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봉인(eSeal: Electronic Seal)은 433 M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능동형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장치로서, 항만물류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화물 컨테이너의 문에 설치되며, 컨테이너의 문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개폐됨을 감지하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개폐의 시도를 감지하여 주변의 리더에게 알리고 그 이력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화물 컨테이너 관리용 전자봉인은 ISO TC104 SC4 WG2 (국제표준화기구의 화물 컨테이너 기술위원회 산하 자동인식 작업그룹)에서 국제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표준문서 번호는 ISO 18185 규격번호를 가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개최된 제 19차 ISO TC104 SC4 WG2 회의(2006.5.10-5.12)에서는 현재 DIS(Draft Internal Standard) 투표를 통해 각 국가의 의견을 수렴한 전자봉인의 통신프로토콜 규격(ISO DIS 18185-7)과 물리계층 규격(ISO DIS 18185-7)을 다듬어 가는 논의가 있었다.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보호연구단에서는 구체화된 전자봉인 보안 프로토콜(ePP: eSeal Protection Protocol)을 소개하며, 이를 ISO 18185-4 규격의 차세대 기술로써 제안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하였다. 본 고에서는 전자봉인 표준화의 중요성을 분석하며,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ISO 18185 문서들의 현재 진행단계를 소개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기술방식이 공개된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기술의 표준화 현황과 향후 전망을 논한다.

전자봉인(eSeal) 표준화의 중요성

전기적인 특성을 지닌 RFID 장치를 사용하여 화물 컨테이너를 봉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성된 작업그룹이 ISO TC104 SC4 WG2 이다. 이 작업그룹의 의장은 싱가포르 출신의 Goh Hock Nguan이며, 싱가포르에서 1999년 3월 30일 첫 미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2004년 5월에 주요 아이템별 프로젝트 리더를 선정하고 표준문서 작성의 책임을 부여하였다. 2004년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 13차 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7개 파트의 문서형태로 재구성하였고, 이후에 각 표준문서들은 구체적인 요구사항과 기술적 내용이 추가되면서 차츰 국제 표준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다.

ISO 18185 전자봉인 규격 중 주요 요구사항에 관한 문서(ISO 18185-2, 3)는 ISO 기술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통신 프로토콜 규격(ISO 18185-1)과 물리 계층 규격(ISO 18185-7)은 작업그룹 내부의 논의를 모두 마치고 각 국가별 의견 수렴도 끝낸 상태이다.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규격인 ISO 18185-4 Gen1 문서는 작업그룹의 논의를 끝내고 각 국가별 의견 수렴 및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수송량의 약 55% 정도가 미국과의 교역 물량인 것을 파악되고 있는데, 미국은 9.11 이후에 자국에 출입하는 화물 컨테이너에 RFID를 활용한 전자봉인을 향후 수년 내에 실용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연방통신위원회, 국방부, 상무부, 전문기업 등 민관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안전무역체계(Smart Secure Tradelanes)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전자봉인의 표준화 진행사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은 항만물류 시스템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져올 중요한 작업임과 동시에 국제 무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결과제인 것이다.

전자봉인 보안 프로토콜(eSeal Protection Protocol) 표준화 추진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규격은 향후 전자봉인이 비밀정보를 포함하는 형태로 발전할 경우에 반드시 요구되는 규격이면서도 현재 상황은 ISO 18185-4 Gen1 규격이 구체적인 기술적 논의를 배제한 채 일반적인 보안 요구사항만을 나열하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국내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기술 제안과 참여를 통해 국제 표준화를 선도할 수 좋은 아이템이다. 차세대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규격인 ISO 18185-4 Gen2 규격은 반드시 도청, 위변조, 서비스 거부 공격 등의 보안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내용을 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장되어 있는 비밀정보에 대한 부인 방지를 위하여 비밀정보 쓰기 동작을 수행하는 기관의 전자서명(Digital Signature)을 포함해야 하며, 재전송 공격도 방어해야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보호연구단은 지난 2005년부터 차세대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기술이 요구하는 보안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ISO 18185-4 Gen2 표준화에 기술적 기여를 하기 위하여 전자봉인 보안 프로토콜을 구현하고 이의 표준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이번 회의의 둘째 날(5월 11일 목) 오후 세션에 대략 20여분 동안 보다 구체화된 전자봉인 보안 프로토콜 규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발표 도중에 ISO 18185-4 Gen2 규격화를 위해 신규제안서(New Proposal)를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다. 그러나, ISO 18185-4 Gen2의 표준화 영역이 아닌 것으로 고려되었던 전자봉인과 리더 사이의 마스터 키 분배 문제가 실제 운용 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미국 대표단으로부터 제시되면서 신규제안서로 제출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향후 전망과 국내 대응전략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현재의 전자봉인 물리 계층 기술과 통신 프로토콜이 전면적으로 변경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물론 LF(Low Frequency) 기술과 Dual Frequency 기술의 추가에 따라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만 시장의 요구에 맞게 시기 적절한 제품의 생산을 위해서는 일단은 현재의 규격이 다듬어지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전자봉인 데이터 보호 기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외에는 기술적 기여를 하는 국가가 없기 때문에 국내 기술의 국제 표준화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마스터 키 분배 기술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발생한 현재 상황에서는 성급하게 신규제안서 제출을 강행하는 것 보다는 효과적인 마스터 키 분배 방식을 설계 및 구현하고 그 결과를 포함시킨 업그레이드된 버전의 문서를 준비하여 차기 10월 워싱턴DC 회의에서 구현 결과 소개 및 ISO 18185-4 Gen2의 신규제안서 제출 의지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방법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국내의 RFID 개발 업체와 전자봉인 보안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SO 18185 규격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개발력을 바탕으로 ISO TC104 SC4 WG2 표준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계 주요 업체들에 늦지 않게 표준규격을 만족하는 전자봉인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항만물류 시스템 혁신 및 국제 시장 확보와 국내 시장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