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표준화 기구의 한 주요한 흐름 중에 하나는 아시아 특히 한국, 중국과 일본의 국제 표준화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ITU-T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ISO/IEC JTC1의 경우도 중국과 한국의 진출이 유난히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지역의 발전된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나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보다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한중일(CJK) 총회에서 본인은 제안서를 통해 지난 몇 년간의 한중일의 ITU-T에서의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좀 더 성숙한 참여를 하기 위한 방안으로 White Paper 구성을 요청하게 되었다. 본 고에서는 이러한 제안의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ITU-T에서의 한중일의 표준화 활동 현황
지난 2006년부터 한중일의 ITU-T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표준화 활동은 가히 놀라운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로 NGN과 IPTV 분야로 집중되어 있는 한중일(CJK)의 ITU-T 참가는 아래 표 1 및 표 2에서와 같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 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한중일의 참여는 참가자(표에서 Part.(Participant)에 해당)면에서는 약 40~50% 정도의 선을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기고문(표에서 Cont.(Contents)에 해당)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50% 정도에 달하는 수치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표 1> ITU-T NGN-GSI에서의 한중일 참가 현황
<표 2> ITU-T FG IPTV에서의 한중일 참가 현황
이와 더불어 그동안의 한중일의 경우는 서로의 공동 관심 사항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진행되어 왔으나 최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공동 관심 사항도 매우 급속하게 증가되고 있다, 이는 아래 그림 1에서 나타낸 바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으로 공동 관심 사항도 NGN과 IPTV의 핵심 기술 분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이들 주요 분야의 표준은 우리 한중일 3개국의 참가와 기고문이 주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1> 한중일의 관심 표준화 영역
한중일 White Paper의 필요성
상기 현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의 국제 표준화는 한중일의 참여가 큰 몫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면에서 볼 때 좀 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한 요인들이 많다. 이러한 요인들 중 주요한 몇 가지를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Ÿ 능력 부족: 한중일이 보여주고 있는 참가자나 기고문 등의 숫자에 비해서 한중일이 실질적으로 표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은 미진하다. 이는 핵심기술의 확보력이 약하고 또한 여기에 국제 표준화 경험들이 부족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개진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Ÿ 집중력 결여: 상대적으로 적은 참가자와 기고문을 제출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는 그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원천 기술과 풍부한 국제 경험 그리고 월등한 언어 능력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표준화 안을 매우 적절하게 반영하여, 실질적인 표준안은 아직도 유럽인들에 의해서 주관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3국은 각 국이 개별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부족한 언어 능력과 국제 경험은 아직은 그들과 견줄 수 없는 상황을 유지하도록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분석하여 보면 현재 한중일의 진출은 매우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보다 효율적으로 표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다면 훨씬 유익한 국제 표준화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을 근간으로 이번 CJK 회의에서는 한국이 주관이 되어 3국의 역량을 한데 결집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White Paper의 작성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는 한중일(CJK) 회의가 아직은 정식 표준화 기구가 아닌 상호협력체인 바, 직접적인 표준의 개발보다는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를 서로 함께 나누는 선에서 문서 작업을 하기 위한 조치로서, 이러한 결과를 White Paper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기대되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Ÿ 3국 간의 주요 기술분야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고 공동 이해 부분에 대한 합의를 유도하여 국제 표준화 협력의 안정적인 근간을 확보
Ÿ 3국 전문가들의 국제 표준화 추진시 공동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본 회의에서 보다 협력적으로 반영시키기 위한 협력 기반 확보
Ÿ 3국 전문가들의 국제 표준(안) 작성 능력을 배양하고 작성 과정을 통해서 국제 회의에서의 보다 전문가적인 참여를 위한 기술 습득과 능력 배양
Ÿ 향후 3국의 공동 표준 또는 지역 표준(안) 개발시 주요한 참조 자료로 활용하여 지역 표준화 활성화에 기여
최근 CJK 회의에서 이루어진 White Paper 작성에 대한 합의는 아직은 부족하기는 하지만 3국의 협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주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만 가지고 필요한 능력이 배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 대표단을 포함하여 한중일의 대표단들은 서양인들의 전략에 말려 제대로 표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불평을 자주하곤 한다. 이러한 것들은 불평으로 해결될 일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도 유럽인들과 같은 결집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국제 기구에서 충분히 견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의 합의를 통해서 우리 3국 대표단 모두가 적절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우선은 한국의 대표단들부터 본 안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