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신제품 디지털 TV 중에는 생방송 중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VTR이나 DVD 플레이어처럼 잠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방송 화면을 멈추게 하거나 혹은 조금 전에 본 화면을 반복 시청할 수 있는 일명 시간이동(time-shift) 기능을 탑재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간이동 기능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TV는 내부에 존재하는 대용량 하드디스크(Hard Disk)로 방송화면들을 모두 실시간 저장하면서 사용자가 화면을 정지하거나 반복 시청하고자 할 경우 방송을 보면서도 마치 비디오 플레이어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게 된다.

이렇게 TV 내부에 저장된 방송물들은 디지털 데이터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집안의 다른 A/V장비로의 이동이나, PMP(Portable Media Player)와 같은 모바일 기기로의 전송 등을 통해 TV이외의 기기에서도 재생을 용이하게 해준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의 비디오 테이프 등과 비교해 보면 이동과 보관의 편리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수백 번 반복 재생하여도 화질의 변화가 없다는 점은 소장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기술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방송 콘텐츠의 수신은 디지털 지상파, 위성파, 케이블TV 그리고 차세대 방송방식으로 주목 받고 있는 IPTV까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동 기능의 디지털 TV는 향후 디지털 홈 환경에서의 핵심 가전제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유용한 기술도 디지털 방송물에 대한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편리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작한 디지털 영상물들이 방송 과정을 통해 소비자의 가전기기에서 원본과 동일한 화질 형태로 저장됨으로 인해 자칫 무차별적인 복제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고가의 유료 디지털 방송물이 방송 된지 며칠도 안 되어 원본과 동일한 형태로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유포된다면 제작자의 손해는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방송 콘텐츠 DRM 국제표준화 진행현황

디지털 방송 콘텐츠에 대한 무차별적인 배포와 관련된 문제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국의 노력을 살펴봄으로써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기술적 보호조치를 방송 수신기기내부에 장착하는 것에 대한 법제화가 진행되고 있고, 유럽에서도 각종 방송 관련 표준화 단체에서 디지털 방송 콘텐츠가 저장되고 전달됨에 있어 허가 받지 않은 사용자들은 사용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방송용 DRM 기술에 대한 표준화 작업들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동기기에서의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국제 표준화단체인 OMA(Open Mobile Alliance)에서도 최근(2005년 12월)에 방송 콘텐츠 보호를 위한 OMA v2.0 확장 표준명세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결언

이처럼 디지털 방송 콘텐츠에 대한 기술적 보호 조치 또는 DRM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IT 선진국들이 향후 방송 체계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 디지털 방송시대가 도래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불법복제에 대한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호조치들이 탑재될 가전기기들 간의 상호 호환성을 표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함일 것이다.

최근 들어 DRM 전반에 대한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기여도와 영향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IT 강국인 한국의 위상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다.

다행히 디지털 방송 콘텐츠 DRM에서의 권한표현에 대한 표준화 분야에서도 MPEG-21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국내 연구소 및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2007년 1월 최종 ISO/IEC 국제표준수정안 확정을 목표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번 기회에 국내 방송관련 단체 또는 기업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 디지털 방송콘텐츠 보호를 위한 국내 요구사항이 국제표준에 보다 많이 반영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