부 위성선진국들에게 자원이 독점되지 않고 ITU 회원국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제법적 환경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금번 회의와 같은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 활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